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파일 정리, 아직도 혼자 하세요? [김태권·신호철의 ‘AI 비교 리뷰’]

정리는 어려운 일. 고대 그리스 사람들도 이 사실을 알았다. 헤라클레스의 열두 가지 과업 중 하나도 청소였다. 다섯 번째 임무는 아우게이아스의 외양간 치우기.
아우게이아스 임금이 소 3000마리를 키웠는데 삼십 년 동안 한 번도 치우지 않았다나. 남의 일이 아니다. 독자님은 마지막으로 구글 드라이브를 정리하신 적이 몇 해 전이실지요?
천하장사 헤라클레스도 하기 힘든 일이었다. 근처의 강으로 가서 삽질로 물길을 틀어, 강물로 외양간을 치워버렸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아무리 힘센 반신반인도 혼자 힘으로 정리하기 어렵다는 것.
우리의 구글 드라이브에는 쇠똥 대신 파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AI에이전트의 힘을 빌리면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몇 주 전 만해도 이 일은 쉬웠다. 그때 클로드 MCP를 연결하고 “내 구글 드라이브를 정리해줘요”라고 적절한 프롬프트만 넣으면, 인공지능이 파일 이름과 내용을 보고 폴더를 생성해 각각 정리해줬다. 좋은 시절이었다.
다시 해보니 이게 안 된다. 구글 쪽인지 클로드 쪽인지는 몰라도 회사 정책이 바뀐 것이다. 파일을 읽는 건 되는데 쓰기 및 이동이 힘들다. AI 회사가 정책을 바꾸는 일이 이처럼 변덕스러우니, AI 리뷰 쓰는 일도 조심스럽다.
‘커넥터’로 구글드라이브 연결
그래도 해보자. 2025년 12월8일 저녁 9시, 다음과 같은 두 프롬프트를 세 개의 언어모델에 넣어보았다. 챗GPT 5.1과 클로드 오퍼스 4.5와 제미나이 3.
첫 번째 프롬프트. “내 구글 드라이브에 접근해, 이러이러한 주제에 관한 파일을 모두 찾아 목록을 만들어줘요.” 흩어져 있는 파일을 읽고 같은 주제를 모아오는 일이다.
두 번째 프롬프트. “내 구글 드라이브에 접근해, ‘일단집어넣고보는폴더’라는 이름의 폴더에 들어가, 그 폴더 안의 파일 제목을 읽고, 어떻게 정리할지 제안해줘요.” 모여 있는 파일을 읽고 주제에 따라 분류하는 일이다. (물론 프롬프트를 넣기 전에, 각각의 설정에 들어가 ‘커넥터’를 구글 드라이브와 연결해줘야 한다. 여기에 대해 지난 달 칼럼 ‘내가 받은 메일을 AI가 읽어준다고?’에서 설명한 적 있다.)
첫 번째, 흩어진 자료를 모아오기. 챗GPT는 실망스러웠다. 놓치는 파일이 수두룩했다.
클로드는 잘 한다. 파일도 잘 찾고 내용도 곧잘 파악한다. 다만 고질적인 약점이 있다. 클로드는 말이 길어지면 뻗어버린다. “대화가 한도에 도달”했다는 메시지를 내놓고 정지해버리는 것이다. 마치 마라톤에 나가 초반에 열심히 달리다가 중간 지점에서 쓰러져 버리는 선수 같달까(게다가 클로드는 파일 제목에 한자가 있으면 파일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황당한 실수도 했다).
역시 제미나이가 이 일에 딱이다. 구글이 만들어서일까. 구글 드라이브와 찰떡궁합이다. 식구의 집 구조는 같이 사는 식구가 제일 잘 아는 것일까.

흩어진 파일도, 모여 있는 파일도
두 번째, 모여 있는 자료를 분류하기. 내 구글 드라이브에는 ‘일단집어넣고보는폴더’라는 폴더가 있다(대단한 작명 센스다). 내 클라우드를 정리하다 정리하다 지쳐서 일단 이런 이름을 붙인 채 정리 안 된 파일을 때려 넣은 폴더다.
챗GPT는 엉뚱한 소리를 한다. 클로드는 역시 잘 하다가 뻗어버린다. 파일 내용도 잘 파악하고 어떻게 정리하면 좋을지도 잘 알려준다. 그런데 더 물어보려고 하면 “대화가 한도에 도달”했다며 멈춰버린다. 고질적인 ‘체력 문제’다.
제미나이가 잘한다. 파일 내용을 잘 읽어주고, 어떻게 정리하면 좋을지도 잘 제안해준다. 하지만 아쉽다. 말만 해놓고 직접 이동은 안 해준다. 같이 청소하는데 “여기에 먼지가 있고 여기에 책이 있으니, 빗자루로 치우고 책을 꽂으시라”고 말만 하는 얄미운 친구다.
내 지저분한 구글 드라이브! 제미나이건 클로드건 직접 치워주지는 않는다(지금은 그렇다). 보안 때문에 파일의 생성과 이동을 정책으로 막아서 그렇다.
그런데 로컬드라이브에서는 이게 된다! 클로드 데스크탑 앱을 사용하는 독자님은 시도해보시길. 클로드 MCP에 다음과 같은 프롬프트를 넣어보시라.
“내 어느어느 폴더에 들어가 파일제목을 읽고 각각의 폴더에 저장. 이런 제목을 가진 파일은 이런 폴더에 넣고 저런 제목을 가진 파일은 저런 폴더에 넣어 모두 처리해줘요. (윈도우의 경우) PowerShell이나 CMD를 이용해서 일괄 처리하세요.”(내 어느어느 폴더의 이름과 경로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윈도우의 경우 오른쪽 버튼을 클릭하면 ‘경로로 복사’라는 메뉴가 뜬다. 그걸 선택하면 내 컴퓨터에서 그 폴더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다.)
그러면 로컬드라이브를 AI가 정리해준다. 속도는 빠르지 않다. 하지만 결과물을 보면 쾌감이 엄청나다.
직박구리와 개똥지빠귀 폴더의 추억
혹시 옛날 윈도우 유머를 기억하시는지? 새(bird) 이름으로 폴더를 만들면 알아서 새 이름을 붙여주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해서 나온 폴더 이름들이 직박구리, 개똥지빠귀, 뻐꾸기 등. 그때를 생각하면 AI가 폴더를 만들고 파일을 넣어주는 지금의 상황은 참으로 상전벽해에 격세지감이다.
결론을 말하면 이렇다. 구글 드라이브에서는 제미나이의 근소한 판정승. 중간에 멈추지도 않고, 안정적이다. 로컬 컴퓨터에서는 클로드 MCP의 압승. 이쪽은 진짜로 파일을 옮기고 정리를 해주니까.
다만 클로드 MCP를 쓸 때면 보안 문제가 불안하다. 내 컴퓨터 열쇠를 남에게 주는 격이니. 아무리 청소를 잘 도와준다고 해도, 근육질의 낯선 헤라클레스가 우리 집 안방을 돌아다니는 상황은 어딘지 찜찜하다.
마지막으로 밝혀두기. 이 글의 유머는 글쓴이가 클로드에게 시켜서 만든 것들이다. 만약 독자님이 웃으셨다면 그것은 내가 프롬프트를 기가 막히게 쓴 덕분이다. 만약 웃지 않으셨다면 그건 순전히 클로드의 탓이다.
김태권·신호철(커뮤니티 AI인(aiin.my) 운영진)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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