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농산물] 진흙 속 숨겨진 보석, 연근 | 전원생활
이 기사는 전원의 꿈 일구는 생활정보지 월간 ‘전원생활’ 12월호 기사입니다.
이 보물은 땅속으로 길게 뻗어 자라, 가을이면 굵어지기 시작한다. 연근을 땅 위로 끌어 올리는 일은 섬세함이 요구된다. 먼저 연근의 촉을 보고, 장비를 이용해 흙을 적당히 파낸 뒤 손으로 연근 주변의 흙을 하나하나 걷어낸다. 연근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스레 캐내면 여러 개의 마디가 줄줄이 이어진 형체가 드러난다. 이때 연근은 지상에서 첫 숨을 내뱉는다.

연근을 뒤덮은 흙을 깨끗이 씻어내면 매끄러운 모습이 드러난다. 흙투성이였던 첫인상과는 상반되는 생김새다. 하얀색 속살은 첫인상보다 더 독특하다. 자르면 실처럼 끈끈한 점액질이 나오고, 단면에 구멍이 여기저기에 뚫려 있다. 이 구멍은 땅속줄기를 거쳐 식물에 산소를 공급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일종의 공기구멍인 셈이다. 깊은 진흙 속에서 햇빛 한 줄기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제 일을 묵묵히 해내는 연근, 짠하고 기특하지 않을 수 없다.
연이 출현한 시기는 중생대 백악기인 약 1억 년 전으로 추정된다. 원산지는 인도·중국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인도에서는 인더스문명 유적에서 연꽃 장식이 발견됐고, 중국에서는 청동기·기와 등 고고 유물에서 연 문양이 확인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에 연이 처음 등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구려 벽화에 그려진 수많은 연꽃이 그 근거다.
고려시대 기록이 담긴 <고려도경>에 따르면 연꽃·연근·연밥을 부처를 돕는 존재에 비유하며 신성한 존재로 여겼다. 임금이 행차할 때 연못가에서 연꽃을 구경했다는 기록 역시 당시 연의 위상을 보여준다.

관상용과 달리 식용 가능한 연 품종은 3~4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느 것 하나 버릴 부분이 없는 연은 꽃·잎·줄기 등 여러 부위가 식재료로 활용된다. 연의 기관 중 하나인 연근은 식물학적으로 연의 뿌리가 아니라 뿌리줄기다. 연근은 조선시대 왕실의 연회나 잔칫상에 오른 것은 물론, 민간에서도 두루 쓰였다. 한글 조리서 <음식디미방>에는 연근채와 연근적 조리법이, 농서 <중보산림경제>에는 연근 재배법과 효능이 소개돼 있다.
연근이 논에서 본격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1950년 말에서 1960년대 초다. 그리고 현재 대구, 전남 무안 등이 대표적인 연근 주산지로 꼽힌다. 그중 대구는 늪지대가 많아 벼농사나 밭농사보다 연근농사에 더 적합한 환경을 갖췄다. 특히 반야월 지역은 물을 구하기 쉽고 토양에 찰기가 있어 연근 재배 최적지이다. 이런 자연환경 덕분에 오늘날 대구는 국내 최대 연근 재배지로 자리 잡았다.
먼저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준다. 끈적한 뮤신 성분은 바이러스의 침입을 막고, 소화를 촉진해 각종 위장질환을 예방한다. 타닌 성분은 세포 산화를 억제하며, 철분과 함께 치질·코피 등의 출혈성 질환에 지혈 효과를 보인다. 이와 관련해 조선시대에 집필된 <승정원일기>에는 인조의 계비 장렬왕후의 건강이 좋지 않았을 때, ‘병에 걸린 중전이 피를 토하면 생연근즙에 포황 가루를 타 마시게 하고, 저녁 수라상에는 반찬으로 연근채와 부추채를 올렸다’는 기록이 있다.

