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경 "오랜 슬럼프, 지금도 극복하는 과정" 고백 [인터뷰]

김연주 2025. 12. 1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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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개봉작 '여행과 나날'로 스크린 컴백
"연기에 대한 고민, 이번 작품으로 환기"
2003년 아역으로 데뷔, 대중이 사랑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비결
배우 심은경이 영화 '여행과 나날'로 관객과 만남을 앞두고 있다. 엣나인필름 제공

배우 심은경 하면 여러 작품이 떠오른다. 그만큼 매 작품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여 대중의 기억에 깊이 각인돼 있다. 아역으로 시작해 탄탄한 연기력과 개성으로 무장한 배우로 자리매김한 그다.

그런 심은경이 일본에서 호평받은 영화 '여행과 나날'로 돌아왔다. '여행과 나날'은 끝이라고 생각한 각본가 이(심은경)가 설국의 여관에서 뜻밖의 시간을 보내며 다시 시작을 맞이하는 2025년 겨울의 꿈같은 여정을 담는다. 정식 개봉 전 제78회 로카르노영화제 황금표범상을 수상했으며 제73회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제22회 레이캬비크국제영화제, 제33회 함부르크국제영화제 등 유수 영화제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다. 지난 9월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국내 관객과 만났다.

최근 서울 동작구 아트나인에서 본지와 만난 심은경은 "부산에서 취소표가 없어서 표 구하기가 어렵다는 반응을 봤다. 정식 개봉 후 관객들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영화는 츠게 요시하루의 명작 만화 '해변의 서경' '혼야라동의 벤상'을 원작으로 한다. 심은경을 중심으로 카와이 유미, 타카다 만사쿠, 츠츠미 신이치가 출연하고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등으로 주목받은 미야케 쇼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미야케 감독은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심은경을 떠올렸다고 밝혔다. 특히 심은경을 캐스팅하기 위해 원작 속 중년 남성 캐릭터의 국적과 성별까지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미야케 쇼 감독의 안목이다. 심은경은 이 작품으로 제38회 닛칸스포츠영화대상과 제36회 싱가포르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대본을 읽고 캐릭터와 닮은 점이 많아 놀랐어요. 어떻게 나를 알고 제안을 주셨을까 싶었죠. 워낙 감독님의 오랜 팬이라 기쁜 마음이 컸어요. 바로 수락하고 싶었지만 절차상 기다렸어요.(웃음)"

미야케 감독과의 협업을 묻자 심은경은 신뢰와 존중을 담아 대답했다. 조근조근 이어지는 말에서 감독의 영화를 향한 애정과 '여행과 나날'을 함께 만든 동료로서의 마음이 전해졌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감독님이 전 스태프와 배우에게 손편지를 쓰셨어요. 한 달 동안 같은 마음으로 작품을 만들어가자, 아프면 숨기지 말고 말해달라는 내용이었죠. 영화는 함께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그 편지를 통해 마음으로도 깊이 받아들였어요. 협동의 의미를 깨닫게 해준 경험이었어요."

배우 심은경이 영화 '수상한 그녀' 이후 긴 슬럼프를 겪었다고 고백했다.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던 나… ‘여행과 나날’이 환기가 됐다”

심은경은 극 중 슬럼프에 빠진 각본가 이를 연기한다. 절제된 표현을 통해 여백을 만들어내며 관객이 스스로 감정을 채우도록 유도했다. 그는 캐릭터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극중 대학교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나는 재능이 없다'고 말하는데 그 대사가 유독 마음에 꽂혔어요. 어릴 때부터 저도 스스로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뭔가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면 부족함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더라고요.(웃음) 평생 가져갈 고민이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마음의 환기가 됐어요."

아역 시절부터 돋보이는 연기력으로 주목받은 심은경은 '황진이' '태왕사신기' 등 대작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이후 2011년 영화 '써니'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어 '수상한 그녀'로 부일영화상·춘사영화상·백상예술대상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심은경은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던 당시를 회상했다. 그의 입에선 예상 밖의 단어, 슬럼프가 나왔다.

"큰 상도 받고 사랑도 많이 받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붕 떠 있었어요.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고 제 부족함만 보였어요. 그러다 연기에 대한 고민과 슬럼프가 한꺼번에 몰려왔죠. 계속할 수 있을지, 그만둬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어요."

심은경은 자신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 '써니' 이후 유학을 선택한 것도, '수상한 그녀' 이후 '걷기왕'을 택한 것도, 일본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것도 이러한 고민의 연장선이었다.

"연기를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는 부족한 걸까 고민했어요. 재능이 없어도 좋아하면 할 수 있는 건 아닐까 스스로에게 질문했죠. 그러다 결국 생각을 바꿨어요. 부족해도 좋아하니까 해보자는 마음으로요. 지금도 상처받고 부족함을 느끼지만, 그래도 연기가 좋습니다."

2019년 일본 영화 '신문기자'로 다시 한 번 도약한 그는 한국 배우 최초로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하며 존재감을 증명했다. 누군가는 자신과 싸우며 성장하지만 그는 자신을 포용하는 방식을 택해 더 단단해졌다. 데뷔 22년 차에도 대중이 그를 응원하는 이유다.

"이제는 나다운 게 무엇인지 더 깊이 생각하게 돼요. 본능적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로 대중을 만나고 싶어요. 돌아보면 낭비한 시간은 없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불편한 순간을 피하지 않는 힘이 생겼어요."

김연주 기자 yeonju.kim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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