“도우미 월급 좀 아끼려다 애를 망쳤다”...전 세계 휩쓴 기형적 육아의 정체는 [박민기의 월드버스]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5. 12. 13.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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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후반 직장인 A씨는 최근 두 돌이 지난 자신의 딸에게 선물할 목적으로 아이패드를 장만했습니다. '교육용' 목적이 가장 컸지만 아내와 맞벌이를 하고 있는 만큼 아이를 좀 더 효율적으로 돌볼 수 있겠다는 판단도 있었습니다.

A씨는 "직장에서 퇴근하고 집에 퇴근하면 가사와 육아 때문에 또 다른 직장으로 출근하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집안일에 더 집중할 수 있어 아내와의 관계도 더 나아진 것 같다"며 "유튜브 영상이 마치 제2의 부모 역할을 해주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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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접하는 영유아 급증…AI 제작 영상도 횡행
아이들 관심 위해 자극적이고 화려한 영상미 앞세워
영상 검열 1차 책임은 부모에 있지만 사실상 불가능
국내서도 영련 등급 세분화 등 규정 강화 논의 시작
전문가들 우려…“아이들 뇌, 5세까지 90% 발달해”
호주의 한 어린이가 아이패드로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는 모습. [사진 출처 = AFP 연합뉴스]
30대 후반 직장인 A씨는 최근 두 돌이 지난 자신의 딸에게 선물할 목적으로 아이패드를 장만했습니다. ‘교육용’ 목적이 가장 컸지만 아내와 맞벌이를 하고 있는 만큼 아이를 좀 더 효율적으로 돌볼 수 있겠다는 판단도 있었습니다. 퇴근 후 집안일을 할 때 아이패드로 유튜브 영상을 틀어놓으면 평소 울고 보채던 아이가 거짓말처럼 얌전해지며 영상에 집중했습니다. 화면 속에서는 각양각색의 화려한 동물 캐릭터들이 춤추고 노래를 부르며 아이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A씨는 “직장에서 퇴근하고 집에 퇴근하면 가사와 육아 때문에 또 다른 직장으로 출근하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집안일에 더 집중할 수 있어 아내와의 관계도 더 나아진 것 같다”며 “유튜브 영상이 마치 제2의 부모 역할을 해주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유튜브 영상 열풍이 기존 성인과 청소년을 넘어 영유아로까지 시청자층을 대폭 확장하고 있습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의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유튜브 영상 시청 증가 폭이 가장 두드러졌던 연령대는 영유아에 해당하는 2세 미만이었습니다. 유튜브 영상 등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아동 단체 페어플레이가 올해 실시간 조사 결과 영상에 노출되는 영유아들 중 70%가 유튜브나 유튜브 키즈를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미국에서 2세 미만 자녀를 둔 부모의 60% 이상이 ‘아이가 유튜브를 본다’고 답했으며 이들 중 3분의 1 이상이 ‘아이들이 매일 유튜브를 본다’고 응답했습니다.

영유아들을 위한 유튜브 영상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영유아용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산만한 아이들의 시선을 묶어두기 위해 웃고 뛰어노는 동물 캐릭터, 나비, 풍선, 무지개, 불꽃놀이 등 영유아가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 위주로 화려한 조명과 음악이 곁들여진 유튜브 쇼츠 콘텐츠를 제작·유포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영상 제작은 인공지능(AI)의 등장과 함께 한층 더 수월해졌습니다. 챗지피티(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 서비스에 간단하면서도 반복적인 문구가 들어가는 노래 가사를 기반으로 영유아들의 관심을 끌 만한 음악과 영상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면 단 5분 만에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일부 유튜버들은 이를 통해 하루에 수십만원 이상을 벌 수 있는 ‘고수익 보장’이라는 키워드로 자신의 구독자들에게 이 같은 노하우를 공유하며 영유아용 유튜브 영상 제작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호주의 한 어린이가 노트북으로 유튜브 영상을 검색하는 모습. [사진 출처 = AFP 연합뉴스]
관련 산업이 성장하면서 무분별하게 제작·유포되는 영유아용 유튜브 영상을 향한 우려의 시선도 커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유일한 경로가 텔레비전(TV) 뿐이었던 만큼 퀄리티에 대한 전문가들의 엄격한 선별 시스템이 존재했고 유해 영상이 미성년자들에게 노출되면 안 된다는 책임 의식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횡행하고 있는 영유아용 유튜브 영상들은 업로드 전 공식 인증된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습니다. 내용과 상관 없이 인기를 얻는 영상이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에 뜨면서 부적절한 영상이 노출될 가능성도 높아진 것입니다.

결국 이 같은 영상을 걸러내는 1차적 역할에 대한 책임은 부모에게 지워지지만 이 역시 100% 예방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대부분의 영유아용 유튜브 영상이 시선을 끌기 위해 비슷한 제목과 화려한 색감으로 위장하고 있고, 일부 영상의 경우 길이가 3~4시간 이상에 달하는 경우도 있어 부모가 이를 일일이 확인하며 출처와 실제 내용을 파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입니다.

이에 최근 한국에서도 0~11세 대상 전체관람가를 중심으로 연령 등급 세분화와 등급 정보 제공 강화를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지난 4일 개최된 ‘2025 등급 분류 포럼’에서는 유튜브 영상과 쇼츠 등에 대한 등급 분류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특히 전체관람가 등급이 0세부터 11세까지 넓은 연령대를 하나의 등급으로 묶고 있는 현 시스템을 지적하며 영유아와 미취학 아동, 초등 저학년, 초등 고학년을 위한 등급 분류의 필요성이 강조됐습니다.

유튜브 측은 영상 연령 관련 규정에 대해 양질의 콘텐츠를 더 잘 표출하기 위한 ‘퀄리티 원칙’을 두고 있다고 블룸버그에 전했습니다. 특히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유튜브 키즈에는 한층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고 AI로 생성된 모든 콘텐츠가 유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저품질 영상 콘텐츠를 대량 생산하는 것이 유튜브의 실질적 매출 증가와 이어지지 않는 만큼 실효성 있는 비즈니스 전략이 될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그럼에도 영유아들에게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유튜브 영상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옵니다. 아이들의 뇌는 5세까지 90%가 발달하기 때문에 그 시기에 무엇을 보고 접하느냐가 언어, 사회성, 정서 발달 및 비판적 사고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아동 단체 페어플레이 프로그램 디렉터 레이첼 프란츠는 “아이들은 뇌가 본격적으로 발달하는 시기에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에 대한 이해를 쌓기 시작한다”며 “그때 뇌 속에 새겨지는 정보가 AI가 대충 만들어낸 콘텐츠라면 아이들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에 분명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매일 쫓기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알면 알수록 더 좋은 국제사회 소식.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 주의 가장 핫한 이슈만 골라 전해드립니다. 단 5분 투자로 그 주의 대화를 주도하는 ‘인싸’가 될 수 있습니다. 읽기만 하세요. 정리는 제가 해드릴게요. 박민기의 월드버스(World+Universe)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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