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마을 어르신들, 남해의 미래를 만들다
남해 시니어라이프
남해 고령화율 40%, 전국 평균보다↑
노인일자리·사회활동 지원 확대
올해 기준 사업비 약 77억 원 투입
지역 맞춤 어촌·농업 일자리도 발굴
군내 482개 노인시설 균형적 배치
스마트경로당 통해 노년층 자존감↑
건강고령친화도시 정책 최우수상

초고령사회 경남은 이제 '실버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본 기획은 <경남 '실버시대'가 오다>를 주제로 총 5회에 걸쳐 도내 각 시군(김해, 창원, 남해, 산청, 진주)의 실버사회의 현황과 활동 양상을 취재했다. 이를 통해 도민과 경남이 이 시대를 어떻게 슬기롭게 맞아들이고 준비해야 할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노년의 항해, 바다에서 다시 시작되다
바다는 늘 그 자리에 서서 남해의 시간을 품는다. 파도는 쉼 없이 부서지고, 어제의 그물은 오늘도 던져진다. 남해의 바다는 세월을 담아 노년의 삶을 비춘다.

70대 어부 김모 씨는 지금도 새벽 4시면 미조 앞바다로 배를 띄운다. "이제는 많이 잡으려고 나가는 게 아니지. 그냥 하루를 시작하고 싶어서 나가는 거야." 체념이 아닌 품위가 묻어나는 말. 바다는 그의 일터이자 친구이자, 인생의 마지막 항로다.
남해의 노년에게 바다는 잃어버린 젊음의 자리가 아니라 여전히 살아 있는 '현재의 무대'다.
바다마을의 노인들, 노동이 삶을 지탱하다

남해 곳곳의 어촌·농촌은 지금도 노인의 손으로 돌아간다. 설천면의 한 마을에서는 80대 어르신이 매일 해조류를 다듬고, 이동면의 노부부는 텃밭을 일궈 남해장터에 채소를 낸다.
그들에게 노동은 생계이자 자존감의 상징이며, 삶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다.
남해군은 이러한 노년층의 경제·사회 참여를 돕기 위해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2025년 기준 약 77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됐으며, 공공형 일자리뿐 아니라 지역 특성에 맞춘 어촌형·농업형 일자리도 꾸준히 발굴 중이다.

배움으로 세대와 통하다, 남해형 시니어의 변화
남해군의 노년 정책은 돌봄 중심에서 '참여·학습·디지털 역량 강화'로 확장되고 있다. 군 내 482개 마을회관·경로당 등 노인시설이 균형 배치돼 있고, '스마트경로당 사업'을 통해 디지털 장비 활용 교육과 여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단순 복지시설이 아닌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한글교실 수강생들의 작품전시회, 스마트폰 영상통화 교육, 시니어 가요제 등 다양한 활동은 노년층의 자존감과 공동체 소속감을 높이고 있다. "손주 얼굴을 영상통화로 보는 재미에 배웠다"는 80대 수강생의 말에서 변화의 힘을 읽을 수 있다.

초고령사회, '활동적 노년(Active Aging)'으로 돌파하다
남해군은 초고령사회 대응을 복지의 차원을 넘어 지역 발전의 새로운 전략으로 삼고 있다. '활동적 노년(Active Aging)'을 정책 중심에 두고, 노인이 건강하고 활력 있는 사회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든다.
남해군은 경남 최초·전국 군부 최초로 WHO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에 가입해 2020~2022년 제1기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 이어 2023년 '대한민국 건강고령친화도시 정책 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전국적 인정을 받았다.

군은 고령친화 공공건축, 노년형 여가복합공간, 디지털 돌봄 서비스, 세대 융합 프로그램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며 초고령사회를 '도전'이 아닌 '기회'로 전환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남해의 어르신은 지역의 자산이자 미래"라며 "노년층이 노동력·사회참여자·배움의 주체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 남해형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노년, 다시 항해를 시작하다

"우리가 바다를 지킨 게 아니라, 바다가 우리를 지켜줬지", 미조 앞바다에서 만난 한 어부의 말처럼, 남해의 노인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오늘을 살아낸다.
주름진 얼굴에는 노동의 땀, 배움의 열정, 공동체의 온기가 서려 있다. 남해군의 시니어라이프는 단순한 생존의 기록이 아니라, '두 번째 인생을 바다처럼 살아가는 이야기'다.
노인과 바다가 만나는 곳, 그곳이 바로 남해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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