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죽였다' 이무생, "폭력은 절대 정당화 될 수 없어요" [인터뷰]
"세상의 모든 은수와 희수, 혼자가 되지 않길 바라요"

[스포츠한국 이유민 기자]
배우 이무생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연출 이정림, 극본 김효정)에서 진소백으로 분해, '내 사람'을 끝까지 지킬 줄 아는 '키다리 아저씨' 면모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강하게 흔들었다.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이무생을 만났다. 스크린과 카메라 속에서는 '오묘한 그림자' 같던 사람이 실제로 눈앞에 앉자 누구보다 조심스러운 말투로 작품에 대한 깊은 고민을 꺼내놓았다.
그가 연기한 진소백은 낮에는 대형 식자재상 대표로, 밤에는 마작 영업장을 운영하는 이중적 삶을 살아간다.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무표정·눈빛·톤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서늘한 위협이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유일한 버팀목이 되는 인물이다. 이무생의 미세한 표정과 절제된 에너지가 만들어낸 진소백은 작품의 서늘한 정서를 지탱하는 축이 됐다.
넷플릭스 '당신이 죽였다'는 공개 직후 단 3일 만에 넷플릭스 비영어권 TV 부문 글로벌 TOP10(8위)에 진입했고, 2주 차에는 전 세계 780만 시청 시간으로 1위에 오르며 흥행 파워를 입증했다. 국내에서도 OTT 화제성 1위를 차지하는 등 누아르·스릴러·사회 드라마의 여러 결을 관통하는 문제작으로서, 잔혹한 세계 안에서 폭력의 본질과 구원의 가능성을 동시에 비추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먼저 작품의 글로벌 흥행에 대한 소감을 묻자, 배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분히 말했다.
"이렇게 많은 기자분 앞에 앉아 있으니, 이제야 정말 실감이 나요. 사실 공개 직후에는 체감하지 못했는데, 전 세계에서 이렇게 많은 분이 작품을 봐주시고 반응을 보내주신다는 걸 하나둘 확인하면서 감사한 마음이 커지고 있습니다. 배우로서 이런 순간을 맞는다는 게 참 벅차고 고마운 일인 것 같아요."

작품을 소개해 달라는 요청에, 이무생은 '당신이 죽였다'가 지닌 날 선 메시지와 이야기의 힘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이 작품은 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굉장히 분명했어요. 감독님 의지도 명료했고요. 폭력의 순간, 그리고 그로 인해 연결되는 삶과 선택을 보여 주고 싶다는 마음이 확고했기에 저도 진소백으로서 그 지점이 어떻게 닿아 있을까 계속 고민하며 임했어요."
이번 작품에서 가장 화제가 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그의 장발 스타일이었다. 진소백의 외형이 어떻게 완성됐는지 묻자, 이무생은 처음 이미지가 잡혀가던 순간과 그 스타일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차분히 떠올렸다.
"감독님이 장발을 제안하셨어요. 사실 저도 처음엔 '어울릴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의상까지 다 갖춰 입고 세팅을 하고 거울을 보는데…너무 진소백 같더라고요. 오묘함, 미스터리함. 이 작품의 키워드와 맞닿는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이번 작품에서 진소백은 중국어와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오가는, 정체 자체가 모호한 인물로 설정돼 있다. 중국어 대사의 비중도 상당했던 만큼, 그는 이를 소화하기 위해 어떤 과정이 필요했는지 묻는 말에 그동안의 치밀한 준비 과정을 상세히 떠올렸다.
"중국어 선생님이 계셨어요. 전작에서 일본어를 했던 경험이 도움이 됐고요. '입에 완전히 붙인다'는 생각으로 연습했습니다. 선생님이 녹음해 주시면 계속 들으며 외웠고, 자다가도 툭 치면 나올 정도로요."

또한 그는 진소백이라는 인물이 지닌 정체성의 모호함을 언어로도 드러내고자 하는 욕심을 품고 있었다. 말의 선택과 전환 자체가 캐릭터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만큼, 이를 어떻게 구현할지 세심하게 고민하며 접근했다.
"진소백이 중국인인지 한국인인지 알 수 없는 인물이라, 때로는 한국어 대사를 중국어로 바꾸는 게 더 자연스럽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현장에서 그런 제안을 해 몇몇 장면에 반영됐어요."
진소백은 자칫하면 현실에서 살짝 떠 있는 듯한 인물로 비칠 수 있기에, 그 중심을 어떻게 잡아냈는지가 궁금해지는 지점이었다. 이무생은 그 부분이야말로 작품을 준비하며 가장 깊이 몰입했던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진소백은 이미 멈춰 있는 사람이에요. 아들이 떠난 후 시간이 정지된 상태죠. 그래서 처음에는 저도 붕 떠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결국 그걸 붙잡고 있는 건 '나'이더라고요. 스스로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살아왔지만, 은수와 희수를 만나면서 균열이 와요. '그러면 안 되는데?'라는 지점들이 오고요."
그 변화의 핵심에는 상처를 공유한 사람들만이 서로를 알아보고 끌어당기는 힘, 즉 '트라우마의 공유'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 지점이 진소백이라는 인물이 흔들리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였다.
"진소백은 자신과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을 알아보는 인물이에요. 은수와 희수를 만나면서 '또 다른 가족이 될 수도 있겠다'라는 마음이 생기고, 그게 그를 변하게 한 것 같아요."

