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집 보여줄 의무는 없지만 계약서에 특약 있다면 협조해야

2025. 12. 1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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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임대차 시장에서 자주 듣게 되는 말이 있다.

"임차인이 집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2023가합46324 판결에서도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지연과 임차인의 협조 여부는 법적으로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고 판시했다.

예를 들어 "임대차 종료 3개월 전부터 새로운 임차인 확보를 위해 집을 보여주는 데 협조한다"는 특약사항이 명시돼 있었고, 임차인이 이를 반복적으로 어긴 사례(2022가합517560)에서 법원은 이를 계약상 부수의무 위반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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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임대차 시장에서 자주 듣게 되는 말이 있다. "세입자가 집을 안 보여줘요. 새 계약을 못 하면 보증금도 못 돌려주는데…."

전세 사고 빈발 이후 임차인들은 계약 만료일이 되면 보증금이 나오든 말든 일단 짐을 빼고, 보증금이 반환되지 않으면 임차권등기명령과 보증보험을 통해 권리를 지키는 것이 하나의 표준 절차가 됐다. 불안정한 시장에서 임차인이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이 정착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관행처럼 굳어졌던 '다음 임차인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주는' 문화는 사라졌다. 임대인의 자금 유동성보다 임차인의 안전이 우선시되는 구조가 굳어지며, 자연스럽게 '집 보여줄 협조 의무'는 빈번한 분쟁 중 하나로 떠올랐다.

결론은 명확하다. 임차인에게 집을 보여줄 법적 의무는 없다. 민법·주택임대차보호법 어디에도 '후속 임차인 확보를 위해 집을 보여줘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법원 역시 일관된 입장을 유지해왔다. "임차인이 집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2023가합46324 판결에서도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지연과 임차인의 협조 여부는 법적으로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고 판시했다. 즉, 보증금 반환 의무는 임대인의 절대적 책임이며, 임차인의 협조 여부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이 원칙이 현장의 오해를 바로잡는 핵심이다.

물론 법적 의무는 없지만 임차인이 모든 상황에서 협조를 거부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민법 제2조의 '신의성실의 원칙'은 임차인에게 최소한의 소극적 협조 의무를 요구한다. 소극적 협조란 개인 생활에 큰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제3자가 집을 확인할 수 있도록 고의로 방해하지 말라는 의미다. 2023가합406903 판례는 이를 구체적으로 정리했다. "임차인은 적극적으로 집을 홍보하거나 노력해야 할 의무는 없다. 다만 자신의 생활에 과도한 침해가 없는 범위 내에서 임대인의 매도·재임대 활동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밤 9시에 갑자기 전화해 집을 보여달라는 요구를 거절하는 것은 신의칙 위반이 아니다.

최근 '집 안 보여주면 지연손해금 못 받는다'는 말도 떠돌아서 임대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이는 아주 특별한 사정을 가진 대법원 판결(2022다302497)이 와전된 것이다. 임차인이 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승소해 연 20%의 지연손해금을 받게 됐다. 그러자 판결 선고 전까지는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는 데 협조하던 임차인이 판결 선고 이후 집주인의 협조 요청을 거절하고 집을 보여주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를 이행 제공의 중지로 판단했다. 임차인이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임대인도 의무 이행을 거절할 권리가 있다며, 임차인이 집을 보여주지 않은 시점부터의 지연손해금은 받을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모든 분쟁에서 가장 강력한 기준은 결국 계약서다. 예를 들어 "임대차 종료 3개월 전부터 새로운 임차인 확보를 위해 집을 보여주는 데 협조한다"는 특약사항이 명시돼 있었고, 임차인이 이를 반복적으로 어긴 사례(2022가합517560)에서 법원은 이를 계약상 부수의무 위반으로 봤다. 즉, 임차인이 이를 거부하면 계약 위반이 되고 실제 불이익도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입주자 공지사항' 정도에 적힌 포괄적인 문구(2020가단5301790)는 계약상 의무로 보지 않았다. 명확한 특약만이 법적 효력을 갖는다. 그러므로 임대인은 계약서에 특약을 명확히 넣고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 요청해야 한다. 임차인 역시 보증금을 원활히 돌려받기 위해 일정 수준의 협조가 오히려 유리하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다만 과도한 방문, 무리한 시간대 요청은 거절할 수 있다.

[양정아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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