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우동 한 그릇은 ‘온소바’였다

1990년대 한국에서 ’우동 한 그릇‘이라는 일본 소설이 번역돼 큰 사랑을 받았다고 들었다. 처음 들었을 때는 ’우동 한 그릇‘이라니 일본에 그런 소설이 있었나 싶었다. 알고 보니 일본판 원제는 ‘한 대접의 온소바(一杯のかけそば)’였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한국에서 냉모밀은 흔하지만, 따뜻한 메밀국수는 접할 일이 없었다. 그러니 번역 과정에서 한국 문화에 맞게 ‘온소바’를 ‘우동’으로 바꾼 듯하다.
일본의 소바집에서는 사계절 내내 온소바와 냉소바를 모두 판다. 우동집에서 온우동과 냉우동을 함께 파는 것과 같다. 어떤 메뉴가 ‘정석’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일본에서 흔한 서서 먹는 소바집에서는 온소바를 주문하는 손님이 많은 편이다. 소바면 특유의 풍미를 느끼려면 국물이 따로 나오는 냉소바가 좋지만, 아무래도 날씨가 추워지면 자연스레 따뜻한 온소바를 찾게 된다.
덴푸라(일본식 튀김) 소바는 일본에서 인기가 많은 온소바 메뉴다. 바삭한 튀김이 국물에 젖어 식감이 달라지는데, 처음엔 당황스러워도 그 ‘애매한 바삭함’이 묘하게 중독성 있다는 사람도 있다. 가을에는 송이버섯, 겨울에는 굴을 얹어 제철 음식을 즐기기에도 좋은 음식이다.
온소바라고 해서 반드시 국물에 면을 말아 먹는 건 아니다. 따뜻한 국물과 면을 따로 내고, 면을 국물에 찍어 먹는 메뉴도 있다. 대표적으로 따뜻한 오리고기 국물에 면을 찍어 먹는 ‘카모 세이로(鴨せいろ)’가 있다. 혹시 따뜻한 국물에 소바면이 담겨 있는 모습이 어색하다면, 찍어 먹는 ‘세이로 온소바’부터 도전해 봐도 좋겠다.
앞서 말한 소설인 ‘우동 한 그릇’은 12월 31일 밤에 소바집을 찾는 이야기다. 한 해의 액운을 털어내고 장수를 기원하기 위해 ‘토시코시소바(年越しそば)’를 먹는 일본 풍습과 관련이 있다. 일본은 양력설을 쇠기 때문에 연말연시에 문을 닫는 가게가 많지만, 소바집만큼은 이 풍습 덕에 12월 31일 밤까지 영업하는 경우가 많다. 연말 일본 여행 중 식당을 찾기 어렵다면 소바집을 찾아가면 좋을 것이다. 겨울 일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따뜻한 소바 한 그릇을 맛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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