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하면 때리고 성매매하는 남편 말려주세요”...막장 다 몰린 동네에 금주령 내렸더니 [히코노미]
언제부터, 또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명료했던 정신은 술에 절여지고, 깨끗했던 육체는 육욕에 찌들었다. 술에 취한 사내들은 응당 가야 할 곳이라도 되는 양, 매음굴로 향했다. 토끼 같은 자식과 여우 같은 아내의 얼굴은 희뿌옜다. 취기는 감각을 마비시켜서, 도덕과 윤리는 취객에겐 무용지물이었다. 윤락녀와 한바탕 뒹굴고 온 사내는 코 골며 잠이 들거나, 자지 않으면 가족을 두들겨 팼다. 가족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망나니나 진배없는 가장이 그저 침실로 직행하기를 바라고 바랐다.

사탄의 도시에서, 신의 나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이들은 대규모 사회 정화 운동을 벌였다. 술집, 윤락업소 앞에서 서로 팔짱을 끼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사탄의 행위를 중단하라”고 목청껏 외쳤다. 외침이 절실하고 눅진하여서, 목소리가 정치권에까지 닿아 도시에서 매춘과 주류 판매가 정지됐다. 1920년 미국의 ‘금주법’ 얘기다.
사회를 정화하려는 순결의 운동은 아이러니하게도, 사회를 한층 더 사탄의 집으로 밀어 넣었다. 모든 죄악의 행위가 물밑으로 숨어들어서, 사회 전역으로 파고들었다. 한낱 불량배가 금주법 이후 ‘그림자 경제’(Shadow Economy)의 돈을 쓸어 담아 대부호가 되기도 했다. ‘금주법’이 남긴 역설이었다.

새 땅에는 도덕과 윤리가 미처 뿌리 내리지 않아서, 바깥일에 고단한 남자들은 술로써 피로를 씻어냈다. 깨끗한 물을 발견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만취한 사내들이 깽판을 치는 일도 자주 벌어졌지만, 나름 사내다운 배포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프런티어(개척자)가 되려는 사내는 자고로 거친 자유를 즐길 줄 알아야 하고, 술·도박·매춘으로 연대를 맺을 줄도 알아야 했다. 점잔빼는 인사들은 샌님 취급을 받으며 구석으로 밀려났다. 새로 개척된 도시에는 교회와 법원보다, 술집과 매춘업소가 먼저 둥지를 틀었다.

취기가 오르면 매춘업소로 종종걸음을 쳤다. 19세기 미국은 술과 매춘의 나라였다. 뉴욕에만 해도 19세기 중반 매춘업소가 600개나 됐을 정도였으니까. 40년 만에 3배나 늘어난 수치였다.

신의 뜻에 따라, 하나님의 율법에 맞춰, 알코올에 젖은 인간을 성수로 해독할 차례였다. 술과 매춘에서 벗어나, 다시 경건한 인간으로 돌아가자는 외침. 1820년대부터 본격화된 대각성(Great Awakening) 운동이었다.

운동에 감화되어, 성스런 운동에 동참하고자 하는 인물들이 해마다 늘어나서, 금주 조직은 비 온 뒤 죽순처럼 늘어났다. 1874년에는 ‘여성 기독교 절제회’가, 1893년에는 ‘반(反) 살롱 동맹’이 결성됐다. 신의 뜻을 전하자는 참된 목소리에 일부 정치 지도자들이 크게 감동하여서, 일부 지역에서는 ‘주류 판매 금지법’이 통과됐다. 세상은 시나브로, 바른길로 나아가고 있었다. ‘진보시대’(Progressive Era)의 막이 열리고 있었다.

전쟁은 총기의 화력이 아닌 밥심으로 결정되는 법이어서, 미국 정부는 군량 확보에 주력했다. 풍요로운 들에서 생산되는 ‘밀’이 오직 빵을 위해만 사용되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미국의 아들들이 독일의 총탄에 스러져 가는 마당에, 귀한 밀로 술을 빚는 이들은 역적 취급을 받아야 했다.
특히나 ‘맥주’를 만드는 이들은 매국노로 손가락질받았는데, ‘맥주=독일’이라는 인식이 퍼져서였다. 미국의 아들들의 배를 채울 밀을, 적국 독일의 음료를 만드는 데 쓸 강심장은 없었다.