연근은 피부 건강에도 기여한다. 펙틴, 비타민 B·C 등이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 피부를 맑고 건강하게 만든다. 특히 비타민 C 함유량이 높아 연근 100g만 섭취해도 성인의 1일 비타민 C 권장량을 절반 이상 충족할 수 있다. 항염 작용도 뛰어나다. 환경부 산하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의 담수생물 관련 연구를 통해 연근의 치주질환 개선 효과를 입증받았다.
이 외에도 연근은 식이섬유가 풍부해 독소 배출에 좋다. 연근의 열량은 100g당 약 75㎉로 낮지만, 섭취 시 쉽게 포만감을 느낄 수 있어 체중 관리에도 유용하다. 다만 섬유질이 풍부해 너무 많이 먹으면 소화 기능에 부담이 될 수 있어 적당량 섭취가 필요하다. 또, 드물지만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으니 처음 먹을 땐 소량만 먼저 맛보는 게 안전하다.
연근을 손질하는 건 어렵지 않다. 물에 깨끗이 씻고 껍질을 벗겨 적당히 자른 다음, 데쳐서 찬물에 충분히 우려내면 된다. 이 과정에서 연근의 떫은맛이 어느 정도 제거된다. 연근을 손질할 때 철분에 닿으면 갈변이 심해질 수 있어 쇠칼이나 쇠 냄비 사용은 지양하는 게 좋다.
연근은 상태에 따라 보관법을 달리 한다. 통연근은 흙을 털지 않고 종이나 비닐에 넣어 냉장고나 서늘한 곳에 둔다. 껍질을 벗기거나 썬 연근은 식초 물에 헹군 뒤 랩으로 감싸 냉장고에 보관한다. 연근이 산소와 반응해 갈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준비하기(1인분)
연근 ¼개, 콩밥 1공기, 연잎 ¼장, 깐 밤 3개, 대추 2개, 호박씨 25개, 식초 1큰술
만들기
1 연근의 껍질을 제거해 두께 0.5㎝ 정도로 썰고, 대추는 씨를 피해 얇게 저민 후 채 썬다.
2 끓는 물에 ①의 썬 연근과 식초를 넣어 1분간 데치고, 연잎은 흐르는 물에 씻어 키친타월로 물기를 빼준다.
3 유리 볼에 ②의 연근, ①의 썬 대추, 호박씨, 깐 밤, 콩밥을 섞어 영양밥을 만든다.
4 찜기에 ②의 손질한 연잎을 깔고, ③을 올린 뒤 중불에 20~30분간 쪄 완성한다.

연근 명란 무침
준비하기(1인분)
연근 1개, 명란 100g, 어린 부추 80g, 마요네즈 2큰술, 식초 1큰술, 알룰로스 1큰술
만들기
1 연근의 껍질을 제거하고 두께 1㎝ 정도로 썬다.
2 부추는 약 4㎝ 길이로 썰고, 명란은 껍질을 깐다.
3 끓는 물에 식초와 ①을 넣고 1분간 데친 뒤, 찬물에 식히고 물기를 빼준다.
4 유리 볼에 ②와 ③, 마요네즈·식초·알룰로스를 넣어 고루 버무리고, 접시에 옮겨 담아 완성한다.

연근 칩
준비하기(1인분)
연근 1개, 물 ½컵, 식초 1큰술, 소금 1큰술, 파프리카 파우더 1작은술, 올리브오일 1큰술
만들기
1 연근의 껍질을 제거하고 사선 방향으로 두께 3㎝ 정도로 썬 후, 식초 탄 물에 담가 떫은맛을 없애준다.
2 키친타월을 이용해 ①의 물기를 꼼꼼하게 뺀 후 유리 볼에 넣고 소금, 파프리카 파우더, 올리브오일과 함께 버무린다.
3 에어프라이어에 ②를 펼쳐 두고 180℃에 10분간 구워 완성한다.

연근 맛탕
준비하기(2인분)
연근 1개, 식초 1큰술, 물 ½컵, 튀김가루 1컵, 튀김용 식용유 2컵, 설탕 3큰술, 소스용 식용유 1큰술, 버터 1큰술, 호박씨 10개
만들기
1 연근의 껍질을 제거하고 두께 0.3㎝ 정도로 썬 뒤, 식초 탄 물에 담가 떫은맛을 없애준다.
2 키친타월로 ①의 물기를 빼고 튀김가루를 묻힌다.
3 프라이팬에 튀김용 식용유를 넣고 강불로 온도를 올린 후, 기포가 생기면 ②를 넣고 약불로 줄여 15분간 튀긴다. 다 튀긴 연근은 건져 기름을 빼준다.
4 약불로 예열된 프라이팬에 소스용 식용유, 설탕을 넣고, 갈색빛이 나면 버터를 올려 끈적하게 졸인 후, ③과 호박씨를 넣고 버무려 완성한다.

글 김민선 기자 | 사진 고승범(사진가) | 요리&스타일링 김나민·안지현(핀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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