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면 전부 안락사"... 운영 종료 앞둔 인천시 동물보호소에 무슨 일이?

위탁계약 종료를 앞둔 인천 지역 기초지방자치단체 동물보호소에서 돌보던 개 70여마리가 안락사 처분될 처지에 놓였다. 위탁 종료는 이미 수개월 전 예고돼 있었지만, 대체 보호소를 찾지 못한 지자체가 사실상 손을 놓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9일 동그람이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 계양구에 위치한 인천시수의사회 유기동물보호소는 오는 31일까지 운영하고 철거될 예정이다. 이 보호소는 인천 미추홀구, 남동구, 옹진군 등 기초지자체와 위탁계약을 맺고 보호소를 지난 2006년부터 운영 중이다.

문제는 올해 말 위탁계약이 종료된 뒤 보호 중인 개들이 갈 시설이 없다는 점이다. 보호소 부지를 임차해 쓰고 있는 인천시수의사회는 올해 말까지 보호소를 철거해 임대한 부지를 원상복구하고 주인에게 반환해야 한다. 그러나 철거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동물 보호를 맡긴 지자체들은 대체 보호소를 구하지 못한 상태다. 오도가도 못하는 개들은 약 70마리 정도로 알려졌다. 그나마 소형견들은 각 지자체 소재 동물병원을 수소문 중이지만, 중형견 이상의 개들은 마땅한 보호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보호소 측은 오는 27일까지 개들이 갈 곳이 정해지지 못하면 안락사를 실시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보호소 관계자는 동그람이와의 통화에서 "안락사 결정을 하는 게 쉽겠느냐"라고 되물으며 "그런다고 건물을 철거해 원상복구해야 하는 처지에서 이 개들을 다 길거리로 유기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위탁한 지자체에서 사실상 보호소에서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덧붙였다.

당초 이 문제는 올해 7월부터 거론됐다. 당시 인천광역시의회 산업경제위원회는 '인천시 유기동물 보호 시스템 실태와 향후 발전 방향'이라는 좌담회를 개최했다. 인천시 관계자, 위탁보호소 운영자, 동물보호단체 등이 모인 이 자리에서는 해당 보호소의 폐쇄 이후의 대안을 비롯해 향후 유기동물 보호 방안에 대해 언급됐다.
그러나 대안은 마련되지 않은 채 시간만 흘렀다. 보호소 시설을 리모델링해 보호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무위로 돌아갔다. 인천시가 1억2,000만원을 지원하고 기초지자체들이 1억8,000만원을 부담해 대형견 전용 보호소로 리모델링하는 방안이 유력했지만, 인천시가 이 지원금을 2026년 예산에 편성하지 않아 무산됐다.

보다 못한 인천지역 동물보호단체들이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인천지역 동물보호단체 '더가치할개'를 비롯한 시민 30여명은 지난 5일 인천시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인천시에 안락사 중단 및 행정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고수경 더가치할개 대표는 "당초 계획대로 예산이 편성됐다면 중·대형견들이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었다"라며 "인천시가 안락사 중단 및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라고 밝혔다.
시민단체가 나서자 인천시도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인천시 관계자는 집회 당일 "안락사 이야기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모르지만, 그런 일은 없도록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주말이 지난 8일, 인천시 관계자는 유경희 인천시의원(더불어민주당·부평2)과의 면담에서 "시의회에서 예산이 편성돼 통과되면 그 예산은 새로운 위탁사업자에게 투입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방안도 밝혔다.
현재 2026년 인천시 예산안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를 받는 중이다. 10일 종료될 예결위 심사 과정에서 보호소 지원 예산이 다시 포함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유 시의원은 "현재 예결위 소속 시의원들을 최대한 설득 중"이라며 "여러 번 지적하고 여러 번 찾아가 부탁했는데도 (인천시가) 늑장 대응을 해 이 상황까지 오게 된 점은 아쉽다"라고 지적했다.

예산이 마련돼 당장 안락사 고비를 넘겨도 문제는 남는다. 인천시는 매년 5,000여 마리의 유기동물이 발생하고 있지만 이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직영 보호소가 없는 실정이다. 위탁 사업자에게 의존하는 동물보호소 운영이 계속되면 이같은 문제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지역 동물보호단체 '도로시같이할개'의 이효정 대표는 "보호소 직영이 당장은 어렵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목표를 세워야 하는데 시는 마땅한 부지가 없다는 말만 반복한다"라며 "시 관계자들의 관심 부족 문제가 아닌가 싶다"라고 지적했다. 유경희 시의원 또한 "직영보호소를 통해 인천시가 동물, 더 나아가 생명 존중의 시정을 펼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라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leonard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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