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협력사 인수’에 주가 2배 뛴 ‘성호전자’… CB 투자자들은 아쉬운 이유
성호전자 콜옵션 100% 보유… “CB 되사들일 수 있어”
주가 상승 이어질 경우, 전환 차익 4배 이상
성호전자가 엔비디아 자회사에 제품을 공급하는 에이디에스테크를 인수한다는 소식에 주가가 두 배 넘게 치솟았다. 주가가 오르면서 함박웃음을 짓는 일반 주주와 달리 회사가 발행한 전환사채(CB)에 투자한 코스닥 펀드들은 아쉬운 상황이 됐다. CB에 회사가 원하면 채권을 회수할 수 있는 ‘콜옵션(매수청구권)’이 붙었기 때문이다.
CB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채권이다. 투자자는 만기까지 CB를 보유하다가 정해진 이자를 받을 수 있고, 주가가 오르면 전환권을 행사한 뒤 주식을 매도해 이익을 낼 수도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성호전자는 11일 전 거래일보다 1020원(16.32%) 내린 5230원에 마감했다. 지난 5일 2970원 수준이던 주가는 에이디에스테크 인수 소식이 전해지며 불과 3거래일 만에 2배 넘게 오른 6250원까지 치솟았다. 이날 상승분을 일부 반납해 5230원으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4거래일 전 대비 1.78배 높은 수준이다.
성호전자 주가가 급등한 이유는 회사가 에이디에스테크 인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2000년 설립된 광모듈 정렬 장비 제조업체 에이디에스테크는 엔비디아(NVIDIA) 자회사인 멜라녹스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지난해 매출 80~90%는 멜라녹스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고사양 광모듈 정렬 장비를 만드는 글로벌 업체는 에이디에스테크와 피컨텍 두 곳뿐인데, 피컨텍이 지난해 중국에 인수되면서 에이디에스테크의 성장 가능성이 더 부각되고 있다. 주주들은 회사의 인수 결정에 환호했다.
그런데 지난 7월 발행된 170억원 규모 CB를 인수한 코스닥 펀드들은 아쉬운 상황이다. 이 CB에는 콜옵션이 100% 붙어 있어 성호전자가 이를 행사하면, 펀드들이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해 시장에서 차익을 낼 기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성호전자는 지난 7월 CB 16·17회차를 발행해 각각 120억원, 50억원의 자금을 모집했다. 전환 가액은 1150원, 만기 이율은 각각 연 5%, 4.5%다. 전환권은 각각 2027년 2월과 8월부터 행사할 수 있다. 두 건의 CB가 모두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발행 주식 수는 1478만2608주 늘어난다. 현재 7092만2823주 대비 20.84% 규모다.
현재 주가(5230원)가 2027년 2월까지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CB 투자자들이 전환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차익은 1주당 약 4000원이다. 20억원을 투자한 프라임자산운용의 경우, 해당 전환권을 행사해서 시장에서 주식을 매도하면 약 80억원의 이익을 보는 셈이다.
CB 투자자들은 주가 상승 가능성보다 이자 수익에 더 무게를 두고 콜옵션 100% 조건으로 계약한 것으로 분석된다. CB는 전환권을 행사해서 차익을 남기지 않아도, 만기에 가서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다. 한 CB 투자자는 이번 주가 상승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이자 수익(5%)을 보고 들어간 투자라 100% 콜옵션으로 계약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성호전자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콜옵션을 행사하면 결국 CB를 사들여야 하는데, 원금 170억원과 이에 따른 이자를 지급해야 해 재무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다만 성호전자는 앞서 비슷한 상황에서 콜옵션을 행사한 바 있다. 성호전자는 지난해 발행한 11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대해 지난 10월 2일 콜옵션 100%를 전량 행사해 되사들였다. 당시 주가는 1042원으로 전환가액(1659원)보다 낮아 BW 투자자들이 인수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크지 않았음에도 성호전자는 선제적으로 콜옵션을 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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