원작과 다른 지점, 특히 성별이 바뀐 캐릭터는 어떻게 받아들였는지에 대한 질문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무생은 이 과정에서 감독과 나눴던 사전 논의와 작품의 방향성이 어떻게 맞물렸는지 차분히 떠올렸다.
"감독님께 '원작과 많이 비슷한가요?'라고 여쭤봤는데, '남녀가 중요한 지점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전략적으로 원작을 보지 않았고요. 저는 성별에 얽매이는 순간 이 캐릭터의 본질을 놓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장승조가 펼쳐낸 강렬한 악역 연기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지자, 이무생은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당시의 현장을 떠올렸다. 서로가 지닌 에너지와 연기 톤이 어떻게 맞물렸는지, 악역을 연기해 본 사람끼리만 공유할 수 있는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승조 배우는 정말 힘들었을 거예요. 그런데 현장에서 내색을 절대 안 하더라고요. 프로죠. 그래서 서로 눈빛으로, 어깨 토닥여주는 걸로 위로했습니다. 악역 해본 사람끼리의 동질감 같은 게 있었어요. 또 장강 역할 너무 잘해줬어요. 상대 배우가 그렇게 해주면 쾌감이 있죠."
작품이 전하려는 핵심이 무엇인지에 대한 화두가 나오자, 이무생은 잠시 고민한 뒤 누구보다 단호한 태도로 자기 생각을 내놓았다.
"가장 큰 건 '폭력은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으로 생각해요. 아무리 잘못된 일을 저질렀다 해도 폭력만은 안 되죠. 이 작품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시작점도 폭력이고요. 누군가가 반드시 보호막이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종영 후에는 작품의 여운이 오래 남아 자신도 한동안 가슴이 먹먹해질 만큼 깊은 감정에 잠기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다 보고 10분 정도 멍하니 있었어요. 누구의 잘못이냐를 따지고 들어가면 이성적으로는 각자의 이야기가 있지만, 완벽히 말할 수 없는 세계예요. 그래서 '혼자가 되면 안 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더라고요."
현장에서 함께 호흡한 두 배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이무생은 자연스레 전소니와 이유미를 떠올렸다. 작품 속 진소백의 감정선이 온전히 살아날 수 있었던 이유가 어디에 있었는지, 그는 두 배우에 대한 깊은 존중과 고마움을 숨기지 않았다.
"은수(전소니)는 첫 장면부터 대본에서 느꼈던 그 느낌이 그대로 느껴졌어요. 중심을 잡으려는 모습이 너무 좋았고, 제 캐릭터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줬어요. 희수(이유미)는 온·오프가 아주 명확한 배우예요. 되게 섬세하고, 한마디 한마디를 조심스럽게 다루죠. 프로라고 느꼈고, 두 분 덕에 많이 배웠어요."
작품의 마지막을 장식한 엔딩 장면에 대한 해석이 화제로 떠오르자, 이무생은 잠시 숨을 고르며 그 순간에 담았던 자기 내면을 조심스럽게 꺼내 놓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진소백은 은수와 희수를 통해 구원받는다고 생각했어요. 세상과 결이 다른 사람이었는데 그 두 사람 때문에 조금씩 채워지고, 다시 살아난 거죠."

넷플릭스와의 네 번째 작업, 총 네 편의 작품을 함께한 만큼 자연스레 플랫폼과의 '궁합'이 화제로 떠올랐다.
"다음에 또 하게 되면 다섯 번째니까…다섯플릭스의 남자가 되고 싶어요. 배우로 활동해온지 꽤 긴 시간이 흘렀지만 데뷔 연차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아요. 어제와 오늘, 늘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어요. 초심을 잃지 않는 것, 스펀지처럼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인터뷰의 마지막 순간, 작품을 사랑해 준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을 묻자, 이무생은 잠시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길고 진솔한 메시지를 통해 이 작품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시청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내용이 무엇인지 차분히 전했다.
"이 작품을 통해 위로를 드리고 싶었어요. 세상의 모든 은수와 희수에게, 절대 혼자가 아니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우리가 서로 지켜줘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니 부디 많은 위로가 닿았으면 해요."
스포츠한국 이유민 기자 lum525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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