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악성 민원 시달리는 구급대원
국민 보호 국가책무 최일선 수행
전쟁터 같은 현장서 폭행·모욕
국가·소방청, 대원들 보호 미흡
무분별 감찰·징계, 자긍심 저하

우리나라 헌법은 국민의 안전권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으며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보호 의무를 국가 책무로 명시하고 있다. 헌법에서 명시한 국가의 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 중 일상적인 국민의 삶 속 최일선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이 119구급대원이다.
어려운 경쟁률을 이겨내고 소방공무원으로 입직한 119구급대원의 직무집행 강도는 너무 높다. 2025년도 119구급서비스 통계연보(지난해 12월31일 기준)에 의하면 지난해 179만794건을 응급의료기관에 이송하였고, 이송 인원은 180만7천498명이다. 1일 평균 9천108건 출동하여 4천952명을 응급의료기관에 이송하였다. 이는 구급차가 매 9.5초마다 1회 출동하고 매 17.4초마다 1명 이송한 것이다.
전쟁터와 같은 구급 현장에서 119구급대원은 신고자 등으로부터 폭언, 폭행, 인격적 모욕을 당하는 경우도 많으며 특히 각종 불만성 민원에 시달리면서 심신이 지쳐가고 있다. 통계연보에서 확인한 것처럼 높은 직무 강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잦은 출동에 의한 피로 누적, 특히 직무수행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신고자 또는 그 가족 등으로부터 제기되는 무분별한 불만성 민원일 것이다.
119구급대원은 국민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함은 당연하며 소관 법령에 따라 책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소관 법령에 따라 정당한 직무를 성실히 수행했다면 그 과정에서 발생한 불만성 민원에 대해 국가와 소방청은 119구급대원을 민원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는 것이다. 119구급대원은 법령에서 규정한 직무를 수행하면서 부당한 대우나 불만성 민원 제기에 국가와 소방청이 본인을 보호해 줄 것이라는 믿음과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와 소방청이 불만성 민원으로부터 119구급대원을 보호하고 있는가 살펴보면 ‘아니’라는 답이 나온다. 단적인 예로 인천소방본부 소속 119구급대원은 비응급환자인 119 신고자가 샤워 시간을 달라는 요구에 언성을 높였다는 이유로 국가공무원복무규정 제4조(친절·공정한 업무처리) 위반으로 경고 처분에 더해 1년간 포상금지 불이익을 당했다. 119구급대원은 구급차를 택시처럼 이용하면 안된다고 고지하고 기다려 병원으로 이송하였다. 이에 신고자가 모멸감을 느꼈다며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119구급대원은 행정소송을 제기하였고 법원은 당사자에게 의견제시 기회를 박탈하는 등 행정절차법 위반으로 처분을 취소시켰다.억울한 징계처분의 취소로 사후 구제를 한다 해도 치유되지 않는다.
이러한 사례는 묵묵히 강도 높은 직무를 수행하는 119구급대원의 사기 저하와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하여 치유하기 어려운 트라우마가 된다. 국가와 소방청이 불만성 민원이 제기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소속 공무원에 대해 감찰하고, 정당한 의견제시 기회를 박탈하거나 당사자의 의견을 배제하고, 추론의 오류에 의한 징계처분을 하는 것은 침익적 행정행위다. 특히 상급행정청 또는 최고 권력기관에 접수된 민원일 경우 소방청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 경우 사실관계 확인 후 정당한 직무수행 과정에서 민원인의 일방적 주장 또는 불만성일 경우 그 결과를 계선조직을 통해 보고하면 될 것이다. 민원에 등떠밀리거나 상급 기관에 제보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징계처분을 하는 것은 아닌지 국가와 소방청은 되돌아봐야한다.
국가와 소방청이 악의적이고 일방적인 불만성 민원에 대해 119구급대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탁상행정적 발상은 편의주의인 구시대 산물이다. 119구급대원이 직무수행을 성실히 수행했다면 그 과정에서 발생한 불만성 민원에 대해 소속 119구급대원을 보호할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무분별한 감찰과 징계처분은 전국 119구급대원 1만4천236명의 자긍심과 사기 저하의 매개체가 되어 조직의 결속력을 와해시키기 때문이다. 119구급대원을 누가 보호해 주어야 하는가의 담론에 국가와 소방청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즉시 답을 하여야 한다.
/손원배 초당대학교 소방행정학과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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