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규격 위반? 올림픽 골칫거리 된 아이스하키
“안전 문제가 있으면 우리 선수들이 올림픽에 나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 빌 데일리 부총재가 9일(한국 시각) 리그 이사회를 마치고 폭탄 선언을 했다.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 올림픽의 아이스하키 주경기장인 ‘산타줄리아 아레나’ 완공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빙질 등 경기장 컨디션이 우려된다며 대회 조직위원회에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이번 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는 NHL 무대를 주름잡는 캐나다와 미국, 핀란드, 스웨덴 등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총출동한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NHL 스타들의 올림픽 복귀는 2014 소치 대회 이후 12년 만이라 아이스하키는 밀라노 코르티나 올림픽의 최고 흥행 카드로 꼽힌다. 하지만 조직위 측의 준비 부족 탓에 대회 개막을 50여 일 앞둔 지금까지 정상 진행 여부가 안갯속이다.

NHL은 그동안 경기장 규격 문제로 꾸준히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 2일 피트 드보어 캐나다 대표팀 수석 코치가 “밀라노 아이스링크 길이가 NHL 규격보다 3~4피트(약 1m) 작다”면서 “이해가 안 된다”고 발언한 것이 논란에 불을 붙였다. 실제 산타줄리아 링크는 길이 196.85피트(약 60m), 폭 85.3피트(약 26m)로 건설됐다. NHL 공식 규격인 길이 200피트(약 61m), 폭 85피트(약 25.9m)와 비교하면 폭은 약 10㎝ 늘어 큰 차이가 없지만 길이가 1m가량 짧다.
지난 7월 NHL은 대회 조직위와 올림픽 참가에 합의하면서 ‘리그를 중단하고 선수들을 보내는 만큼 링크는 NHL 규격에 맞춰 달라’는 조건을 내걸었는데 실제로는 이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 IIHF(국제아이스하키연맹) 측은 2022 베이징 때와 똑같이 만들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1m 차가 선수들에게 충분히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퍽(공)의 이동 속도가 시속 160㎞를 넘나드는 아이스하키에서는 빠르고 순간적인 대응이 중요한데 링크 길이가 1m 짧으면 선수들의 거리감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평창 올림픽 한국 대표팀 주장을 지낸 박우상 HL안양 코치는 “체킹(상대와 부딪쳐 퍽을 차지하려는 몸싸움)하거나 펜스에 맞고 나온 퍽에 스틱을 대는 타이밍이 평소와 달라질 수 있다”며 “링크가 좁아지면 관중들은 더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볼 수 있겠지만, 선수들의 부상 위험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학계 연구에서도 경기장이 작아질수록 체킹 빈도가 늘어나고, 이에 따른 머리 충돌도 더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일리 부총재는 지난 4일 “링크가 제대로 지어지지 않으면 선수들은 올림픽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각에선 규격을 못 맞춘다면 아이스하키만 북미 지역에서 따로 개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IIHF가 9일 “IOC, NHL 모두 규격 차이가 경기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데 동의했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가까스로 수습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NHL이 “얼음판 컨디션도 매우 우려된다”며 또다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당초 예정대로라면 이번 달 산타줄리아에서 경기장 상태를 미리 점검할 수 있는 테스트 이벤트가 열려야 했지만, 완공 지연으로 다른 장소에서 진행됐다. 산타줄리아에서는 올림픽 첫 경기(2월 5일)를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1월 9~11일에야 실질적인 테스트가 이뤄질 예정. NHL 측은 “지금이라도 우리의 얼음 전문가와 기술진을 현지에 파견해 경기장 관리를 돕겠다”고 하면서도 “빙질이 좋지 않아 선수들이 불안해한다면 우리는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을 것이다. 얼음 상태는 개막 직전에야 확인할 수 있고,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그때 가서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NHL의 잇따른 경고는 이미 흥행 부진으로 고민하던 조직위에 더욱 큰 압박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조직위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체 올림픽 티켓 150만장 중 60%에도 못 미치는 약 85만장만 팔렸다. 이에 조직위는 스키 리조트 연계 상품 개발 등 각종 마케팅 전략을 총동원해 티켓 판매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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