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더 올려달라”며 착공 미룬 현대건설… 법원, ’133억 배상금’으로 철퇴

현대건설이 지방의 한 소규모 현장에서 계약 범위를 크게 벗어나는 수준의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며 착공을 미뤘다가 100억원 넘는 배상금을 물어줘야 할 처지가 됐다. 최근 공사비 급등 여파로 조합·시행사와 건설사가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은데, 건설업계 맏형인 현대건설이 ‘고의적인 시간 끌기’라는 이유로 법원 제재를 받게 된 것이어서 업계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는 최근 대구 중구 태평78상가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시행자인 한국토지신탁이 현대건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현대건설의 착공 지연이 고의적이었다고 판단하고 132억5500만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해당 사업은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더해 430가구 정도 되는 현장이다. 2020년 한국토지신탁과 현대건설은 공사비 1205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는데, 당시 공사비 상승분은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에 따라 증액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2022년 현대건설이 갑자기 488억원 증액을 요구하면서 대립이 시작됐다. 한국토지신탁은 물가 상승률에 따라 8% 정도의 공사비 인상을 제안했는데, 현대건설의 요구는 물가 상승분, 설계 변경 등을 포함해 40%에 달했기 때문이다. 공사비 합의가 늦어지면서 2023년 2월 이주가 모두 끝나고 1년 넘도록 현대건설은 공사를 시작하지 않았고, 결국 한국토지신탁이 2024년 10월 계약 해제를 통보하며 소송에 돌입했다.
법원은 “피고(현대건설)가 공사에 착수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도급계약에 따른 공사비 인상비율인 8.42%를 현저하게 상회해 총 공사대금 40%, 그 중 물가상승 명목으로는 32% 수준의 증액을 요청하면서 원고(한국토지신탁)가 도급계약을 해제한 2024년 10월까지 착공을 하지 않았다”며 “정당한 사유 없이 1개월 이상 공사 착공을 지연한 것으로 도급계약에 따른 계약 해제 사유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현대건설은 “소비자물가지수는 물가 상승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기준인데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물가 변동에 따른 공사비 인상분을 전혀 반영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피고에게 현저히 불리하다”며 해당 계약 조항이 무효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상호 동의하여 도급계약을 체결했고, 피고가 이의를 제기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일단 시공사가 선정된 후에는 조합이 건설사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구조를 이용해 무리하게 공사비를 올려왔던 국내 건설업계의 해묵은 관행에 철퇴가 내려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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