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슬로 등장 마차도 “노벨상 갖고 귀국할 것”…미군 지원 속 목숨 건 탈출기

11일(현지시각)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모습을 드러낸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베네수엘라의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58)는 노벨평화상을 가지고 베네수엘라로 귀국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벨평화상 수상을 위해 베네수엘라에서 은밀히 출국한 마차도는 이날 오슬로에서 기자들에게 “나는 베네수엘라 국민을 대신해 이 상을 받으려고 왔고, 적절한 때에 베네수엘라로 이를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그것이 언제인지는 말하지 않겠다”면서 “이 폭정을 곧 끝내고 자유 베네수엘라를 이루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도착 직후 비비시와 인터뷰에서도 귀국하면 직면할 위험에도 불구하고 “물론 나는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마차도는 출국에 성공했으나, 귀국하지 못하는 위험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적했다. 그가 해외에 머문다면 국내에서 영향력이 축소될 수 있다. 과거 베네수엘라의 야권 지도자들은 망명한 뒤 정치적 영향력을 상실했다.
마차도는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단속을 피해 은신하던 중 노벨상을 받으려고 은밀히 출국했으나, 뒤늦게 오슬로에 도착해 수상식에는 참가하지 못했다. 그는 10일 밤 오슬로에 도착해, 노벨상 수상자들이 머무는 오슬로그랜드호텔에 머물고 있다. 마차도는 비비시와 회견에서 “지난 16개월 동안 나는 누구와도 포옹하거나 접촉하지 못했다”며 “갑자기 몇 시간 만에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고, 만지고, 울고, 함께 기도할 수 있게 됐다”고 기쁨을 표했다.
마차도는 11일 아침 호텔 발코니에 서서, 자신을 보려고 모여든 군중들에게 손을 흔들며 베네수엘라 국가를 부르고 국기를 흔들었다. 거리로 내려가서는 군중들과 포옹하고 악수도 했다.
마차도는 8일 자신이 은거하던 카라카스 교외의 안전가옥을 나와서, 10일 오슬로에서 열리는 노벨평화상 수상식에 참가하기 위해 은밀한 여정을 시작했다. 그는 은신처로 나온 뒤 10군데의 군 검문소를 통과해야 하는 10시간의 긴장된 잠행 끝에 한 어촌 마을에 도착했다. 9일 새벽 5시, 그를 위해 대기하고 있던 나무 쪽배에 2명의 조력자와 함께 타고서 카리브해로 나갔다.
출발에 앞서 마차도 일행은 미군 쪽에 연락했다. 최근 카리브해에서 잇달아 일어난 미군의 마약선박 단속을 피하는 동시에 협조를 얻기 위해서였다. 미국 정부 쪽은 이에 대해 언급을 회피했다. 하지만, 미 해군의 F-18 전투기 2대가 마차도의 배가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퀴라소로 가는 항로 근처 상공에서 약 40분 동안 선회비행했다. 미국이 지난 9월 카리브해에서 군사력을 전개한 이후 미군 전투기가 가장 베네수엘라 영공에 접근한 것이다.
마차도는 10시간의 항해 끝에 이날 오후 3시 카리브해에 있는 네덜란드 섬 퀴라소에 도착했다. 마차도는 퀴라소에서 도피를 돕는 전문 업자를 만났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공급한 인력이었다. 다음 날인 10일 마차도는 마이애미의 지인이 제공한 전용 제트기를 타고 미국 메인주 반고르를 경유해 오슬로로 향했다.
마차도가 퀴라소를 출발할 때는 노벨상 수상식이 열리기 직전이었다. 마차도는 대리 수상한 딸에게 음성메시지를 보냈는데, 그는 “많은 사람이 목숨을 걸어서” 자신이 베네수엘라를 떠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마차도 쪽은 그의 출국에 베네수엘라 정부 관리가 협력했다며, 이는 마두로 정권 붕괴에 관리들이 협력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마차도는 오슬로에서 며칠 휴식을 취한 뒤 약 1주일 동안 유럽 국가들의 수도를 순방할 계획이다. 마차도는 이 순방에서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뒤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부통령은 마차도와 야권이 베네수엘라의 방대한 석유 등 광물자원을 약탈하려는 미국의 제국주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그 쇼는 실패했고, 그 여자는 나타나지 않았다”며 “베네수엘라에 대한 봉쇄, 침공, 폭격을 요구하는 그런 극렬분자, 파시스트들은 패할 것이고, 노르웨이에서 그들의 값싼 쇼도 파탄 났다”고 비난했다.
마차도는 지난해 베네수엘라 정부로부터 출국금지 명령을 받고, 16개월 동안 은신해왔다. 그는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이 결정된 뒤 트럼프 덕분에 상을 받게 됐다고 감사를 전했다. 마차도는 베네수엘라 침공을 지지하는 트럼프 행정부 내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 등 강경 매파들의 의견에 동조해,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를 외국의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이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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