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게 당신의 자녀를 노린다 : 룰렛 사기 위험한 습격 [추적+]

이혁기 기자 2025. 12. 1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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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알바 위험한 유혹 02_룰렛의 덫②
룰렛 사기 SNS 타고 기승 
최근엔 청소년 피해자도 늘어나
청소년 사기 인식조차 못해
친구에게 추천하는 악순환도
부업 사기는 청소년에게도 손길을 뻗치고 있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 룰렛을 활용한 부업 사기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사기꾼은 '꽝 없는 룰렛'이라면서 접근한 뒤, 판돈을 받으면 연락을 끊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지릅니다. 호객 방식도 대범합니다. SNS에선 사기꾼들이 제작한 룰렛 홍보 영상을 손쉽게 볼 수 있습니다.

# 문제는 SNS에 친숙한 청소년까지 룰렛 사기에 무방비하게 노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점을 잘 알고 있는지 사기꾼은 '맞춤형 룰렛'을 만들어 청소년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어떤 수법을 쓰고 있을까요? 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알바 위험한 유혹 02_룰렛의 덫' 두번째 편입니다.

우리는 '룰렛의 덫' 1편에서 사기꾼이 룰렛 사기로 피해자의 돈을 어떻게 빼앗는지를 살펴 봤습니다. 이들은 주로 SNS 채널에서 '룰렛으로 꽝 없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내용의 영상을 홍보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었습니다.

호기심에 연락해 온 이들에겐 '전문 도박사가 대신 룰렛을 돌리기 때문에 믿을 수 있다' '최대 10배까지 이익을 거둘 수 있다' 등의 온갖 감언이설로 마수를 뻗쳤죠. 그 말에 혹한 피해자가 돈을 입금하면 바로 즉시 연락을 끊고 잠적해 버리거나, '출금하려면 더 많은 예치금이 필요하다'는 말로 피해자를 한번 더 유인했습니다.

어느 쪽이든 피해자가 돈을 잃는 건 정해져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기꾼들은 '괜히 신고했다간 나도 불법 도박에 잡혀갈 수 있다'는 피해자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했습니다.

문제는 룰렛 사기꾼의 '검은 손'이 청소년에게까지 뻗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기 범죄의 주무대가 SNS나 메신저 등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청소년이 사기꾼의 레이더망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이는 통계로도 잘 드러납니다. 경찰청의 범죄통계에 따르면, 20살 이하 사기 범죄 피해자는 2013년 1만1580명에서 2023년 2만699명으로 10년 새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온라인 사기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청소년 사기 피해는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삼은 룰렛 사기의 수법은 꽤 다양합니다. 대전광역시교육청은 지난 4월 작성한 게시물에서 룰렛 사기의 4가지 유형을 공개했는데, 그중 하나가 '계정 팔로' 유형입니다.

방식은 이렇습니다. 사기꾼은 'SNS 계정을 팔로하면 룰렛을 돌려 상품을 주겠다'고 홍보합니다. 피해자가 호기심에 DM을 보내면 '돈을 입금하면 당첨 확률이 올라간다'며 본색을 드러내죠. 액수가 1만~5만원으로 워낙 소액이라 '속는 셈 치고 참여하는' 청소년 피해자가 적지 않다는 게 대전광역시교육청의 설명입니다.

이밖에 '룰렛으로 당첨금을 기부할 테니 최소 금액만 입금하라'면서 유혹하는 '기부 계정' 유형, '룰렛에서 꽝이 나오면 추가 입금하는 사람에게 위로금을 주겠다'며 입금을 유도하는 '위로금 지급' 유형, 라이브로 룰렛 게임을 진행하면서 돈을 걸라고 유도하는 '라이브방식' 유형 등이 있습니다. 수법은 제각각이지만,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으면 즉시 피해자의 계정을 차단해 버린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청소년 피해자의 피해액은 보통은 몇만원에서 10만원 안팎 수준입니다. 성인 피해자와 비교하면 규모가 큰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벼이 여겨선 안 됩니다. 청소년 피해자가 사기라고 인지하지 못해 반복해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뜻하지 않게 2차 피해로 확산하는 창구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친구들에게 '돈을 벌 수 있으니까 한번 해 보라'는 식으로 사기꾼의 계정 주소를 공유할지 모르니까요.

그나마 다행인 건 사기꾼 계정 주소를 공유한다고 해서 사기꾼과 '공범'이 되진 않는다는 겁니다. 한병철 변호사는 "사기꾼과 결탁한 상황이 아니라면 계정을 공유해도 금전적인 이득이 없으므로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자녀가 호기심에라도 룰렛 계정을 팔로하거나 친구들에게 공유하지 않도록 부모가 주도적으로 지도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온라인 부업사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사기란 걸 눈치채기 힘들 정도로 정교한 홈페이지와 입출금 시스템은 이제 기본입니다. '꽝이 없다'는 달콤한 문구와 도박 요소까지 곁들인 신종 부업사기는 투잡을 찾는 직장인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특히 청소년 피해자가 늘고 있다는 점은 위험한 신호입니다. 이는 온라인 부업 사기가 남녀노소 누구나 속을 수 있는 '일상 속 범죄'로 진화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온라인 부업 사기 피해를 계속 '개인의 선택이 낳은 결과'로 치부해도 괜찮은 걸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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