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이번엔 점유율 90% 왓츠앱도 손본다... 美와 ‘규제 전쟁’ 본격화

유럽연합(EU)이 지난 5일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과징금 1억2000만유로(약 2052억원)를 부과한 뒤 머스크가 ‘EU 해체’를 주장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EU는 “미국 기술 재벌들을 방어하기 위해 시민의 정보 자유를 희생할 수 없다”(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며 ‘규제는 유럽의 주권’이라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EU는 유럽 점유율이 90%가 넘는 메타의 메신저 왓츠앱이 다른 업체 인공지능(AI) 챗봇을 차단했다는 이유로 ‘반독점 조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4일 메타의 새 정책이 왓츠앱을 통한 제3자 AI 업체들의 서비스 제공을 방해할 수 있다며 반독점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메타는 최근 왓츠앱 API 이용약관을 개정해 다른 AI업체가 왓츠앱에서 AI 어시스턴트를 운영하지 못하도록 했다. API는 자사 소프트웨어나 서비스를 외부 개발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를 말한다.
메타는 왓츠앱과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자사 플랫폼에 자체 AI 챗봇인 메타AI를 탑재하고 있다. EU는 메타가 왓츠앱에서 챗GPT와 코파일럿 등 경쟁사 AI 서비스를 밀어내려 한다고 본다. 테레사 리베라 EU 경쟁 담당 집행위원은 “유럽 시민과 기업이 이 기술 혁명의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고 디지털 기업들이 혁신적 경쟁자를 배제하기 위해 권한을 남용하는 걸 막아야 한다”고 했다.
유럽 스마트폰 메신저 시장에서 왓츠앱의 점유율은 90%를 넘는다. EU는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거나 불법 콘텐츠를 퍼뜨렸다는 등 각종 명목으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을 조사해 과징금을 매기고 있다. EU는 지난 4월에도 메타가 디지털시장법(DMA)을 위반했다며 과징금 2억유로(약 3422억원)를 부과했다.
EU는 2017년엔 구글이 검색 엔진에서 자사 쇼핑 서비스를 상단에 띄우면서 경쟁사를 배제했다는 이유로 며 24억2000만유로(약 4조1407억원), 2018년엔 역시 구글이 안드로이드 휴대폰에 구글 앱 등을 강제 설치하도록 했다며 43억4000만유로(약 7조4260억원)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에 비하면 머스크의 X가 이번에 ‘기만적 블루 체크 판매’를 이유로 1억2000만유로(약 2053억원)과징금을 내게 된 것은 EU가 트럼프의 반발 등을 감안해준 ‘할인액’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프랑스의 국제 문제 전문지 르그랑콩티넝은 8일 “유럽 시장은 미국의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매출 중 4분의 1을 차지한다”고 보도했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의 전 세계 수익의 23%, 유튜브 모회사 알파벳 매출의 29%가 유럽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정부와 기업 입장에선 유럽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거대 시장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이 최근 국가안보전략(NSS)과 정부 관계자 발언을 통해 “EU 체제는 비선출 권력” “주권은 각 정부와 국민에게 돌아가야 한다”며 EU 체제를 맹공하는 이유 역시 유럽 시장에서의 규제 완화를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란을 석기시대로” 또 뒤집은 트럼프
- 李 “소나기 아닌 폭풍우 위기… 추경은 국민 삶 지킬 방파제”
- 인류, 다시 ‘달의 문’을 열다
- 호르무즈 톨게이트… 이란 “위안화·코인으로 배럴당 1달러 징수”
- 트럼프 연설 직전 5500 뚫은 코스피, 45분 만에 5300선 무너졌다
- 나토 나가겠다는 美, 실제 탈퇴는 어려워… 병력 줄여서 흔드나
- 트럼프 “한국, 호르무즈 문제 도움 안 줘”… 무역·안보 청구서 가능성
- 이란 군부 “더 파괴적 보복”… 트럼프의 ‘석기시대 위협’ 일축
- 군사 국가로 재편되는 이란… 더 위험한 ‘중동의 북한’ 되나
- 감사원 국장급 물갈이… 文정부 감사한 간부들, 좌천되거나 외부 파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