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피젠트' 맞먹는 알약 등장하나…'TPD' 잠재력에 'K-TPD'도 기대감↑
글로벌서 임상으로 TPD 잠재력 입증 시작…SK바이오팜·유빅스·핀테라퓨틱스 개발 잰걸음

미국 키메라 테라퓨틱스가 표적단백질분해제(TPD) 기반의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임상 1b상 결과를 공개하며 TPD의 잠재력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신규 모달리티(치료접근법)인 데다 다양한 파생기술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영역인 만큼 SK바이오팜, 유빅스테라퓨틱스, 핀테라퓨틱스 등 국내 기업들의 약진이 기대된단 전망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키메라 테라퓨틱스는 지난 8일(현지시간) STAT6 분해제 'KT-621'의 아토피성 피부염 임상 1b상 결과를 발표했다.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산정된 EASI-50(습진중증도평가지수 50% 이상 감소)은 76%로 나타났다. 흉선 활성화 조절 케모카인(TARC), 에오탁신-3, 면역글로불린E(IgE) 등 제2형 바이오마커에서도 유의미한 개선이 확인됐다.
이를 두고 회사는 EASI를 비롯해 측정된 임상 지표에서 KT-621은 4주차 기준으로 공개된 듀피젠트(성분명 두필루맙) 데이터와 비슷한 수준의 개선 효과를 보였으며, 일부 지표에선 수치상 웃도는 결과도 확인됐다고 부연했다. 사노피의 듀피젠트는 인터루킨-4(IL-4)와 인터루킨-13(IL-13)의 신호 전달을 억제하는 항체 치료제로, 지난해 약 131억유로(약 22조원)의 글로벌 매출을 올린 블록버스터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키메라 테라퓨틱스의 임상 결과는 TPD가 실제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단 가능성을 보여주는 굉장히 중요한 데이터"라며 "발표된 데이터로는 듀피젠트 동등 이상인 데다 훨씬 편리한 경구제라 향후 승인을 받으면 듀피젠트 시장을 대부분 먹어버리고 시장은 더 커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TPD의 임팩트가 항암 영역보단 면역학 및 염증(I&I) 영역에서 강하게 나오고 있는 것 같다"며 "당분간 I&I 영역에서 나오는 게임 체인저급 데이터를 주목하면서 항암 영역에선 분해제-항체접합체(DAC)와 같은 TPD의 확장을 지켜볼 필요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TPD는 이름 그대로 타깃 단백질을 분해시키는 기전의 약물이다. 이론적으론 기존에 약물화하기 어려웠던 타깃에 대한 치료제까지 개발할 수 있으며, 내성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단 장점이 있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된 약물은 없으며, TPD의 초기 개발 영역이었던 항암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를 보인 바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에스트로겐수용체 분해제 '베프디제스트란트'다. 이 약물은 화이자와 아비나스가 공동개발했으나 임상 3상에서 제한적인 성과를 거둬 상업화 이후의 전망은 그리 좋지 않다. 양사는 지난 9월 해당 파이프라인에 대한 제3자 기술이전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TPD에 대한 개발이 여전히 활발하게 이뤄지며 파생기술이 등장하는 등 진화 단계에 있어 TPD에 대한 기대감은 아직 유효하다. 특히 임상 개발에서 앞서 있는 글로벌 회사들이 점차 성과를 내면서 국내 기업이 개발하고 있는 TPD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전망이다.
국내에선 SK바이오팜, 유빅스테라퓨틱스, 핀테라퓨틱스, 사이러스테라퓨틱스, 프레이저테라퓨틱스 등이 TPD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SK바이오팜은 2023년 미국 프로테오반트사이언스를 인수하며 일찍이 TPD 개발에 뛰어들었으며, 항암뿐 아니라 면역학, 신경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파이프라인을 발굴 중이다.
임상 단계에서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인 유빅스테라퓨틱스와 핀테라퓨틱스는 최근 기업공개(IPO) 추진을 본격화했다. 양사 모두 TPD 항암신약을 개발 중인 만큼 DAC로의 확장을 위한 연구개발(R&D)도 진행 중이다. DAC는 항체-약물접합체(ADC)보다 안전하고 TPD와 항체 치료제의 장점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단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인 DAC 개발사로는 오름테라퓨틱이 있다.
서보광 유빅스테라퓨틱스 대표는 "큰 틀에서 보면 TPD가 포함되는 유도 근접성 기술에서 립탁(RIPTAC)처럼 새로운 기술이 튀어나오고, 분해제-항체 접합체(DAC)로 확장하는 등 연구개발이 매우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유빅스테라퓨틱스도 와이바이오로직스와의 공동연구뿐 아니라 또다른 기업 두 곳과 협업해 DAC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선아 기자 seon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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