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해룡發 '세관 마약 연루-수사 외압' 의혹... 검경 합수단 "사실 무근"
"세관 직원이 도와" 밀수범 허위진술 결론
현장 조사서 밀수범 간 거짓말 종용 포착
경찰 입맛에 맞게 밀수범이 진술 변화도
보도자료 수정 등 윗선 지시도 적법 결론
대통령실 개입 정황도 "없었다"고 정리
백 경정, 거친 반발하며 6곳 압색 예고

서울동부지검 '세관 마약밀수 연루 의혹 합동수사단'이 말레이시아 조직 마약 밀수를 세관 직원들이 도왔다는 의혹을 "사실 무근"이라 결론냈다. 세관 측 관여 자체가 터무니없는 얘기라 경찰과 관세청, 대통령실의 해당 마약 수사 외압 의혹 자체도 '없던 일'로 가려졌다. 마약 밀수범의 허위 진술을 토대로 의혹을 키우며 과격한 주장을 펼친 백해룡 경정(당시 영등포서 형사과장)이 초래한, 웃지 못할 해프닝으로 정리될 판이다.
합수단은 9일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의혹에 휘말린 인천세관 직원 7명에 대해 밀수를 도운 사실이 없다며 혐의 없음 처분했다고 밝혔다. 세관 연루를 덮기 위한 경찰청·관세청 지휘부의 외압 행사 의혹도 "실체가 없다"며 당시 조지호 서울경찰청장과 조병노 전 서울청 생활안전부장, 김재일 인천공항세관장 등 8명의 직권남용 혐의를 전부 혐의없음 처분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인 올해 6월 출범한 합수단은 임은정 동부지검장이 이끌어왔다.
"솔직하게 말하지 마" 대놓고 허위 진술 종용

인천세관 연루 의혹은 말레이시아 밀수범들의 진술에서 비롯됐다. 2023년 1월 이들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일제검역 대상 비행편'을 이용한 터라 동식물 검역대(8, 9번)를 거쳐야만 했는데, 세관 도움으로 다른 검색대를 통해 밀수에 성공했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이는 밀수범들 간 허위 진술을 짜맞춘 결과인 걸로 드러났다. 합수단에 따르면, 경찰은 2023년 9월 인천공항에서 밀수범 2명을 데리고 다니며 통과한 검색대를 지목하게 했다. 밀수범 2명은 현장에 중국어 통역사만 있다는 점을 악용해 말레이시아어를 못 알아듣는 백 경정 등 경찰 앞에서 "솔직히 말하지 말고 나 따라서 이쪽으로 나갔다고 하라"며 진술을 조작했다. 합수단은 당시 경찰이 촬영한 영상을 분석해 이런 장면을 포착했다.

결론을 정해놓은 경찰 입맛대로 진술이 오염되기도 했다. 마약 운반책 A씨가 8, 9번 검색대를 가리키며 "(이리로 온 게) 정확하다"고 하자, 경찰 관계자는 "여긴 동식물 검역소라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러자 A씨는 "4, 5번 검색대를 지났다"고 말을 바꿨다. 그는 합수단에서 "조사를 최대한 빨리 끝내고 싶어 열려 있는 것처럼 보인 4, 5번 검색대를 지목했다"고 털어놨다. 밀수범들은 모두 "사실 세관 직원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고 실토했다는 게 합수단 설명이다. 그러면서 "당시 경찰은 밀수범들의 허위 진술을 믿고 세관 직원 가담 수사에 착수했다"고 꼬집었다.
합수단 결과 발표한 날 백해룡 압수수색영장 신청

합수단은 백 경정이 줄곧 주장해온 '수사 외압'도 실체 없는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백 경정은 2023년 9월 사건을 브리핑하고 보도자료에 '세관도 수사할 예정'이란 문구를 넣으려 했는데 상급자들에게 제지당하자 외압이라 주장했다. 합수단은 윗선 주문은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백 경정이 경찰 공보 규칙상 필요한 상급기관 사전보고를 이행하지 않은 게 확인됐다면서다. 특히 백 경정이 브리핑 당일 오후 세관을 압수수색할 예정임에도 그날 오전 보도자료에 '세관 수사 예정'을 포함한 게 문제라 봤다. 밀수범 진술 말고 확보된 증거도 없이 세관 피의자를 특정도 못 한 상황에서 공보 규칙을 어겼단 얘기다.
합수단은 백 경정이 주장한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의 관여도 "없었던 걸로 확인됐다"고 정리했다. 경찰청과 인천세관 등 30곳 압수수색, 피의자들의 휴대폰 46대 포렌식(디지털 증거분석), 이메일과 메신저, 통화내역 분석 등 "총력 수사했는데 대통령실 관련자와 연락한 내역 자체가 없었다"고 했다. 영등포서가 사건을 브리핑한 2023년 10월 10일에야 경찰청을 거쳐 대통령실 국정상황실로 최초 보고됐다고 합수단은 부연했다.

합수단 발표 뒤 임은정 지검장과 백 경정은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임 지검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세관 직원들은 공범으로 몰려 2년 넘게 수사 받았다. 국가적 차원에서 여러 모로 피해가 큰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의) 조사 영상에서 확인되는 것과 같은 실수와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기록을 꼼꼼히 보겠다"며 백 경정을 직격했다.
반면 백 경정은 한국일보에 "실체가 없으면 사건을 종결하지 (중간수사 발표라는) 비겁한 행태를 보인다"며 "(밀수범들이 진술을 바꾼) 그 한 부분 영상만 가져와 왜곡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 경정은 검찰청과 관세청 등 6곳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며 강제수사 계획도 알렸다. 그동안 해온 주장을 고수하려는 의지로 보인다.
합수단은 대통령실과 김건희 일가의 마약 밀수 의혹과 검찰의 수사 무마·은폐 의혹은 합수단 내 별도 수사팀인 '백해룡팀'이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 했다. 백 경정은 올해 10월 이재명 대통령 지시로 합수단에 파견됐다.
최현빈 기자 gonnalight@hankookilbo.com
권정현 기자 hhh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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