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사에 실명 위험까지…FDA 금지한 이마 필러, 왜 자꾸 반복?

박준규 2025. 12. 12.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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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의 성형의 원리]
미국에서도 필러는 흔한 시술이지만, 현재 문제가 되는 이마 필러는 널리 시행되지 않습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한 젊은 여성이 이마 필러 시술 후 피부 괴사와 실명 위기를 겪고 있다는 글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렸습니다. 그 글을 보며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저는 이전 칼럼에서도 여러 차례 필러의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해왔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사고가 계속 반복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필러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에서 이마 필러는 매우 흔한 시술입니다. 간단하게 볼륨을 보충하는 시술로 여겨지고, 주변에서도 흔히 보니까 자연스럽게 '안전한 시술'이라고 믿게 됩니다.

이마 필러 시술은 현재 승인되지 않은 부위로 '의사의 재량'에 의한 '오프라벨(off label) 시술'입니다. 대부분의 대중은 이 표현을 '단지 허가를 못 받은 시술' 정도로 이해합니다.

그렇다면, 승인되지 않은 '오프라벨' 시술은 단지 승인을 받지 않았을 뿐 문제가 없을까요?

우리나라 식약처의 필러 가이드라인(2025)에서 이마부위 필러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을 찾기 어렵습니다.

"혈관 내에 주입된 경우 실명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피부가 얇고 혈관에 주입될 가능성이 높은 미간 등 눈 주변 사용을 피하며, 시술 시 특히 주의해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와 함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숙련된 의료진에 의해 시술받는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필러 규정은 어떨까요? 미국에서도 필러는 흔한 시술이지만, 현재 문제가 되는 이마 필러는 널리 시행되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주로 시행되는 필러 부위는 입술, 앞볼, 팔자주름, 마리오네트 라인, 눈물고랑, 턱, 관자놀이, 손등 등입니다.

그 배경에는 FDA의 명확한 규정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는 흡수성 필러는 팔자주름이나 입술 주름, 앞볼, 턱끝, 손등에만 승인되었습니다. 한국에서 흔히 시행되는 부위들과 비교하면, 승인된 부위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반면, FDA는 가슴 확대, 엉덩이 확대, 미간, 코, 눈 주위, 이마, 목 부위의 필러 사용은 승인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FDA 규정의 문구입니다. 해당 규정의 원문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The FDA recommends against using dermal fillers - '

이 표현은 단순히 '아직 승인받지 않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FDA 문서가 전반적으로 완곡한 표현을 쓰는 것을 감안하면, 'recommends against'는 사실상 금지에 가까운 가장 강한 경고 문구입니다. 이보다 더 강한 단계는 'prohibited', 'illegal' 정도입니다. 즉, 아직 법적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의학적으로는 '하지 말아야 할 시술'이라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미국에서 이마 필러를 시행하는 것이 그 자체로 불법은 아니지만, 미국에서 이마 필러 시행 후 합병증이 생긴다면 의사는 법적으로 큰 책임을 지게 될 것입니다.

물론 FDA는 미국 기관이고 우리나라의 의료 행위에 직접적인 규제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전 세계 부작용 보고 시스템을 기반으로 가장 먼저 경고를 업데이트하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그 기준이 가지는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필러가 수술보다 안전하다'는 오해가 깊습니다. 한국에서는 필러가 너무 일상적으로 소비됩니다. 빠르고 간편해 보이고, 주변에서도 흔히 하니까 자연스럽게 그렇게 믿게 됩니다.

가슴 필러 부작용을 고백한 이세영. 사진=유튜브 영평티비

하지만 의학적으로는 그 반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국내에서도 과거 한 여성 연예인이 "수술이 무서워서" FDA 금지 부위인 가슴 필러를 선택했다가 큰 합병증을 겪은 일이 있었습니다. 수술이 무서워 선택한 시술이 오히려 더 큰 위험을 초래한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마·미간·코·눈 주변 같은 부위는 해부학적으로 혈관이 매우 얕고 변이가 많습니다.

아주 작은 양의 필러만 혈관 안으로 들어가도 피부 괴사, 실명, 심하면 뇌경색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숙련된 의료진에게 받는 것이 당연히 중요하지만, 숙련도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위 자체의 위험'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 사실이 대중에게 거의 전달되지 않습니다. 이 정보의 부재가 바로 위험의 반복을 만드는 구조적 문제입니다.

필러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떤 도구든 사용해서는 안 되는 영역이 있습니다.

이마, 미간, 코, 눈 주변, 가슴, 엉덩이 같은 부위에 대한 FDA의 'recommends against'는 단순한 오프라벨이 아니라 사실상 금지 수준의 경고입니다. 이 가장 기본적인 사실만 정확히 전달되어도 많은 부작용들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식약처 역시 관련 가이드라인을 점차 보완하고 있지만, 아직 이마·미간·코·눈 주변처럼 고위험 부위에 대한 명확한 금기 기준은 아쉬운 상황입니다. 앞으로는 환자 안전을 위해 이 부분이 더욱 구체적으로 정비되기를 기대합니다.

이번 사건이 단순한 개인의 불행으로 끝나지 않고, 필러 안전성에 대한 근본적인 오해를 바로잡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해당 환자분의 쾌유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박준규 원장 (parks@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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