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원 직원이 사회복무요원에 ‘갑질’…법원 “국가 배상 책임은 없다”

장현은 기자 2025. 12. 10. 21:2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대법원은 "ㄴ씨가 직무 관련자인 사회복무요원에게 개인적인 소포 발송 등 사적 노무를 요구한 사실, 정보 시스템 접근을 통한 개인정보 취급 임무를 수행하게 한 사실, 사회복무요원 대표자가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한 의견서를 제출했다는 이유로 불이익한 처우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국가공무원법의 성실의무 위반을 징계 사유로 들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법원. 한겨레 자료 사진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h:730’을 쳐보세요.)

서울고법 근무 중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며 사회복무요원이 국가를 상대로 5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똑같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사건 발생 당시 대법원이 자체 조사를 통해 법원 직원의 잘못을 공식적으로 인정해 징계까지 해놓고, 정작 소송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2-3부(재판장 조휴옥)는 ㄱ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2022년 5월 서울고법에서 사회복무요원 대표자를 맡고 있던 ㄱ씨는 법원 보안관리대의 갑작스러운 순환근무 변경 지침이 일방적이라는 동료들의 고충을 듣고 서명을 받아 연판장 형식으로 의견서를 제출했고, 보안관리대도 이 의견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를 못마땅히 여긴 사회복무요원 담당 공무원 ㄴ씨가 “선동 행위” “너를 주동자로 볼 수밖에 없다” “옛날이면 단두대로 갈 사안”이라는 폭언을 하고 ㄱ씨에게 경위서 작성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ㄱ씨는 부서를 옮기는 근신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에 ㄱ씨는 개인 중고거래 심부름을 시키는 등 ㄴ씨의 부당한 지시가 있었다며 직장 내 괴롭힘을 조사해달라고 서울고법에 진정서를 냈다.

조사에 착수한 대법원 윤리감사심의관실은 가해 사실을 인정해 ㄴ씨를 징계했다. 대법원은 “ㄴ씨가 직무 관련자인 사회복무요원에게 개인적인 소포 발송 등 사적 노무를 요구한 사실, 정보 시스템 접근을 통한 개인정보 취급 임무를 수행하게 한 사실, 사회복무요원 대표자가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한 의견서를 제출했다는 이유로 불이익한 처우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국가공무원법의 성실의무 위반을 징계 사유로 들었다.

국가 기관, 그것도 법원에서 벌어진 일인 만큼 ㄱ씨는 국가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징계를 받은 ㄴ씨의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배상 책임이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ㄴ씨가) 일방적으로 ㄱ씨를 위협한다거나 의견을 묵살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이 사건 의견서 제출 행위가 경고처분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경위서 작성을 요구했을 뿐 달리 ㄱ씨를 괴롭히려는 의도는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주장은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의견서와 같이 연판장 형식으로 제출하는 것은 구체적 사정에 따라서는 ‘다른 사람의 근무 태만을 선동한 행위’ ‘근무 기강 문란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되레 ㄴ씨를 두둔했다.

국가 배상 소송에서 사실상의 ‘피고’라고 할 수 있는 서울고법은 항소심 과정에서 재판부에 관련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도 않았다. ㄱ씨는 ㄴ씨 감사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지만 소송을 수행한 서울고법 총무과는 이를 거부했고 재판부도 자료 제출을 명령하지 않았다. ㄴ씨는 ㄱ씨의 복무 태도를 문제 삼으려고 다른 사회복무요원의 출입증을 ㄱ씨의 출입증으로 바꿔치기해 지각 횟수를 허위로 만든 자료를 제출한 사실이 드러나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기도 했다.

ㄱ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갑질 행위가 사실로 인정됐다는 공문서가 있는데, 항소심 판단은 납득되지 않는다”며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라고 말했다. ㄱ씨를 대리한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사법부는 독립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시민들에게 얼마나 신뢰를 주려고 노력했는지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