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BBC "韓 수능 영어 난이도는 '미친 수준'… 문제 한번 풀어 보라"

2026학년도 대수능 문항 2개 제시하며
"영어 아닌 풀이 요령 주입" 비판 소개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11월 13일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 마련된 고사장에서 수험생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영국 BBC방송이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영역의 난이도가 악명이 높은(notoriously) 수준이라며 최근 이어진 '불수능' 논란을 소개하는 보도를 냈다. BBC는 지난달 치러진 2026학년도 수능 영어 영역 일부 지문을 소개하며 독자들을 향해 직접 문제를 풀어보라고도 제안했다.

BBC는 11일(현지시간) "한국의 대학입학 시험인 수능의 영어 영역은 일부 학생들로부터 '고대 문자 해독'이라거나 '제정신이 아닌(insane) 난이도'라는 평가를 받는다"며 이와 같이 전했다. BBC는 비디오 게임 용어와 관련한 2026학년도 수능 영어 39번 문항을 보도에 그대로 실으며 "많은 이들이 해당 문제를 비롯해 다른 여러 문항의 단어 사용을 비판했다"고 전했다. 이어 "교사들이 영어를 가르치기보다는 문제 푸는 요령을 주입하게 된다"는 정채관 인천대 교수의 비판을 기사에 담기도 했다.

한국 수능 제도 자체에 대한 소개도 이뤄졌다. BBC는 수능이 "매년 11월에 실시되는 악명 높은(infamous) 8시간 '마라톤' 시험"이라며 "수험자들의 대학뿐 아니라 직업, 소득, 미래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썼다. 이어 "학생들은 한국어와 수학, 영어, 사회,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200개 문항을 풀게 된다"며 "많은 청소년이 이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살아가고, 일부는 4살때부터 '입시학원'에 보내지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기사 말미에서는 칸트에 대해 다룬 2026학년도 수능 영어 34번 지문을 덧붙이며 직접 문제를 풀어보라고 제안했다.

BBC는 "올해 시험 난이도를 두고 비판이 거세지자 발생한 '혼란'에 시험 시행을 총괄하는 최고 관리자가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며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지난 10일 중도 퇴진한 사실도 전했다. "1993년 수능 도입 이후 12명의 평가원장 가운데 4명만이 3년 임기를 온전히 마칠 수 있었다"며 "대부분은 문항 오류로 사임했고, 오 평가원장은 문항의 난이도로 사임한 첫 사례"라고도 덧붙였다.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