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원만 더 채우면 VIP 되는데…샤넬백 대신 결제해주면 30만원 드립니다”

방영덕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byd@mk.co.kr) 2025. 12. 1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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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 VIP 실적 두고
고객 간 편법 거래 기승 부려
백화점들, 각종 모니터링 체제 강화하며
적발시 VIP 자격 박탈
[연합뉴스]
연말이 다가올수록 마음을 졸이는 백화점 고객들이 있다. 내년도 백화점 우수고객(VIP) 자격을 얻기 위한 실적 조건을 바로 코 앞에 둔 이들이다. 부족한 몇 백, 몇 천만원만 채우면 1년간 ‘떵떵’ 거릴 수 있는 백화점 VIP이 된다는 생각에 급기야 ‘남의 실적’을 사 자신의 것으로 채우는 이들이기도 하다.

실제로 최근 중고거래 전문 플랫폼에는 “올해 300만원 부족합니다. 대신 결제해주시면 즉시 현금 지급”, “샤넬·루이비통 500만~1000만원 대리결제 구함. 5% 수수료” 등의 게시물이 눈에 띈다. 이른바 백화점 VIP가 되기 위한 ‘구매 실적 거래’가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2026년 백화점 VIP 기준 얼마나 높길래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갤러리 라파예트 오스만 지점의 VIP라운지인 ‘르 꽁시에르주(Le Concierge)’ 전경. [롯데백화점]
올해 백화점 3사는 모두 VIP 등급 기준을 강화했다. 신세계백화점은 2026년 VIP 최상위 등급인 ‘트리니티’를 상위 999명에게만 부여하며, 블랙다이아몬드(1억2000만원 이상), 다이아몬드(7000만원), 플래티넘(5000만원) 등급별 구매 기준을 높였다.

롯데백화점 역시 에비뉴엘(AVENUEL) 체계를 재정비하면서 기존 최상위 등급인 ‘에비뉴엘 블랙’을 최상위 777명만 받을 수 있도록 한정했다.

‘에비뉴엘 에메랄드’의 기준 역시 기존 1억원에서 1억2000만원 이상으로 올렸으며 이와 맞물려 8000만원 이상 구매자를 위한 ‘에비뉴엘 사파이어’ 등급을 신설했다. 기존 구매금액 5000만원 이상인 VIP 에비뉴엘 퍼플과 에비뉴엘 에머랄드 사이에 새롭게 생긴 등급이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2026년 2월 1일부터 구매 실적 최상위 고객들을 위한 새로운 VIP 등급을 신설하기로 했다. 기존 최상위 등급인 ‘자스민 블랙(1억5000만원 이상)’ 보다 높은 구매력을 가진 고객들이 선정될 예정이다. 이어 ‘자스민 블루’는 1억원 이상, ‘자스민’은 6500만원 이상이 현대백화점의 VIP가 된다.

이들 백화점 모두 VIP에게는 명품 선구매·사전 예약, 전용 라운지, 발레파킹, 전담 MD 배정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명품 구매 수요가 높은 소비층 사이에서는 “백화점 VIP가 아니면 원하는 제품을 사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아 연말 VIP 실적 채우기 경쟁을 더 유발하는 모습이다.

왜 ‘대리결제 거래’ 문제인가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에 올라온 백화점 실적 거래 관련 글들.
자신의 소비 패턴에 맞게 실적을 채워 백화점 VIP가 되는 것은 문제될 게 없다. 그런데 부족한 구매 금액을 채우기 위해 타인에게 자신 명의의 신용카드를 빌려주고, 고가의 명품 등을 대신 결제하도록 하는 식의 거래는 단순한 편법을 넘어선 일이어서 문제다. 신용카드를 빌려받은 이들은 명품을 산 후 구매액의 5~6% 수수료를 받고 있다.

이같은 실적 거래는 명백히 백화점 약관 위반이다. 백화점 VIP 실적은 ‘본인 명의 카드로 본인이 구매한 금액’만 인정된다. 타인에게 결제를 맡기면 실적 조작이 되므로 VIP 박탈부터 라운지 이용 제한, 혜택 환수 등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실적 거래는 백화점을 속여 VIP 혜택을 취득한 것이어서 VIP박탈은 물론, 백화점 내 블랙리스트 명단에도 오르게 된다”며 “이같은 실적 거래가 사기 위험이나 금융 범죄로 이어질 소지가 높아 모니터링을 엄격히 하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사기 위험도 크다. 대리 결제를 한다며 선입금만 받고 잠적하거나, 명품 구매 이후 가품으로 바꿔치는 등 또 다른 사기 분쟁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결제 금액이 수백만~수천만 원이다보니 피해 규모가 큰 편이다.

타인의 카드를 대신 사용하는 행위 자체는 여신전문금융업법상 ‘부정사용’으로 분류된다. 카드 명의를 빌려주는 것 역시 처벌 대상이다.

이에 따라 백화점들은 VIP 선정을 앞둔 연말이 다가올수록 관련 감시를 강화한다. 대리 결제 의심 계정이나 비정상적 구매 패턴을 집중 모니터링하는 식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대량 결제 후 빠른 반품이나 특정 브랜드 반복 구매 등은 실적 거래로 의심해 조사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매자와 실적을 적립하려는 이들 간 개인 거래 형태이다보니 일일이 감시하기란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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