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임무 마친 천리안 1호 '우주 무덤'으로…국내 첫 국제 기준 폐기

대한민국 최초의 정지궤도 복합 위성 천리안위성 1호가 약 16년간의 임무를 마치고 내년 7월 '우주 무덤'으로 불리는 ‘무덤 궤도’로 이동한다. 정지궤도 위성은 대기권 재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해 수명을 다하면 고도를 최소 300㎞ 높여 무덤 궤도로 이동시키는 특유의 폐기 방식을 사용한다.
우주항공청은 제2회 천리안위성운영위원회를 열어 천리안위성 1호의 임무종료 및 폐기 안건을 심의·의결했다고 9일 밝혔다.
천리안위성 1호는 7차 임무연장이 끝나는 내년 4월부터 공식 폐기 단계에 들어가며 내년 7월경 정지궤도 보호구역 밖으로 기동해 최종 운영이 종료된다.
폐기는 우주활동의 장기적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국제 규범에 따라 마련된 ‘우주쓰레기 경감을 위한 우주비행체 개발 및 운용 권고’에 맞춰 진행된다. 천리안위성 1호는 국내 정지궤도 위성 중 국제 기준에 따라 폐기되는 첫 사례가 된다.
2010년 6월 발사된 천리안위성 1호는 설계수명 7년을 훌쩍 넘겨 약 16년간 운용됐다. 시험용 통신중계, 기상 및 해양 관측 등 복합 임무를 수행하며 국내 최초로 정지궤도 위성을 활용한 광대역 통신·위성방송 시험 서비스를 제공했다. 태풍·집중호우 등 재난성 기상 예측 능력을 높이고 서·남해 적조 관측과 해양오염 감시에도 활용됐다.
기상·해양 임무는 천리안위성 2A호(기상)와 2B호(해양)가 이어받아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통신 임무는 현재 개발 중인 천리안위성 3호가 이어받아 공공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저궤도 위성은 임무가 끝나면 고도를 낮춰 대기권으로 떨어뜨려 태워 없앤다. 고도 3만5786㎞에서 도는 정지궤도 위성은 이 방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기권까지 내려오려면 초속 1500m에 달하는 감속이 필요한데 남은 연료로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정지궤도 위성은 약 300㎞ 더 높은 무덤 궤도로 올려 보낸다. 이 정도 고도 상승에는 약 3개월치 궤도 유지 연료면 충분하다. 무덤 궤도에 도착한 위성은 잔여 연료와 가압 가스를 방출하고 배터리를 완전히 끄는 ‘패시베이션’ 절차를 거쳐 폭발 위험을 없앤 뒤 수백~수천 년 동안 그 궤도에 머물게 된다.
미국은 2004년부터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모든 정지궤도 위성에 무덤 궤도 이동을 의무화했다. 2023년 10월에는 미국 위성방송 통신사 ‘디시 네트워크’가 에코스타-7 위성 폐기 시 규정인 300㎞보다 낮은 122㎞만 올려 15만 달러(약 2억원) 벌금을 부과받았다. 연료 관리 실패가 원인이었으며 우주쓰레기 규정 위반 벌금 첫 사례였다.
천리안위성 1호는 폐기 기동에 필요한 연료의 2배 이상을 확보한 상태다. 우주항공청은 내년 7월 약 2주간 기동을 거쳐 무덤 궤도로 이동시킬 계획이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천리안위성 1호는 대한민국 우주기술 자립과 위성정보 활용의 초석을 다진 위성"이라며 "성공적인 임무 완수뿐 아니라 책임감 있는 폐기 결정으로 우주환경을 보호하고 우주활동의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위한 국제사회 노력에 동참하고 있음을 안팎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가현 기자 ga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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