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신형 특약이 '눈덩이' 되는 순간 [재테크 Lab]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이혁기 기자 2025. 12. 1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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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부부의 재무설계 3편
‘양날의 검’ 갱신형 보험
상황 맞게 잘 쓰면 보약이지만
자칫하면 보험료 폭탄 될 수도
불필요하다 판단되면 해지해야

처음 가입할 땐 부담이 없지만, 어느 순간 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폭탄'으로 돌아온다. 갱신형 보험 이야기다. 상황에 맞춰 잘 활용하면 '약'이 되지만 무작정 들고만 있으면 가계를 좀먹는 '독'이 될 수 있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부부도 갱신형 보험으로 곤란을 겪고 있다.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부부의 보험을 살펴봤다.

갱신형 보험의 단점은 나도 모르게 보험료가 급격히 불어난다는 것이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은 용돈으로 한달에 얼마를 쓸까. 약간 오래된 통계긴 하지만, 구인구직 사이트 인크루트의 2022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한달 평균 용돈은 61만7000원이었다. 지금으로 치면 직장인 평균 월급(421만5000원·2025년 4월)의 14.6%를 쓰는 셈이다.

그런데,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박중태(가명·53)씨, 이희영(가명·50)씨 부부는 상황이 좀 다르다. 아내 희영씨는 자신이 번 돈의 전부를 용돈에 쓰고 있다. 과거 개인사업을 하면서 희영씨의 돈 씀씀이가 계속 커졌는데, 사업을 접고 직장인이 된 이후에도 소비습관을 고치지 못한 게 이같은 결과로 이어졌다.

그러면서 부부의 가계부도 급속도로 나빠졌다. 한달에 수십만원씩 적자가 났고, 이를 막기 위해 신용카드를 쓰다 보니 악순환이 반복했다. 남편 중태씨가 수차례 설득해도 아내는 좀처럼 들으려 하지 않았다. 결국 중태씨는 최후의 수단으로 아내를 이끌고 필자에게 찾아와 조언을 구했다.

현재 부부의 재정 상태를 간단히 요약하겠다. 월소득은 760만원이다. 중소기업 직장인인 중태씨와 희영씨가 각각 560만원, 200만원을 번다. 정기지출은 748만원이고 1년에 걸쳐 쓰는 비정기지출은 월평균 93만원이다. 금융성 상품은 없다. 부부는 한달에 841만원을 쓰고 81만원씩 적자를 봤는데, 지난 1·2편에서 지출을 줄여 규모를 10만원까지 축소시켰다.

부부가 달성하길 원하는 재무 목표는 현재 4가지다. 가계부 적자를 해소하고 안정적인 여유자금을 확보하는 것, 아내 희영씨의 소비 패턴을 바꾸는 것, 자녀 교육비를 모으는 것, 자동차 할부금과 신용카드 할부금(총 240만원)을 갚는 것이다. 필자는 지출 줄이기를 통해 가계부 적자를 줄여나가고 있고, 소비 패턴을 바꾸기 위해 희영씨를 계속 설득 중이다.

지난 시간에 이어 계속 지출을 줄여보자. 먼저 아내 용돈(160만원)이다. 희영씨는 '오늘만 보고 사는 사람'처럼 돈을 쓴다. 하루종일 SNS를 보면서 마음에 드는 옷이나 가구가 있으면 곧바로 구매한다. 희영씨는 "제품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다"고 말했지만 그렇게 혼자서 쓰는 돈만 100만원이 훌쩍 넘는다.

문제는 이런 희영씨의 과소비가 자녀들(17·15)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희영씨는 몇달 전 첫째의 부탁으로 스터디카페를 끊어줬는데, 정작 첫째는 한번도 가지 않았다. '친구들이 다 스터디카페에 다니길래 결제했는데, 굳이 스터디카페에서 공부할 일이 없어 가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둘째 역시 집에 태블릿 PC가 있는데도 희영씨를 졸라 최근 고가의 신제품을 샀다. 희영씨는 "행여 아이가 밖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기가 죽을까봐 구매해줬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중태씨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계획적인 소비를 위해 아내에게 가계부를 쓰자고 제안했지만, 이마저도 거절당했다. 두사람의 의견차는 말싸움으로 번지기가 일쑤였고, 아내와의 불화를 우려한 중태씨가 한발 물러나면서 상황도 제자리걸음을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상담을 진행하면서 아내가 어느 정도는 용돈을 줄여볼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필자와 함께 지출 내역을 살펴보면서 자신의 씀씀이를 돌아봤고, 지금의 소비 패턴이 잘못됐다는 걸 인식하기 시작했다.

작은 경험이 낳는 큰 성공그렇다고 한번에 지출을 확 줄이면 얼마 가지 못하고 원상태로 돌아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따라서 지금은 한번에 많은 것을 바꾸기보다는, 아내가 '작은 성공 경험'을 쌓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용돈을 16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60만원만 줄이기로 했다.

가계부 작성을 원하지 않는 아내의 의견도 받아들였다. 일단은 아내가 자신의 한달 소비금액만 적어보기로 했다. 지난달의 소비 내역을 쭉 적고,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항목을 제외하는 식으로 월평균 소비금액을 100만원에 맞추기로 했다. 어느 정도 적응하면 용돈을 좀 더 줄여나가는 식으로 단계를 밟을 예정이다.

이같은 과정은 번거롭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 '스스로의 힘으로 절약에 성공했다'는 데서 느끼는 성취감이 큰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영희씨는 최종적으론 현재 남편의 용돈(40만원)과 비슷한 수준까지 용돈을 줄이기로 약속했다.

다음은 보험(65만원)을 살펴봤다. 부부의 보험을 살펴보니, 갱신형 특약이 포함된 상품이 많았다. 일정 주기마다 보험료가 오르는 게 갱신형인데, 처음 보험료는 낮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보험료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단점이 있다. 부부는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갱신형 특약들을 모두 해지했다.

또 암과 뇌, 심장 진담금 중 과다 보장된 상품은 축소했다. 납입액의 상당부분이 저축액으로 보전되거나, 고액보장 플랜이 있는 상품도 필요 없다고 판단해 정리했다. 꼭 필요한 실손보험과 가성비가 좋은 몇가지 보험만 남겨뒀다. 부부는 이를 통해 보험료를 65만원에서 35만원으로 30만원 줄였다.

보험을 해지하고 받은 환급금(340만원)의 대부분은 부부의 신용카드 할부금(월 40만원·총 240만원)을 정리하는 데 썼다. 그로 인해 할부금으로 빠져나가는 지출은 40만원에서 0원이 됐다. 카드값의 대부분이 아내의 개인적인 지출에서 발생하는 만큼, 이 부분에서도 역시 아내의 노력이 필요하다. 중태씨는 카드값을 목표치만큼 줄이면 아내가 좋아하는 선물을 한가지 사는 식으로 동기를 부여하기로 했다.

자신의 건강 상태와 나이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보험을 선택해야 한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이렇게 지출 줄이기가 모두 끝났다. 부부는 아내 용돈 60만원(160만→100만원), 보험료 30만원(65만→35만원), 신용카드 할부금 40만원(40만→0원) 등 130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적자 10만원을 계산하면 부부가 활용할 수 있는 여유자금은 총 120만원이다.

액수가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괜찮다. 부부는 이미 자가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고, 자녀들도 몇년 후면 독립한다. 대학등록금과 노후 정도에만 신경을 쓴다면 꽤 괜찮은 미래 플랜을 짤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은 마지막 시간에서 자세히 이야기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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