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청소부터 에어컨 세척까지…“누군가를 돕는 사람이 됐습니다”

최석환 기자 2025. 12. 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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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건강상 문제로 어둠의 시간을 보낸 이들이 다시 삶을 일으켜 세우고 있다.

이들은 익힌 기술을 활용해 지역 복지관에서 무료 에어컨 청소·정비 봉사도 한다.

특히 이 씨는 에어컨 청소·수리 다음으로 매트리스·소파 청소 자격증에 도전할 예정이다.

"에어컨 기술을 완벽히 익혀서 수리·유지보수도 해보고 싶어요. 기회가 되면 자활기업도 만들어보고 싶고요. 나보다 힘든 사람을 돕는 기술자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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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활센터서 새 삶 찾은 이창욱·김병진 씨
고립된 채로 집에 머물다가 ‘세상 밖으로’
지역사회 곳곳 청소 이어 민간자격증 취득
“이곳서 배운 기술로 홀로서기 해내겠다”
사회적협동조합 마산지역희망자활센터에서 일하는 이창욱 씨와 김병진 씨가 장애인복지관에서 에어컨 세척 작업을 하고 있다. /마산지역희망자활센터

경제적·건강상 문제로 어둠의 시간을 보낸 이들이 다시 삶을 일으켜 세우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이창욱(54) 씨, 김병진(41) 씨 이야기다. 두 사람은 한때 생계를 잇기도 버거운 처지였지만, 자활사업 수행 기관에서 일하며 재기를 노리고 있다.

벼랑 끝에서 홀로서기 시작

이창욱 씨는 업을 안정적으로 이어가지 못했다. 택배 배송 기사, 정육점 직원 등으로 생계를 이을 때도 있었지만, 지속되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 후 일자리가 끊겼고, 수입도 사라졌다. 돈이 없어 막막하던 2022년 11월, 스스로 마산지역희망자활센터 문을 두드렸다.

김병진 씨도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과로 누적 끝에 중풍에 시달렸고, 지난해에는 거의 1년 내내 몸을 가누지 못했다. 누워서만 생활했다. 월세조차 내기 어려웠다. 밥 굶는 날도 적지 않았다. 119 구급차량에 10여 차례 실려 가기까지 했다. 그는 집주인 도움으로 병원과 행정복지센터를 오가다가 올해 5월 자활센터와 연결됐다.

두 사람이 속한 사회적협동조합 마산지역희망자활센터는 저소득층·취약 계층에 일할 기회와 직업 훈련, 자격증 취득, 심리·사례 관리 상담, 취업 알선 등을 제공하는 보건복지부 지정 기관이다. 청소·방역 업무를 주거나, 직접 운영·관리하는 편의점·음식점, 재활용 의류 판매 매장, 택배·배송, 목공·경공업 작업장에서 일할 기회를 주면서 '노동 시장 재진입'을 돕는다.

이 씨와 김 씨 삶은 센터에 오고 나서 규칙적이고 안정적으로 변했다. 이들은 '클린종합환경' 사업단 소속으로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 아파트·빌라·학교·공공기관 등에서 청소 업무를 수행한다. 때로는 방역(살충, 살균) 업무도 처리한다. 월 150만 원 남짓 자활 급여를 받으며 곳곳을 누빈다.

"여기 오기 전에는 의미 없는 하루를 살았어요. 그런 저에게 아침마다 갈 곳이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행복해요." (이창욱 씨)

"움직이면서 일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몰라요. 월급 받아서 먹고 싶은 것도 사 먹을 수 있고…. 누워 지낼 때는 많이 울었는데, 이런 삶 자체가 저에게는 행복입니다." (김병진 씨)
사회적협동조합 마산지역희망자활센터에서 일하는 김병진 씨가 장애인복지관에서 에어컨 세척 작업을 하고 있다. /마산지역희망자활센터
사회적협동조합 마산지역희망자활센터에서 일하는 이창욱 씨가 저장강박증이 있는 한 창원시민 집에서 청소를 하고 있다. /마산지역희망자활센터
사회적협동조합 마산지역희망자활센터에서 일하는 김병진 씨가 저장강박증 가정집에서 청소하고 있다. /마산지역희망자활센터

자신보다 더 어려운 취약계층과 함께

업무는 단순 청소에 그치지 않는다. 두 사람은 쓰레기 저장강박증 환자 가정집처럼 고되고 힘든 현장에도 투입된다. 청소 후 그 가정으로부터 받는 비용은 일절 없다. 센터 차원에서 쓰레기 처리 비용만 구청에 별도 청구해 받는 것이 전부다.

"저장강박증이 있는 집에 가면 바닥이 안 보일 정도로 쓰레기가 가득해요. 이를 다 처리하려면 트럭 몇 대가 필요할 정도예요. 바퀴벌레 수백 마리에 쥐까지 나오고, 여름이면 악취까지 심해요. 주위 가정에서 민원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창욱 씨)

"집 전체를 깨끗하게 만들어놓고 나오면 뿌듯함이 커요. '이제는 좀 달라지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지고요. 간혹 서른도 안 된 젊은 사람이 집을 쓰레기장으로 만들어놓고 사는 사례가 있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 특히 안타까워요."(김병진 씨)

이들은 익힌 기술을 활용해 지역 복지관에서 무료 에어컨 청소·정비 봉사도 한다. 지난해 9월부터 3개월간 경남장애인복지관 25대, 노인 복지관 3대 등을 청소했다. 둘은 센터 지원으로 냉난방기(에어컨) 기술 민간자격증을 취득했다. 이 씨는 건물위생사, 방역 관리사 등 추가 자격증도 땄다.

"리모컨으로 켜고 끄는 것만 할 줄 알았는데, 이제는 제가 직접 기계를 뜯어서 내부 문제를 해결해요. 기술을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이창욱 씨)

"속에 쌓인 먼지와 이물질을 걷어내고 전원을 눌러 에어컨이 '부웅' 하면서 제대로 작동하는 모습을 볼 때면 기분이 좋아요. 내가 해낸 일이니까요." (김병진 씨)
김병진(왼쪽) 씨와 이창욱 씨가 5일 오전 창원시 마산합포구 남성동 마산희망지역자활센터 2층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석환 기자

편견 뚫고 '자립 기반' 다지기 집중

두 사람은 때때로 편견과 마주한다. 현장에서 "국가 돈 받고 시간 낭비한다"며 면박을 주거나, "세금으로 먹고사는 사람"이라 평가절하하는 시민을 만날 때다. 그래도 두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우리 일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거리감 가지는 사람도 있지만, 극히 일부니까요. 무시하는 사람을 보더라도 잊고 말아요." (이창욱 씨)

"처음에는 이 일을 시작할 때 사실 부끄럽다고 느낄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당당해요. 뭐라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게 중요한 거니까 일할 수 있어서 감사해요." (김병진 씨)

두 사람은 다음 목표가 분명하다. 배운 기술을 활용해 홀로서기를 이루는 것이다.

특히 이 씨는 에어컨 청소·수리 다음으로 매트리스·소파 청소 자격증에 도전할 예정이다. "자활센터에서는 5년까지만 일할 수 있게 돼 있어요. 여기서 나가면, 배운 기술로 자활기업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여기서 배운 기술로 스스로 서겠습니다."

김 씨 생각도 비슷하다. 그는 자신보다 힘든 사람을 돕는 기술자가 되려 한다. "에어컨 기술을 완벽히 익혀서 수리·유지보수도 해보고 싶어요. 기회가 되면 자활기업도 만들어보고 싶고요. 나보다 힘든 사람을 돕는 기술자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최석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