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머리 앤은 상처가 더디 낫는다

곽노필 기자 2025. 12. 11. 09:3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빨간 머리는 전 세계인의 1~2%에 불과하다고 할 정도로 가장 드문 모발색이다.

MC1R 유전자가 정상적으로 발현되는 경우 머리카락은 갈색이나 검은색을 띤다.

그렇다면 이 유전자의 활성을 높이면 상처 치유가 더 빠르게 진행될까? 연구진은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어느 정도 활성화한 유전자는 더 잘 작동하도록 도와주지만 불활성 상태인 유전자에는 작용하지 않는 MC1R 작용제가 만성 상처를 치유하는 데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알아보기로 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곽노필의 미래창
붉은털-검은털 생쥐 실험서 확인
색소 유전자의 항염증 작용 때문
빨간색 변이 일어나면 기능 교란
빨간 머리에 관여하는 유전자 MC1R이 염증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Rodolfo Sanches Carvalho/Unsplash

빨간 머리는 전 세계인의 1~2%에 불과하다고 할 정도로 가장 드문 모발색이다. 하지만 명작소설 ‘빨간 머리 앤’의 주인공 덕분에 우리에게도 빨간 머리는 그리 낯설지 않다.

20세기 초에 발표된 이 소설 속의 빨간 머리 앤은 주근깨 투성이 얼굴에 장난기가 많은 명랑소녀다. 실제로 빨간 머리를 가진 사람 중 70~80%는 얼굴에 주근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둘 다 MC1R(Melanocortin 1 Receptor)이라는 색소 유전자 변이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빨간 머리에 관여하는 유전자 MC1R이 염증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험 결과 빨간 머리를 가진 사람들은 상처 치유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모발 색상을 결정하는 것은 MC1R이라는 유전자다. 이 유전자는 모낭에서 생성되는 흑갈색 색소(유멜라닌)와 적황색 색소(페오멜라닌)의 비율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MC1R 유전자가 정상적으로 발현되는 경우 머리카락은 갈색이나 검은색을 띤다. 반면 이 유전자 활성이 약해지거나 불활성 변이가 일어나게 되면 머리카락이 빨간색이 된다. 금발은 변이가 좀 더 복잡해 이 둘 사이의 어디쯤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유전자가 상처가 아무는 데도 영향을 끼친다는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영국 에든버러대 연구진은 생쥐 실험을 통해, 상처가 잘 낫지 않는 피부에서는 이 유전자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발견해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연구진이 이 유전자를 자극하자 피부의 염증이 호전되기 시작했다.

MC1R은 면역 세포, 각질형성세포(피부 바깥층을 형성하는 세포), 섬유아세포(흉터 조직을 형성하는 세포), 혈관을 형성하는 세포 등 다양한 피부 세포에서 발견된다. 이는 이 유전자가 상처 치유 과정의 여러 단계에 개입할 수 있다는 걸 뜻한다.

연구진은 우선 검은색 털과 붉은색 털의 생쥐 등에 폭 4mm의 상처를 냈다. 붉은색 털 쥐는 이 유전자가 불활성 상태에 있었다. 일주일 후 붉은 털 생쥐들은 상처가 평균 73% 줄었다. 반면 검은 털 생쥐들의 상처는 93%나 줄었다. 이는 이 유전자가 상처 치유에 작용한다는 걸 시사한다.

색소 유전자에 작용하는 약물이 상처 치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Markus Spiske/Unsplash

곧 사람 대상으로 임상시험 시작

그렇다면 이 유전자의 활성을 높이면 상처 치유가 더 빠르게 진행될까? 연구진은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어느 정도 활성화한 유전자는 더 잘 작동하도록 도와주지만 불활성 상태인 유전자에는 작용하지 않는 MC1R 작용제가 만성 상처를 치유하는 데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알아보기로 했다.

연구진은 시험을 위해 검은 털 생쥐에 상처를 낸 뒤 한 그룹은 약물(크림 형태), 다른 한 그룹은 식염수로 상처를 처치했다. 일주일 후, 약물 처치를 받은 생쥐의 상처는 평균 63% 아물었다. 이는 식염수를 바른 생쥐의 상처 치유율을 2배 웃도는 수치였다. 연구진은 “분석 결과 이 약물이 염증성 면역세포의 수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생쥐와 인간의 상처 치유 과정은 상당히 비슷하기 때문에 이런 치료방법이 빨간 머리를 포함해 사람들에게도 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빨간 머리라도 이 유전자가 완전히 불활성 상태라면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연구진은 MC1R 작용제가 햇빛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해 생기는 일부 피부 질환(프로토포르피린증)에 이미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안전성이 확인된 것으로 보고 곧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논문 정보

MC1R determines healing outcomes in acute and chronic cutaneous wounds.

https://doi.org/10.1073/pnas.2503308122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