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칼럼] 성남시는 왜 ‘대장동 로펌’을 못 구해 애먹나
손배 소송을 내며
대형 로펌들을
고용하려 했지만
다 거절당했다…
변호사마저 정권을
겁내는 것이다

지난주 국무회의에서 기묘한 장면이 목격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정성호 법무장관을 향해 “요즘 저 대신에 맞느라 고생하신다”고 했다. 백조의 우아함엔 “수면 아래 엄청난 발의 작동이 있다”며 알쏭달쏭한 선(禪)문답을 덧붙였다.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정 장관이 대통령을 위해 무언가를 했고, 그것 때문에 공격받고 있다는 뜻이었다. 맥락 없이 나온 말이어서 무얼 지칭한 것인지 제3자는 알 도리가 없었다. 정 장관은 즉각 “잘 알고 있다”고 화답했다. 전 국민이 보는 생중계 회의에서 둘만 아는 이심전심(以心傳心)의 비밀 대화를 나눈 모양새였다.
단순한 격려는 아니었다. 대통령을 대신해 얻어맞은 장관이라면 집값 급등으로 비난받은 국토부 장관, 대출 규제로 원성 산 금융위원장이 먼저였다. 한미 관세 협상 때 기재부·산업부 장관도 야당 공격에 시달렸다. 국정 수행으로 고생한 장관이 수두룩한데 이 대통령은 법무장관만 콕 집어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수면 아래’라는 묘한 언급까지 달았다. 의미심장한 대목이 아닐 수 없었다.
짚이는 것은 있었다. 정 장관이 취임 이후 ‘맞느라 고생’한 것은 한 번뿐이다.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다. 그는 항소를 막은 ‘윗선’으로 지목돼 곤욕을 치렀다.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당하고 야당에게서 사퇴 요구를 받았다. 항소 포기는 이 대통령의 재판 리스크와 관련이 있다. 대장동 사건으로 별도 기소된 이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조치다. 외압 행사가 사실이라면 정 장관이 대통령을 위해 총대를 멘 셈이 된다. “나 대신 맞았다”는 대통령의 말이 딱 떨어진다.
대부분 언론이 그렇게 추정해 썼다. 작은 오보에도 득달같던 대통령실은 어떤 부인도, 정정 요구도 하지 않았다. 추측이 틀리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그렇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법무장관이 대통령을 위해 항소를 막았고, 그런 사정을 이 대통령도 인식하고 있다는 논리적 필연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미스터리는 이 대통령의 ‘심리’였다. 자칫 정권 스캔들로 문제 될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얘기를 공개적으로 할 수 있는 그 강력한 멘탈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무엇이 그런 여유와 자신감을 만드는 걸까.
놀랍지만 새삼스럽진 않다. 이 대통령이 자신의 재판 혐의를 소멸시키려 올인하고 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개인 방탄에 국가 시스템을 동원하는 데도 주저하지 않는다. 이 대통령은 야당 대표 시절 거대 정당을 전속 로펌처럼 부렸다. 대통령이 되어서도 입법·행정권을 사적으로 활용한다는 논란을 부르고 있다. 여당은 법을 고쳐 대통령이 기소된 죄목 자체를 없애려 한다. 판사·검사를 압박하는 폭주도 서슴지 않고 있다. 합법의 외피를 썼지만 실상은 법치를 흔드는 헌법 교란에 가깝다. 국정 농단 시비를 부를 만한 국가 권력의 사유화다.
대통령의 강렬한 의지 앞에 국가 기관들은 속속 무릎 꿇고 있다. 공소 유지를 책임진 검찰은 대장동 항소를 포기하면서 사실상 대통령 편에 섰다. 시민단체가 항소 포기 관련자를 고발하자 경찰은 본청 수사팀에 배당하는 대신 수사 능력이 허약한 일선 경찰서로 사건을 넘겼다. 수사하기 싫다는 얘기였다. 감사원은 과거 감사 결과를 줄줄이 뒤집으며 친정권 대열에 합류했고, 헌법재판소는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4심제’에 찬성한다며 중립성 시비를 자초했다. 특검은 야당만 들쑤시고, 돈을 받았다는 여당은 건드리지도 않았다. 사법기관들이 ‘정권의 개’가 됐다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 없게 됐다.
성남시가 대장동 일당에 대한 재산 가압류를 신청했다며 낸 보도자료에 기가 막힌 구절이 있었다. ‘다수의 법무법인에 소송 대리인 선임을 타진했지만 난항을 겪었다.’ 대장동 일당이 갈취한 범죄 수익금을 회수하기 위해 민사 소송을 제기하면서 대형 로펌들에 변호를 맡기려 했지만 모조리 거절당했다는 것이었다. 큰 사건을 맡을 만한 역량이 되는 상위 로펌들이 하나같이 손사래를 쳤다고 한다. 결국 성남시는 자문 변호사를 내세워 급한 대로 가압류 신청부터 낼 수밖에 없었다.
돈이 되면 흉악범 변호도 마다하지 않는 게 로펌의 생리다. 대장동 소송은 청구액만 수천억 원짜리여서 수임료도 상당하다. 그런데도 로펌들이 피하는 것은 성남시의 상대편 피고인에 이 대통령이 포함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통령과 반대편으로 찍히면 불이익받을까 겁내는 것이다. 반면 정권과 친하다고 소문난 로펌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친민주당으로 유명한 L 변호사와 이 대통령의 연수원 동기 K 변호사가 이끄는 로펌엔 굵직한 의뢰인들이 장사진을 쳤다고 한다. 변호사 시장마저 정권에 장악됐다.
권력이 불편해하는 사건은 변호인조차 구하기 힘든 나라에서 사법 정의가 제대로 설 리 없다. 그런 지경을 만든 대통령은 통일교 스캔들이 터지자 “여야 막론 엄정 수사”를 지시했다. “존경한다고 하니 진짜인 줄 알더라”는 말이 떠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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