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100년감이라던 권도형 美, 테라 사기에 징역 15년

뉴욕/윤주헌 특파원 2025. 12. 13.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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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12년 구형보다는 높아
미국 법원은 권도형 전 테라폼랩스 대표에게 11일 징역 15년형을 선고했다. 사진은 지난 8월 법정 스케치. 이날 모습도 이 스케치와 유사했다./로이터 연합뉴스

“고의로 사기를 저질렀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피해를 본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11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 1305호 법정.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34) 전 테라폼랩스 대표가 고개를 숙인 채 최후 진술을 했다. 그가 “이번 일은 누구의 탓도 아니며 모든 책임은 오롯이 나에게 있다”며 말을 마치자 옆에 앉아 있던 변호인이 위로하듯 권씨의 등을 두드렸다.

이날 법원에서는 권씨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이 열렸다. 그는 미결수임을 나타내는 노란색 반소매 수의를 입고 양손에 수갑, 양발엔 쇠사슬을 차고 법정에 들어섰다. 사건을 담당한 폴 엥겔마이어 판사는 권씨의 범행이 “전대미문의 사기”라면서 “피해자들은 은퇴 자금을 날리고, 거액을 잃어 병원과 학교조차 가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했다. 이어 권씨를 바라보며 “당신의 범죄는 사람들에게 400억달러(약 59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판사는 재판부에 제출된 탄원서 300여 통에 담긴 피해자들의 절규를 읽기도 했다. 재판이 시작되고 6시간쯤 흐른 오후 5시, 엥겔마이어 판사가 “징역 15년형을 선고한다”고 했다. 권씨는 아무 말 없이 손발이 묶인 채 법정을 떠났다.

그래픽=양인성

◇검찰 구형보다 높은 형량 선고

이날 재판에서 권씨가 받은 혐의는 사기, 자금세탁 등 9개였다. 미국은 혐의별로 형(刑)을 합산하는 병과주의(倂科主義)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당초 권씨가 130년형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지난 8월 권씨가 입장을 바꿔 ‘사기 공모’와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면서 처벌 수위가 크게 낮아졌다. 유죄를 인정할 경우 형량을 경감·조정할 수 있도록 한 미국의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 제도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12년형을 구형하고 권씨를 상대로 1900만달러(약 280억원)와 그 외의 일부 재산을 환수하기로 했다. 권씨 측은 “징역 5년형을 선고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법원은 “권씨에게 더 큰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며 검찰 구형보다 높은 15년형을 선고했다.

권씨는 미국에 송환되기 전 몬테네그로에서 수감됐던 17개월과 지난 1월부터 미국에서 수감된 기간은 형기를 채운 것으로 인정받았다. 15년에서 이 기간을 뺀 남은 기간을 교도소에서 보내게 된다. 플리바게닝 과정에서 검찰은 권씨가 미국에서 형기의 절반을 복역한 뒤 해외 이송 신청을 할 경우 반대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권씨가 미국에서 형기를 마치기 전에 한국으로 오게 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 송환되면 재판받을 수 있어

‘테라·루나 폭락 사태’는 권씨가 공동 설립한 테라폼랩스가 2019년 발행한 가상 화폐 ‘테라(테라USD)’와 이를 보조하는 ‘루나’의 가격이 2022년 5월부터 폭락하며 전 세계 투자자에게 큰 피해를 입힌 사건이다. 권씨는 테라가 미 달러와 안정적으로 연동되는 이른바 ‘스테이블코인’이라고 주장했지만 거짓으로 밝혀졌다.

권씨는 폭락 사태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세르비아를 거쳐 몬테네그로에 입국했고, 2023년 3월 23일 현지 공항에서 UAE 두바이행 전세기에 탑승하려다 위조 여권이 발각돼 체포됐다. 몬테네그로에서 수감된 권씨에 대해 한국과 미국이 동시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 몬테네그로 당국은 어느 나라로 송환할지를 두고 여러 차례 결정을 번복하다가 미국으로 권씨를 송환했다.

권씨에 대한 수사와 소송은 미국과 한국 양측에서 진행됐다. 미국에서는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권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내 작년 6월 약 46억7800만달러(약 6조9122억원) 규모의 환수금 및 벌금 납부에 합의했다. 아직 환수금·벌금 납부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권씨는 한국에서도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는 2022년 9월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권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받아둔 상태다. 권씨가 한국으로 올 경우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권씨 측 변호인은 재판에서 “권씨가 한국 검찰의 수사도 받고 있어 중복 처벌될 수 있다”며 선처를 구했지만 엥겔마이어 판사는 “한국 법원에서 일어날 일을 추측할 수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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