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꽝 소리만 들려도”…잇단 재난사고에 광주전남 시도민들 “가슴 철렁”
광주서 또 공사현장 붕괴사고…잇단 대형 안전사고에 불안 커져
“언제 어디서 사고 날 지 몰라”…광주·전남 ‘사고 트라우마’ 확산
(시사저널=정성환·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세월호 침몰사고, 학동 재개발 건물 철거 붕괴, 화정동 아이파크 신축아파트 붕괴, 제주항공여객기 참사, 신안 여객선 섬 좌초 그리고 광주 대표도서관 붕괴사고까지.'
광주전남 지역의 육상과 해상, 공중(육해공)을 가리지 않고 인명 피해를 수반한 대형 사고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시도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들 사고가 마치 현실에서의 재난 블록버스터를 방불케 하는 끔찍한 장면을 보여주면서 '재난 공포증'을 호소하는 주민들도 늘고 있다. 또한 도미노처럼 후진국형 대형 안전사고가 잇따르면서 지역사회가 뒤숭숭한 분위기다.
지역민들은 반복되는 대형 참사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광주의 대형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건물 밖으로 빠져나온 김숙희(54)씨는 "상무지구 도서관 붕괴사고 소식에 또 큰일이 나나 싶었다. 요즘 이런 일들이 너무 많아서 가슴이 철렁했다"고 말했다.
이슬기(34·무안군 남악리)씨는 "세월호 참사 때도 그때도 추모하면서 '아 이런 큰 참사는 나타나면 안 되겠다' 이걸 많이 느꼈는데, 불과 몇 년 안 돼서 제주항공 참사 등 또 같은 일이 반복되는 걸 보고서, 왜 이렇게 안 좋은 일은 우리 지역에서 계속 일어나는 지 안타깝다"고 한숨 쉬었다.


육해공서 자고 일어나면 사고 또 사고…지역사회 '뒤숭숭'
광주에서 수년 전 철거하던 건물과 신축 중인 아파트 구조물이 무너지는 대형 안전사고 발생과 지난해 말엔 무안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대형 참사를 지켜봤던 지역민들은 올 한해를 마무리 짓는 시점에서 또 다시 광주대표도서관 신축 공사장에서 4명이 매몰되는 붕괴사고가 발생하자 가슴을 졸였다.
11일 오후 1시 58분경, 광주 서구 치평동 옛 상무소각장(폐기물 처리장) 부지의 광주대표도서관 공사 현장에서 2층 지붕을 콘크리트로 타설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지난 2022년 7명이 사망하거나 다친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에 이어 광주에서 또다시 붕괴사고가 일어났다.
해당 공사 현장은 지상 2층, 지하 2층 규모로 연면적은 1만1640㎡다. 공사 현장에는 모두 97명의 인부가 작업 중이었는데 이 중 4명이 구조물에 매몰됐다. 모두 하청업체 소속 한국인 노동자들이다.
매몰자 중 옥상 층에서 작업하고 있던 미장공 A(47)씨 등 2명은 현장에서 수습됐으나 숨졌고, 나머지 2명은 12일 낮 12시30분 현재까지 매몰 위치조차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당국은 2층 지붕(옥상) 콘크리트 타설 과정에서 붕괴가 시작돼 지하층까지 연쇄 붕괴하면서 작업자들도 함께 매몰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광주에서 지난 2021년부터 누적 공사현장 내 대형 붕괴사고는 3건에 이른다. 이번 사고에 앞서 두 번의 큰 붕괴 사고가 있었다.
지난 2022년 11월 광주 서구 화정동 800여 세대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외벽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 노동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38층 건물 최상층부터 18층까지 건물 한쪽 귀퉁이가 함몰돼 잔해물이 지상으로 낙하하는 대형사고였다.
당시 사고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불과 7개월 전(2021년 6월) 동구 학동 재개발공사 현장에서 철거 건물이 붕괴해 17명이 죽거나 다친 악몽을 떠올리며 몸서리를 쳤다. 특히 이 현장의 시공사가 HDC현대산업개발이어서 충격이 배가됐다. 광주시민들은 학동 재개발 현장 철거 건물 붕괴 참사로 17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그 건설사의 시공 현장에서 악몽이 재현되자 "또 부실이냐"며 경악했다.
당시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 사업지에서는 철거 중이던 지상 5층 건물이 무너지면서 인근 정류장에 정차한 '운림 54번'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자녀 생일상을 준비하러 시장에 다녀오던 어머니와 가족들의 병문안을 다녀오던 시민 등이 이 사고로 무고하게 희생됐다.

