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환율 변수는 미중 갈등…기업들, 달러 팔기 어려운 상황"

김신영 기자 2025. 12. 9.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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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 인터뷰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 /김신영 기자

“현장의 기업들을 만나보면 달러를 지금 매도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합니다. 대미(對美) 투자가 본격화되는 등 내년에도 달러 수요를 움직일 변수가 많다는 뜻입니다.”

정부의 여러 조치에도 환율이 내려올 조짐이 보이지 않으면서 내년에도 달러당 1400원대 환율이 고착화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교체와 관세 협상에 따른 대미 투자 본격화 등 환율에 영향을 줄 변수가 많이 예고돼 있다. 최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만난 서정훈 연구위원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금 수준의 환율이 낮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서 위원은 외환은행 시절인 2008년부터 딜링룸의 환율 애널리스트로 일해온 은행권에서 경력이 가장 오래된 환율 전문가로 꼽힌다.

-올해 환율은 왜 이렇게 올랐나.

“‘서학 개미(해외에 투자하는 개인)’ 영향이 크긴 했다. 10월 들어 주식 투자 자금이 해외로 사상 최대로 나갔고 11월에도 40억달러 정도가 순유출됐다. 동시에 외국인들이 코스피에서만 원화 기준으로 14조원 정도를 팔고 나가면서 환율이 더 올랐다.”

-미국 주식 매도 시점에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내려가면 실제로 손해 볼 가능성이 커지지 않나.

“내년에 한국 경기가 좋아지고 미국 관세도 우리가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 경상수지가 올해보다 좋아진다면 환율이 내려가리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런데 한편에선 높은 환율이 일시적이 아니라 장기적인 추세로 굳어질 가능성이 있다고도 본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반복적으로 1400원 선을 넘고 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고환율이 이어질 원인은 무엇인가.

“지금 매우 중요한 변수는 미·중 무역 갈등이다. 많은 사람이 미국과 중국의 관세 협상이 잘 타결되리라 막연히 기대하는 듯한데, 쉽지 않아 보인다. 양국 간 극적인 ‘타결’이 이뤄지기보다는 서로 상대방의 행동을 보면서 ‘밀고 당기기’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불확실성은 외환 시장에서 위험 회피도를 높인다. 원화 환율이 더 올라가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1400원대 환율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데.

“최근 몇 달뿐 아니라 좀 더 긴 기간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2년 이후 달러당 원화 환율이 1400원을 반복해서 넘어가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서 환율이 1400원대에서 내려오지 않는다는 사실은 달리 말해 1400원대 환율이 고착화되는 중이라는 신호일 수 있다.”

-수출로 돈을 번 기업들이 달러를 팔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요즘 수출을 많이 하는 기업은 대부분 반도체·조선·자동차 대기업이다. 그런데 현장에서 만난 담당자들은 ‘지금 팔 달러가 없다’고 한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과 관련해 대미 투자를 크게 늘려야 하는 기업이 모두 이 업종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직접 투자도 하고, 미국에 공장도 지어야 하는 등 달러가 더 필요해질 일들이 예고돼 있다. 달러를 팔기 어려운 상황이란 얘기다. 만약 환율이 더 오르기라도 하면, 기업 입장에서 달러를 지금 팔았다가 더 비싸게 사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환율이 내려가지 않을까.

“교과서적으로 보면 공격적인 금리 인하는 달러 약세 요인이고 위험 자산에 자금이 몰리게 해 원화 수요도 올라가게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한국의 상황은 이렇게만 보기엔 훨씬 복잡하다. 일단 위험 자산엔 원화뿐 아니라 미국 주식도 들어간다.(주식은 채권·금 등과 달리 위험 자산으로 분류된다.) 한국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을 더 사려 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다. 이는 환율이 내려갈 동력을 상쇄하는 요인이다. 대미 투자 확대라는 예고된 변수도 있다. 원화 환율이 연준 금리 인하만으로 과거처럼 달러당 1200~1300원대까지 내려가기가 쉽지는 않다고 본다.”

한편 정부는 최근의 환율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수출 기업의 환전 동향을 집중 점검하는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다고 9일 밝혔다. 수출 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보유하는 기업들을 모니터링해 외환 수급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수출 기업의 환전 동향을 점검하기 위한 TF”라고 말했다. 아울러 보건복지부는 환율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의 외화채 발행을 검토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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