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보여주기식 평화’에 결국 터져버린 태국·캄보디아···양국 사망자 10명으로 늘어

태국과 캄보디아가 사흘째 군사 충돌을 이어나가면서 양국 사망자가 10명으로 늘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여주기식’ 휴전 중재가 근원적인 국가 간 갈등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국 외교부는 9일 성명을 내고 “태국 주권과 영토 보존이 확보될 때까지 캄보디아를 상대로 한 군사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도 “협상은 없다”며 “전투를 중단하려면 우리가 제시한 조건을 (캄보디아가)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국은 캄보디아에 군사행동 중단을 평화협정 조건으로 요구해왔다.
차이야쁘륵 두앙쁘라빳 태국 육군 참모총장은 캄보디아의 군사력을 마비시켜 장기간에 걸친 위협을 제거하는 게 작전의 목표라고 밝혔다. 태국은 전날에도 캄보디아가 자국 영토를 중화기인 BM-21 다연장로켓포로 공격했다고 주장하면서 캄보디아를 공격했다.
캄보디아 일간지 크메르타임스는 이날 반띠메안체이 지방 행정부가 설치한 보안 카메라에 전날 오후 태국 탱크와 준 군사 세력이 자국의 프레이찬 마을에 진입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캄보디아는 태국군이 자국을 침공했다고 선전했다. 캄보디아 국방부는 태국군이 이날 오전 5시쯤 국경 지역에서 공격을 재개했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쁘레아비히어르 사원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캄보디아 정부는 태국의 군사작전이 “(태국의) 비인도적이고 잔혹한 침략 행위”라며 맞섰다. 그러면서 “국제사회가 태국의 위반 행위를 강력하게 규탄할 것을 촉구한다”며 “태국은 노골적 침략 행위를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7일부터 총격전, 수류탄 공격 등이 이어지면서 양측 사상자도 늘고 있다. 캄보디아에서는 민간인 7명이, 태국에서는 군인 3명이 사망했다.
군사 충돌이 사흘째 이어지면서 국경 지역 주민들은 또다시 피란길에 나섰다. 태국 정부는 국경 근처 5개 주에서 13만8000명을 대피시켰고, 캄보디아에서도 수십만 명이 몸을 피했다.
이번 충돌은 지난 7일 양국 국경에서 벌어진 교전으로 태국군 1명이 사망하면서 본격화됐다. 약 800㎞에 이르는 국경을 따라 오랜 세월 영유권 분쟁을 벌여온 두 나라는 지난 7월 닷새간 전투기, 중화기를 동원해 충돌하다가 미국과 말레이시아의 중재로 휴전에 들어갔다. 양국 총리는 지난 10월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차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평화협정에 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달 초 태국은 캄보디아가 분쟁 지역에 지뢰를 매설해 태국 군인들을 다치게 했다고 비난하면서 지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휴전 협정 이행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휴전 협정에는 중화기와 군사 장비를 분쟁 지역에서 철수하고 양국이 지뢰 제거 작업을 조율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미국의 중재는 태국과 캄보디아 갈등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국은 1907년 프랑스가 캄보디아를 식민 통치하면서 임의로 측량한 국경선을 두고 100년 넘게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노벨 평화상 수상 욕심을 드러낸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중재 과정에서 ‘관세’ 등 협상 카드를 들고 이들 국가가 휴전하도록 압박했다.
이렇게 맺어진 평화협정에는 국경 지대에서의 무기 및 군 철수 조항만 있고 영토 문제와 관련한 합의 사안이 담기지 않았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주기’에 치중한 결과 최근 무력충돌이 다시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가 임명한 특사들이 한 일은 거래 성립이지 평화 절차의 힘든 과정과는 매우 다르다”고 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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