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SRT 10년 만에 통합 속도전…효율 개선? 독점 심화?

오유진 기자 2025. 12. 11.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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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T 좌석난 해소·KTX 요금 인하 기대 속 통합 효과 주목
독점 회귀 우려 여전…장기적 실익은 불투명

(시사저널=오유진 기자)

정부가 내년 말까지 KTX와 SRT를 단계적으로 통합한다. 2016년 SRT가 첫 운행을 시작한 지 약 10년 만이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수서역 SRT 승강장에 열차가 정차한 모습 ⓒ 연합뉴스

정부의 한국철도공사(KTX)과 주식회사 SR(SRT) 통합을 추진하면서, 양사의 통합이 철도 이용자들의 실익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합은 양사의 비효율 해소와 중복 투자를 막기 위한 취지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과거 제기됐던 독점과 안전성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면서 통합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철도공사에 누적된 부채도 통합 효과를 갉아먹을 변수로 지목된다.

정부는 지난 8일 고속철도 통합 로드맵을 발표하며 내년 말까지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와 SR을 순차적으로 완전 통합하겠다고 발표했다. 2013년 양사가 분리된 지 13년 만이자, SRT가 첫 운행을 시작한 지 10년 만이다. 정부는 내년 3월 KTX와 SRT의 교차 운행을 시작으로 통합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혀갈 방침이다. 내년 3월부터는 서울역을 거쳐 수서·부산으로 향하는 KTX와, 평택지제·수서를 거쳐 서울역에 종착하는 SRT가 본격 운행되는 것이다.

정부가 십여 년간 공회전을 거듭해 온 양사 통합에 속도를 내는 건 이 사안이 대통령 공약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이원화된 고속철도를 통합해 운행 횟수를 늘리고, 국민 편의를 높이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국토교통부가 2021년 진행한 연구용역에 따르면, KTX와 SRT가 통합될 때 연간 최대 406억원의 중복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내놓은 통합안은 우선 이용자에게 '득'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동안 고속철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좌석 수 부족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코레일은 교차 운행이 시작되는 내년부터 수요가 많은 수서발 노선에 20량(955석) 규모의 KTX-1 열차를 투입해 SR의 좌석 부족 문제를 보완할 예정이다. 철도노조는 양사가 본격적인 통합 운행에 들어가면 하루 공급 좌석 수가 1만6000석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산한다. 이와 더불어 현재 SRT 대비 10% 높은 KTX의 요금을 SRT 수준으로 인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호남선 등 지방 이용객들의 기대감도 크다. 현재 고속철도는 호남선과 경부선이 함께 지나는 평택~오송 구간의 병목 현상 탓에 추가 노선 편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고속열차 증편을 위한 복선 건설공사가 당초 계획보다 2년 이상 지연되면서, 증편은 빨라야 2028년쯤 가시화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코레일 측은 양사의 통합 운영이 시작되면 노선별 수요에 따라 유연하게 좌석을 유연하게 배분해 일부 공급 부족을 선제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KTX 중심 통합에 '안전성·부채비율' 경고음

문제는 이같은 편익이 향후 얼마나 지속되느냐다. 과거 정부는 KTX와 SRT를 분리 운영하는 이유로 공기업 독점의 폐해를 해소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양사가 다시 '한 지붕 두 가족'이 되면 독점 논란이 재점화될 수밖에 없다. 양사 통합이 정부 출범 6개월 만에 급물살을 타면서 정부가 조기 성과에만 치중된 '졸속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된다.

통합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KTX의 잦은 사고와 막대한 부채도 우려 요인이다. 현재 KTX는 안전을 포함한 KTX·SRT 고속철도 유지보수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다수의 안전사고가 반복됐음에도 구조적인 문제 해결은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재무 상태도 악화일로다. 경쟁 체제를 통해 적자를 줄이겠다는 목표와 달리 코레일의 부채비율은 2020년 242.1%에서 올해 상반기 262.78%로 상승세다. 여기에 SR의 부채비율(2024년 기준 173%)까지 합쳐지면 두 조직은 '내실 없는 공룡 공기업'으로 비대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일각에서는 10% 인하를 고려 중인 KTX 요금도 향후 단계적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코레일은 지난 5월에도 전기요금 등 원가 상승 영향으로 KTX 운임의 17%를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요금이 수년간 동결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통합 이후 부채 해소를 위한 고속철도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이 경우 별다른 서비스의 개선 없이 이용자에게 비용만 전가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양사 통합을 반대하는 SR 노동조합도 성명서를 통해 "코레일은 정부로부터 SR 지분 매수권, 차량기지·역사 우선 사용 등 수많은 특혜를 누려왔음에도 부채가 22조원에 달한다"며 "이런 기관이 통합을 명분 삼아 산업 전체를 통제하려 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며, 안전성과 효율성 및 서비스 품질을 모두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통합 후 양사 노조가 동시 총파업에 들어가면 이용자 불편이 지금보다 커질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현재는 코레일의 철도노조가 파업에 돌입해도 SRT는 차질 없이 운행돼 이용자들의 일정 부분 대체 수단을 제공해 왔다. 하지만 통합 이후에는 총파업 발생 시 모든 고속철도 운행이 한꺼번에 멈춰서는 '올스톱'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에 대해 "고속철도 통합은 단순히 기관 간 결합하는 흡수통합이 아니라, 한국의 철도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통합 과정에서 SR 직원의 불이익이 없도록 정부가 각별히 챙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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