"쾅 소리에 배 기울어"…신안서 267명 탄 여객선 좌초
해상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19일에는 세월호 비극을 떠올리게 하는 여객선이 섬과 충돌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해 시도민들을 불안하게 했다. 지난달 19일 오후 8시 17분쯤 전남 신안군 장산면 족도 인근 해상에서 2만6000톤급 대형 여객선이 좌초하는 해상사고가 일어났다.
당국에 따르면 제주에서 전날 오후 4시 45분께 승객 246명, 승무원 21명 등 267명을 태우고 목포를 향해 출발한 퀸제누비아2호가 항해사의 딴짓으로 무인도인 족도 위에 선체 절반가량 올라서며 좌초했다. 좌초 당시 충격으로 통증을 호소한 승객 27명이 병원으로 분산 이송됐으며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어둠이 짙게 깔린 야간 운항 중 벌어진 이 예기치 못한 사태는 탑승객들에게 씻을 수 없는 '공포의 밤'을 안겨줬다.
이 소식을 접한 지역민들도 세월호 사고 악몽을 떠올리며 불안에 떨기에는 마찬가지였다. 이순호(65·전남 해남 문내면)씨는 "여객선 좌초 뉴스를 보고 세월호 침몰 사고가 생각났다"며 "(사고를 당한 승객들이) 배 안에 있을 때 이런 무서운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 싶었다"고 했다.
전남 진도 임회면 진도항 부근에서 펜션과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미숙(63)씨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가 딸이 제주~목포 여객선이 좌초됐다고 고함을 질러 놀라서 깼다"며 "세월호 트라우마 때문에 또 큰일을 치르는 것 아닌가 걱정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말했다.
문제의 세월호 침몰 사고는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50분 경, 전남 진도군 조도면 부근 병풍도 해상에서 인천~제주 항로를 운항한 여객선 세월호가 전복돼 시신 미수습자 5명을 포함한 304명이 사망한 사고다. 4·16 세월호 참사 혹은 세월호 참사로도 불린다.
하늘 길도 예외는 아니었다. 2024년 12월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항공 사고가 일어났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다. 제주항공 7C2216편은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9시 3분께 랜딩기어(비행기 바퀴)가 펼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안공항 활주로에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가 외벽(둔덕)과 충돌해 기체 대부분이 화염에 휩싸이는 사고를 당했다.
여객기 사망자는 179명, 구조자는 2명으로 집계됐다. 제주항공 7C2216편에는 승객 175명, 객실 승무원 4명, 조종자 2명 등 총 181명이 타고 있었다. 이 사고는 국내에서 발생한 항공기 사고 중 피해 규모가 가장 컸다.

'참사' 슬픔 곁에서 목격…광주·전남 지역민 '트라우마' 호소
대형 재난사고가 날 때마다 광주전남 지역민들은 대부분의 희생자들이 자신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에 슬픔과 충격에 빠졌다. 대표적으로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의 참혹한 모습을 목격한 광주전남 지역민들은 정신적 충격과 트라우마를 호소했다.
목포에 사는 박아무개씨는 "너무 마음이 아파 한동안 일손이 잡히지 않을 만큼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평생을 함께 살아온 이웃을 잃어버린 영광의 한 마을 주민들은 큰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한 마을 주민은 "속이 아프고 희생자 집 앞을 지나다니면서 (희생자의 빈)집을 쳐다보면 아주 마음이 괴롭다"고 전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179명 중 157명(태국 1명 포함)이 광주·전남 지역민이다. 10명 중 9명(87.7%)이 지역민이라는 뜻이다. 이 참사로 전 국민이 시름에 빠졌지만 희생자가 대거 몰려 있는 지역민들의 정신적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당장 유족 수백명이 광주·전남에 거주하거나 연고를 둔 지역민으로 이들과 인연이 있는 지역민만 수천명이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심리 전문가들은 지역민들이 지인들의 슬픔을 곁에서 자주 목격하게 되는 등 위험한 상황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KBS광주방송총국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참사 이후 트라우마 증상을 경험한 적 있다가 28%로 전체 응답자 4명 가운데 1명꼴로 불안과 우울, 불면증 등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광주가 27%, 전남이 29%로 나타났는데, 특히 사고가 난 무안 지역은 31%에 달해 전체 대비 트라우마 경험률이 더 높았다.
트라우마 증상은 50대부터 70대 이상 중장년층에서 두드러졌다. 60대의 41%가 트라우마를 경험했다고 응답했고, 50대와 70대 이상도 각각 35%가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 조사는 지난 2월 13~15일 광주시, 전남도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608명에게 전화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95%의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2.4%포인트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사고 당사자가 아니어도 '나에게 일어난 일'인 듯 비탄에 빠지거나 불안 증상을 호소하는 '대리 외상 증후군' 등 심리적 외상을 겪을 여지도 있다. 김경민 호남권트라우마센터 센터장은 "재난이 발생하면 피해 당사자인 1차 경험자부터 5차까지 나눈다"며 "사고 소식을 접한 모든 이들이 심리적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지역민들이 불안해하는 것처럼 실제로 광주전남에서 재난 사고가 급증한 것일까. 전문가들은 사고 자체의 증가보다는 '대형 재난 효과'에 따른 불안감 증폭 쪽에 무게를 실었다. 이석동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겸임교수는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세월호 침몰이나 제주항공 참사 등 대형 재난사고와 맞물린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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