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도 자사주 ADR 상장 후 급등…"글로벌 ETF 자금 대거 유입"
마이크론 대비 PER 절반도 안돼
자사주 소각 없이 주주환원 효과
일각 "자사주만으론 물량 적어"
세계 파운드리 시장을 호령하는 대만 TSMC는 1997년 10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했다. 당시 2대 주주인 필립스가 보유한 대만 본주 일부를 매입해 ADR 형태로 상장한 것이다. TSMC는 발행주식 총수의 2~3% 수준이던 ADR 발행 물량을 약 20%까지 늘렸다.

TSMC의 ADR 상장은 대만 증시에 상장된 본주 주가 상승을 견인하는 계기가 됐다. 뉴욕증시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은 TSMC 기업가치를 현지 동종 기업과 비교해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했다. 이는 곧 대만 본주 가치 상승 압력으로 이어졌다. 대만 TSMC 주가보다 ADR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현상은 결국 본주 가치를 재평가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TSMC 사례처럼 SK하이닉스도 자사주를 ADR로 상장하면 즉각적인 재평가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SK하이닉스는 미국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 마이크론과 제품 포트폴리오와 이익 사이클 등에서 완벽한 비교 기업으로 통한다. 그러나 주가는 상대적 저평가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주가수익비율(PER)은 올해 예상 실적 기준 11.4배로 마이크론(28.7배)보다 크게 낮다.
만성적 주가 저평가의 원인은 수급에서 비롯된다. 국내 증시에서만 거래되다 보니 미국 현지 롱펀드나 패시브(지수 추종) 펀드의 접근성이 제약돼 자금 유입이 충분하지 않았다. 미국 주요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 ‘SMH’의 TSMC ADR 편입 비중은 9.1%, 서학개미 사이에서 유명한 ‘SOXX’는 3.77%에 달하지만 이들 ETF의 SK하이닉스 비중은 0%다. 엔비디아를 주축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밸류체인 ‘동맹’을 이루고 있음에도 SK하이닉스만 소외된 것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ADR을 상장하면 국내 기업 가치평가의 새 지평을 여는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ADR 상장은 주주 환원으로 배당금 지급과 자사주 매입·소각만을 고려하던 국내 자본시장에도 새로운 시도로 평가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차입금보다 현금이 많은 순현금 체제로 전환해 주주 환원 압박에 직면했다. 이런 상황에서 ADR 상장은 전통적 주주 환원책이 아니라 ‘제3의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주주는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을 누리고, 회사는 차입과 신주 발행을 최소화한 채로 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ADR 상장 시 기업 투명성도 한층 높아진다. 미국의 엄격한 공시 규정과 회계 기준을 충족해야 하고, 이에 따라 지배구조가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으로 향상되는 효과가 있다.
SK하이닉스가 보유한 자사주가 ADR 발행에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23년 발행한 교환사채(EB)의 교환 대상 자사주를 제외하면 SK하이닉스가 ADR 발행에 활용할 수 있는 자사주는 발행주식 총수의 2.4%, 10조원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10조원이면 미국에선 미들캡(중형주) 수준”이라며 “기업가치 제고의 의미가 있으려면 추가 자사주를 매입한 뒤 ADR을 발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짚었다.
송은경 기자 nor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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