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기운에 사우나로 땀 빼면…과연 무슨 효과 있을까?

몸이 으슬으슬할 때엔 '사우나에서 땀을 쫙 빼면 감기가 낫는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러나 미국 건강매체 '베리웰헬스'(Verywell Health)에 따르면 사우나의 건조한 열기가 감기 바이러스를 죽인다는 속설에는 뚜렷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 감기는 대개 7~10일 자연 치유 과정을 거치며, 억지로 땀을 빼면 오히려 탈수와 증상 악화를 부를 수 있다.
종전의 중요한 연구 결과를 살펴보자. 핀란드 투르쿠대 연구팀은 사우나의 뜨거운 공기를 흡입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비교한 결과, 사우나의 건조한 열기가 코막힘·기침 등 주요 감기 증상의 개선에 뚜렷한 차이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사우나가 감기 치료에 직접적인 효과를 주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영국 코크란연구소가 2017년 발표한 종합 분석 결과를 보면 따뜻한 증기를 들이마시는 행위가 감기 자체를 치료하거나 회복 기간을 단축하는 효과를 내지는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증기 흡입이 코 안의 점액을 묽게 만들어 일시적으로 숨쉬기를 편하게 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포츠의학 '넥 룰'(Neck Rule), 면역력 '오픈 윈도'(Open Window) 현상에 주목해야"
사우나가 건강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핀란드 이스턴핀란드대가 20년 넘게 수만 명을 추적 조사한 대규모 연구에서는 사우나를 주 4~7회 이용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63%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결과는 심혈관 건강과 관련된 것이며, 감기 치료와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운동과 감기 회복의 관계에도 주목할 만하다. 스포츠 의학계에서는 통상 '넥 룰'(Neck Rule) 이론을 적용한다. 이는 콧물 등 목 이상의 가벼운 증상에는 가벼운 움직임이 허용되지만, 발열·근육통 등 전신 증상이 있을 때는 절대적으로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중요한 원칙이다.
미국 애팔래치안주립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운동을 무리하게 하면 감기 증상에서 회복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고갈되고, 운동 직후에는 면역력이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오픈 윈도'(Open Window)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무리한 운동이 오히려 바이러스 활동을 부추길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감기 증상이 있을 때 운동으로 땀을 빼는 행위는 득보다 실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혈압·혈당 높은 사람, 감기 중 사우나 심혈관계에 위험…각별히 조심해야"
의학 전문가들은 특히 탈수를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는다. 감기 환자는 이미 발열 등으로 수분 소모가 많은 상태다. 여기에다 땀까지 억지로 배출하면 호흡기 점막이 말라 가래와 콧물 배출이 어려워지고, 2차 세균 감염의 위험까지 높아진다. 또한 고혈압·당뇨병 환자에게는 고온 사우나가 심혈관계에 치명적인 응급 상황을 부를 수 있으니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사우나 후 느끼는 일시적인 개운함은 심리적 요인이나 혈관 확장에 따른 현상일 뿐이다. 감기 바이러스가 사라졌음을 알려주는 신호가 아니다. 1990년대 일부 연구에서는 사우나의 예방 효과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후속 연구에서는 그 효과가 재현되지 않아 정설로 인정받지 못했다.
결국 감기 치료의 핵심은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이다. 따뜻한 차 한 잔과 숙면은 우리 몸의 자연 치유력을 돕는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사우나로 감기를 뗀다'는 속설을 과신해선 안 된다. 억지로 땀을 빼기보다는 물을 충분히 마시고 쉬고 잠을 푹 자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감기에 걸렸을 때 사우나에서 땀을 푹 빼면 빨리 낫나요?
A1. 아닙니다. 사우나의 건조한 열기가 몸속 감기 바이러스를 없앤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습니다. 오히려 억지로 땀을 내면 몸속 수분이 빠져나가(탈수) 호흡기 점막이 마르고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Q2. 감기 기운이 있을 때 운동을 해도 괜찮을까요?
A2. 증상에 따라 다릅니다. '넥 룰'(Neck Rule)에 따라 콧물 등 목 위의 가벼운 증상만 있다면 가벼운 움직임은 괜찮습니다. 하지만 열이 나거나 근육통 등 전신 증상이 있다면 면역력이 떨어지는 '오픈 윈도'(Open Window) 현상이 생길 수 있으므로 무조건 쉬어야 합니다.
Q3. 평소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은 사우나를 더 조심해야 하나요?
A3. 네, 특히 고혈압이나 당뇨병 환자는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감기로 이미 몸에 수분이 부족한 상태에서 고온 사우나를 이용하면, 심각한 탈수와 급격한 혈압 변화로 인해 심혈관계에 치명적인 응급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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