드디어 신의 목소리가 인간의 법으로 새겨지는 순간이라며, 복음주의자들은 목놓아 울었다. 당시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알코올을 사랑하는 지도자여서, 자신의 엄청난 주류를 워싱턴 자택으로 몰래 옮겼다. 후임자인 워런 G. 하딩도 마찬가지였다.


정부도 깨끗한 도시에 웃지 못했다. 세수의 큰 부분인 주류세가 완전히 사라져서였다. 1920년대 사라진 주류세만 해도, 110억 달러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에서 술을 완전히 증발시키겠다’고 선언한 지도자들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서 주류 단속은 매년 이뤄져야 했는데, 이 비용만 해도 연간 3억 달러 이상이 소요됐다. 벌어들이는 돈은 무참하게 줄었는데, 써야 할 돈은 곱절로 늘어난 셈이었다. 차라리 돈은 사소한 문제였다. 더욱 가혹하고, 더욱 모진 후폭풍이 미국으로 몰려오고 있어서였다.

나라가 금지했지만, 업자들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면서 술을 만들어 팔았고, 주당들은 얼마 만에 맡는 술 냄새냐면서 지갑을 기꺼이 열었다. ‘금주법’라는 이름의 위험수당이 붙어서 술값은 미친 듯이 올라갔다. 맥주 가격은 700%, 브랜디는 400%, 위스키는 270%나 뛰었다.
술을 마시는 사람은 줄었지만, 알코올에 소비되는 가격은 외려 늘었다. 술에서 돈냄새가 진해지자, 술판이 커졌다. 조직적으로 이 판에 뛰어든 집단이 있었다. 뉴욕, 시카고, 디트로이트, 보스턴의 마피아들이었다.
![불법 증류 장비를 재현한 모습. [사진출처=Joe Mabel]](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13/mk/20251213061516223czxu.jpg)
싸고 구하기 쉬운 산업용 알코올을 가져다 술을 만들자, 정부가 술 생산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으려고 산업용 알코올에 유독성 물질을 넣을 것을 강제화 했는데, 마피아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가짜술을 만들어 팔았고, 미국의 여러 고주망태는 ‘독주야말로 참 것’이라면서 호기롭게 가짜술을 들이키다가 죽어버렸다. 수만명의 사상자가 나왔지만, 이들의 사업은 멈춰 서지 않았다. 인간은 좀처럼 술을 끊지 못했다.


금주법으로 인해 외려 더 많은 술집이 독버섯처럼 번진 것이었다. 과거에는 술집에서 나오는 세금이 정부로 향했지만, 스픽이지의 돈은 100% 마피아에게 흘렀다. 마피아는 이 돈을 기반 삼아, 매춘업, 도박소로 영업을 확장했다. ‘신의 사도’들이 기함하던 것이었다.

마피아가 경제를 움켜쥐면서, 서로 간 이권다툼에 피가 튀겼다. 살인율은 1920년 인구 10만명당 5.6명에서, 1920년 중반 10명 수준까지 올랐다. 폭력 범죄, 재산 범죄 사건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경찰·행정력이 금주 단속에 집중되면서, 민간 치안력이 헐거워졌기 때문이었다.

에덴동산으로 돌아가겠다는 금주법 13년. 미국의 선은 흐릿했고, 악은 완연하여서, 도시는 사탄의 것으로 보였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맥주 한 잔 하기에 좋은 시간이군요(I think this would be a good time for a beer)”라고 말했다. 금주법 폐지에 서명했고, 정책이 실패했음을 공식적으로 천명한 것이었다. 법으로써 세상을 바로 세우겠다는 선한 인간들이 만든 악한 결과물. 주정뱅이의 문뱃내를 완전히 없애려고 한 위대한 사회적 실험이 경제사에 진득한 교훈으로 남은 셈이었다.


ㅇ1920년 미국 사회는 술과 매춘으로 만연한 사회를 정화하겠다면서 ‘금주법’을 도입했다.
ㅇ초기에는 술 소비량이 대폭 줄어 성공한 듯 보였지만, 곧 밀수와 밀주가 성행하면서 ‘지하 경제’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ㅇ밀주를 마피아들이 주도하면서 알 카포네, 럭키 루치아노와 같은 재벌급 마피아들도 등장했다.
ㅇ도입 13년 후 루스벨트 대통령이 금주법 폐기 법안에 결국 사인하면서 사회를 선하게 만드려는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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