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전쟁은 여기서 벌어질지도”…러시아 위협에 ‘전시국가’ 변모한 발트 3국

현정민 기자 2025. 12. 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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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전선에 위치한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이 러시아의 지속적 위협과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속에서 사실상 '준(準)전시 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주민들은 일상에서 전쟁 가능성을 대비하는 한편, 정부 불신과 경제적 충격 등으로 복합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양상이다.

이 지역은 러시아 국경에서 20㎞ 남짓 떨어져 있으며, 특히 구소련 시절 미사일 기지의 흔적이 숲속에 잔해로 남아있는 등 전쟁의 상흔이 깊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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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벨라루스와 국경 맞댄 ‘나토 최전선’
국경선 도시들, 철조망 봉쇄되고 차량 통제
침공 상황 가정한 대피 훈련 정례화되기도
내부 결속력·신뢰감 회복은 숙제

유럽 최전선에 위치한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이 러시아의 지속적 위협과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속에서 사실상 ‘준(準)전시 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주민들은 일상에서 전쟁 가능성을 대비하는 한편, 정부 불신과 경제적 충격 등으로 복합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양상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폭격 당한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건물. /연합뉴스

8일(현지 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발트 3국은 최근 긴장감이 고조된 상태로 군사·경제·사회 전반에서 전시 체제를 준비하고 있다. 이 나라들은 러시아·벨라루스와 약 1000㎞에 달하는 국경을 맞대고 있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최전선으로 꼽힌다. 나토를 비롯한 각종 싱크탱크들이 이 국가들을 ‘다음 전쟁의 발화점’으로 자주 호명하는 이유다.

특히 에스토니아 북동부 국경 도시 나르바는 최근 전쟁 시나리오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분쟁 가능 지역 중 하나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주민 대부분이 러시아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러시아 측 리틀 그린 맨(little green man·소속을 알 수 없도록 얼굴을 가린 군인)이 국경을 넘어 이 지역에 혼란을 조성하는 침공 시나리오는 ‘나르바 넥스트(Narva Next)’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빈번히 논의돼 왔다.

실제로 나르바 도시 전반에는 극도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러시아의 이반고로드와 통하는 도로 ‘우정의 다리(Friendship Bridge)’는 콘크리트 장애물과 철조망·자물쇠로 봉쇄됐고, 국경이 통제되면서 차량 대신 보행자들만 좁은 철제 통로로 구간을 오가고 있다. 카트리 라이크 나르바 시장은 “주민들은 서로를, 나아가 정부까지도 의심하는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라트비아 동부 알룩스네 또한 비슷한 상황이다. 이 지역은 러시아 국경에서 20㎞ 남짓 떨어져 있으며, 특히 구소련 시절 미사일 기지의 흔적이 숲속에 잔해로 남아있는 등 전쟁의 상흔이 깊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마을 곳곳에는 우크라이나 국기가 걸려 있으며, 진타라스 아들레르스 시장은 “동쪽 상황을 매일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리투아니아 역시 침공 위험이 높은 지역으로 분류된다. 수도 빌뉴스는 친러 성향 벨라루스에서 약 30㎞ 떨어져 있으며, 국경 건너 러시아 국영 기업 로사톰이 건설한 아스트라베츠 원전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사설 민방위 훈련 요령을 가르치는 강의도 이뤄질 정도다.

이에 리투아니아 정부는 전면 침공을 가정한 대규모 훈련을 정례화하고 있다. 비상식량·상비약을 담은 ‘72시간 생존 가방’ 준비는 이미 일상적 권고 사항이며, 시민을 대상으로 한 사이렌 훈련과 긴급 방송 테스트도 반복된다. 앞서 빌뉴스 시 당국은 지난 10월 러시아 침공을 가정한 전면 대피 훈련을 실시, 군 방어하에 시민이 실제 대피 경로를 따라 이동하는 연습을 하기도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물리적 대비 외에 국가 내부 결속력과 정부 신뢰도를 높이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본다. 실제로 일부 도시는 러시아계 인구 비율이 높고 러시아어 사용이 일상화된 데다, 10년 넘게 러시아발 사이버 공격과 선전 활동이 이어지면서 “크렘린과 내통하는 세력이 있다”는 불신이 뿌리 깊게 박혀 있어서다.

잉그리다 시모니테 전 리투아니아 총리는 정부가 지속적으로 시민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모니테 전 총리는 “여름 저녁 칵테일을 마시는 사람들 사이에서 전쟁 얘기는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정부는 국민에게 ‘위기는 현실이며 대비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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