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구 뿌리 되살려야"…안덕수 WKBL 총장이 보령으로 향한 이유는

[점프볼=보령/송현일 기자] “초등을 비롯한 엘리트 팀들이 처한 어려운 현실을 잘 알고 있다. 한국 농구의 뿌리가 흔들리면 결국 WKBL(한국여자농구연맹) 역시 경기력 저하 등 부정적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오늘 이 자리에 온 이유는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서다.”
안덕수 WKBL 사무총장(51)은 9일 충남 보령에서 열린 2025 한국초등농구연맹 지도자 연수회에서 본지에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날 ‘초등농구 저변 확대 및 미래 방향’ 토론회 발제자로 나서 약 한 시간 동안 초등 지도자들과 현장의 어려움과 향후 과제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안 총장은 “초등농구 지도자 연수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안다. 그런 의미 있는 자리에 초청받아 감사하다”며 “WKBL도 엘리트 농구 기반을 지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고민해 왔다. 오늘처럼 초등 지도자 여러분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일은 연맹에도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WKBL이 현장의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드릴 수는 없지만, 최소한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작은 도움이라도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런 자리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현재 초중고를 막론하고 엘리트 농구는 전반적으로 어려운 여건에 놓여 있다. 선수 수는 해마다 줄고, 지원 규모도 감소하며 지도자들의 부담만 커지고 있다. 특히 초등농구는 각종 제약 속에서 팀 존속 자체를 고민해야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여기에 최근 클럽 팀의 급속한 확장으로 초등 엘리트는 또 다른 경쟁 환경과 마주하고 있다.
안 총장은 “중학교부터는 농구를 하고 싶다고 스스로 찾아오는 학생들이 있지만, 초등 단계에서는 지도자가 직접 가능성을 발굴해 선수로 성장시키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요즘은 많은 아이가 클럽을 통해 농구를 처음 접한 뒤 재능이 보이면 중학교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하는 경향이 있다. 그만큼 초등 엘리트가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도 꺼냈다. “저 역시 선수 출신이고 지도자를 거쳐 행정가가 됐다. 초등 시절 매산초에서 농구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엘리트 농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다만 이제는 엘리트와 클럽이 서로 등을 돌리고 지낼 시대가 아니다. 공존을 넘어 공생을 만들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구체적인 모델을 지금 제시할 수는 없지만, 결국 그 방향으로 가야 모두가 웃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WKBL은 지난 8월 부산에서 ‘2025 WKBL 국제 유소녀 농구 챔피언십 WITH BNK금융’을 처음 개최했다. 엘리트와 클럽 팀 모두에게 참가 자격을 열었고, 일본과 대만 팀도 초청해 국제 교류의 기반을 마련했다.
안 총장은 “프로 연맹이 주최하는 대회였지만, 엘리트와 클럽을 함께 초대한 것은 의미 있는 시도였다”며 “가능하다면 앞으로도 유사한 대회를 꾸준히 열어 초등·유소녀 선수들의 꿈을 응원하겠다. 두 영역 중 어느 쪽도 소외되지 않도록 자연스러운 교류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류가 확대되면 상생 모델도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이라며 “엘리트가 중심축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클럽과의 연결고리를 잘 찾는다면 양쪽 모두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맹은 대회 개최 외에도 엘리트 기반 강화를 위해 ‘찾아가는 농구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검토 중이다. 이날 한 초등농구 관계자가 “KBL(한국농구연맹)처럼 WKBL도 연고 선수 제도를 운영할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안 총장은 “연맹 차원에서 비공식적으로 검토한 적은 있다. 다만 결론이 나온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6개 구단이 모두 안정적인 유스 클럽을 갖추게 된다면 연고 선수 제도는 충분히 도입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초등농구 강화와의 직접적 연관성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연고제도가 초등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대부분 선수는 중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하기 때문에 초등 단계는 오히려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며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초중고와 프로가 모두 납득할 수 있는 구조를 잘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총장은 현실적인 인구 감소 문제도 짚었다. “선수 수급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은 모두가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있는 자원을 놓쳐서는 안 된다. 초등에서 중등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이탈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방지하려면 동기부여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WKBL 구단들이 찾아가는 농구교실, 캠프 등을 운영하는 것이다. 농구를 잘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린 선수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일이 더 중요하다. 연고 지역 학생들을 홈 경기로 초청하는 프로그램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도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일본이나 유럽은 일상에서 스포츠를 장려하는 문화가 뿌리 깊다. 한국은 구조적으로 다른 환경에 놓여 있기 때문에, 우리만의 방식으로 엘리트 활성화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WKBL도 결국 엘리트 농구를 통해 선수를 수급받는다. 리그 흥행을 넘어 엘리트 기반을 지키기 위해 꾸준히 관심을 갖고 지원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사진_점프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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