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국가폭력 후손까지 책임 지우겠다'더니...4·3 폭압 군인에 '유공자증서' 준 정부

제주방송 신동원 2025. 12. 1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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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경 대령 국가유공자 논란' 일파만파
유족 등 도민사회 "지정 취소·장관 해임" 촉구
"4·3 명예회복 노력 부정하는 꼴" 여당도 지적
'나치 전범처럼 끝까지 처벌' 대통령 발언 무색
'30만 도민 희생 무방' 일본군관 출신 그는 누구?


이재명 정부 국가보훈부가 제주4·3 학살 책임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된 박진경 연대장에 대해 국가유공자 증서를 수여한 사실이 알려지며, 4·3유족과 시민사회, 정치권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국가폭력에 대해선 공소시효를 없애고 후세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해온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오늘(10일)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보훈부는 지난달 4일 이재명 대통령 명의의 박진경 대령 국가유공자 증서를 그의 후손 측에 전수했습니다.

유공자 증서에는 "우리 대한민국의 오늘은 국가유공자의 공헌과 희생 위에 이룩된 것이므로 이를 애국정신의 귀감으로 삼아 항구적으로 기리기 위해 이 증서를 드린다"라는 문구와 함께, 하단에 대통령과 국가보훈부 장관 직인이 위아래로 날인됐습니다.

■ "5·18계엄군 유공자 인정과 무엇이 다른가"...4·3 단체·지방정부 강력 반발

제주도민사회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 등 4·3단체로 구성된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오늘(10일) 성명을 내 "국가보훈부는 박진경 대령의 국가유공자 자격을 즉각 취소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습니다.

특히, "5·18 계엄군들에게 무공훈장을 주고, 국립묘지에 안장하며, 국가유공자로 인정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박진경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한 것은 수많은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을 부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제주자치도는 역시 "박진경 대령의 국가유공자 등록과 관련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라며, "4·3의 역사적 맥락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결정이 도민 사회에 혼란과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특히, "국가보훈부가 오래 전에 무공훈장을 받았다는 이유로 박 대령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하게 된 현재의 제도가 결과적으로 4·3 희생자와 유족, 제주도민의 아픔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제주지역 시민단체에 의해 '감옥' 형상이 덧씌워졌던 박진경 대령 추도비, 현재는 철거됐으며 이에 박 대령의 역사적 과오를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질 예정이다.

■ "4·3 명예회복 노력 부정하는 꼴" 여당도 비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을 비롯해 도내 정당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민주당 도당은 "박진경 대령에게 국가유공자 증서가 수여됐다는 소식에 강한 유감과 분노를 표한다"라며, "그에게 '애국정신의 귀감'이라는 표현과 함께 '항구적으로 기리겠다'라는 국가유공자 증서가 수여된 것은 제주4·3의 진상규명과 피해자의 명예 회복을 위해 힘써왔던 그간의 노력을 부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당은 "박 대령은 제주 4.3 당시 제주도민을 향해 무차별적 진압 작전을 펼치고, '제주도민 30만을 희생시키더라도 무방하다'라고 말했다"라며, "제주 중산간 마을을 누비고 다니면서 불과 한 달 사이에 수천 명의 10대와 부녀자, 노인들이 대다수인 '포로'를 만들어내며 국가 폭력의 선두에 섰던 자가 바로 박진경 대령"이라고 말했습니다.

진보당 및 조국혁신당 도당, 민주노총 제주본부 등 지역 정치권·노동계도 "4·3 해원의 길에 재를 뿌린 것", "4·3 학살 책임자에 대한 국가의 미화 행위"라며 유공자 지정 취소와 보훈부 장관 해임을 촉구했습니다. 조국혁신당 중앙당 차원에서 대변인 명의 별도 논평을 통해 "학살의 실질적 책임자에게 유공자라는 칭호가 부여된다면, 제주 도민들의 상처에 그나마 자리잡은 딱지마저 떼어내는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이 대통령 "국가폭력 끝까지 처벌" 발언 번복할 꼴

4·3계에선 국가보훈부의 이러한 결정이 이 대통령의 기존 발언과 정면으로 상충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월 27일 민주당 대선 후보를 결정 짓는 수도권·강원·제주 합동연설회에서 "77년 전 제주에서 도민 10분의 1이 희생된 4·3의 비극은 아직 아물지 않았다. 많은 도민들이 같은 날 제사를 지내고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고통은 계속 중"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국가폭력 범죄자는 그가 살아있는 한 언제든지 처벌받을 수 있도록 공소시효를 없애고, 상속재산 범위 내라면 그 후손까지 책임지게 손해배상 민사시효까지 없애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앞서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도 윤석열 정부에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된 '국가폭력범죄 공소시효 배제' 법안 입법을 재추진하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나치 전범을 처리하듯 처벌하라"고 강조했습니다.

4·3단체 한 관계자는 "이제껏 국가폭력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끝까지 처벌해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과 이번 조처가 배치된다"고 말했습니다.

■ '도민 30만 희생 무방'...박진경은 누구?

박진경 대령은 일제시기 일본군 소위 출신으로 해방이 되자 당시 최고 엘리트 코스였던 군사 영어학교에 재입교해 해방된 대한민국의 장교로 임관합니다.

박진경은 1948년 4·3이 발발하자 일제 당시 제주에 주둔했던 이전 군 경력을 바탕으로 제주에 있었던 9연대의 연대장으로 부임하게 됩니다.

그는 한 달 여라는 짧은 기간 동안 제주도민에 대한 무차별적인 체포작전을 펼쳐 수천 명의 제주도민들을 구금했습니다. 연대장 취임 때는 '제주도 폭동을 진압하기 위해 제주도민 30만 명을 희생시켜도 무방하다'라는 발언은 하기도 했습니다.

1948년 6월 18일 새벽, 박진경은 '제주 진압'의 공로를 인정받아 선배 기수를 제치고 대령 승진하게 되는데, 이때 열린 승진 축하연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간 뒤 부하들에 의해 암살당합니다.

최근 수년간 제주에선 박진경 연대장을 기리는 추도비가 발견돼 처분을 두고 논란이 이어져 왔습니다. 결국 제주자치도는 추도비 옆에 객관적 내용을 담은 안내판을 설치하는 쪽으로 후속 방안을 정리한 상태입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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