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피하자"… 자사주 소각 대신 매각 나선 기업들
"소각의무 피하기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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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자기주식의 소각을 의무화하는 상법 개정안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자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주식을 되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주를 다시 시장에 내놓는 '자사주 처분' 금액이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상장사(코스피·코스닥·코넥스)의 자사주 처분 규모(누적 체결금액)는 약 686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자사주 처분 금액은 지난해 2870억원에서 2배 이상 커졌다. 처분 기업의 수도 지난해 23곳에서 올해 65곳으로 급증했다.
자사주 처분은 기업이 보유하고 있던 자기주식을 시장에 되팔거나, 자사주를 기초로 한 교환사채 발행, 상여급 지급, 우리사주조합 출연, 주식매수선택권 행사 등으로 자사주를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LB세미콘은 최근 운영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보유 자사주 중 76만5000주를 시간외에 매각한다고 밝혔고, 디아이씨는 투자재원 확보와 재무건전성 증대 등을 위해 14만여주를 시장에 매도했다.
엘앤애프는 지난 3일 시간외 대량매매를 통해 자사주 100만주를 팔았다. 엘앤에프의 처분 금액은 1226억원에 달했다. 삼양식품도 993억원의 자사주를 처분하며 두 곳에서만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기업들의 자사주 처분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됐다. 상반기 650억원 수준에 불과했던 처분 금액이 하반기 들어 10배 가까이 뛰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들어 1·2차 상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최근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개정안이 발의되자 보유 중인 자사주를 현금화하거나, 우리사주조합 출연 등으로 소각을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현재 발의된 상법 개정안은 신규 취득하는 자사주는 1년 내 소각하고, 기존 보유 중인 자사주는 6개월의 추가 유예를 부여해 18개월 내에 모두 소각하도록 했다.
기업들이 자사주 활용 방안이 제한된다며 반발했지만, 법안을 주도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일부 예외조항을 제외하면 '자사주=소각' 원칙을 공고히 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자사주 처분으로 소각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투자자들 사이에서 비판도 나온다.
통상 기업들이 자사주를 사들일 때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제시했지만, 자사주를 다시 시장에 내놓으면서 주주를 기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자사주는 매입해서 소각을 해야 주주가치 제고가 완성되는 것"이라며 "소각을 피하기 위해 자사주를 시장에 다시 내놓는 것은 이를 역행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반면 상법 개정안이 기업의 상황과 관계 없이 모든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면서 기업들이 자본금 감소를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사주를 처분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권재열 경희대 교수는 "이익잉여금으로 사들인 자사주와 달리 합병 과정 등에서 주식매수청구권으로 자사주를 사들였다면 이를 소각할 경우 자본금도 함께 감소하게 된다"며 "최근 논의되는 상법 개정안에서는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의무 소각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기업들 입장에서 처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남석 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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