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제이홉·EXO 디오가 사랑한 광주 미식로드

함영훈 2025. 12. 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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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명인 모인 광주 ‘게미진 여행’
한식진흥원 K-미식 김치로드 선정
육전에 반지·꽃게김치 ‘맛의 향연’
광주호·양림아트·양동치맥 여행도
광주 미식로드 1박 2일 ‘게미진 여행’ 코스 중 하나인 광주호 메타세쿼이아 호변산책길

요즘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K-푸드 중에서 “으뜸은 남도 미식”이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거의 없다. 바다와 산, 강과 평야가 조화를 이룬 곳에서 건강한 식재료를 빚어내고, 예술 고을의 멋이 손맛의 예술로 이어져, 건강과 미감을 모두 충족시키는 것이 바로, 남도 미식이다.

특히나 남도의 중심인 광주광역시는 호남 ‘일타’ 요리사들과 각지의 우수 농수축산물이 모이는 ‘남도 미식의 메카’이다.

강진 장어, 고흥 무화과, 곡성 토란, 광양 곶감, 구례 매실, 나주 배, 담양 떡갈비, 무안 양파, 보성 꼬막, 순천 단감, 신안 천일염, 여수 갓, 영광 굴비, 영암 기찬한우, 완도 전복, 장성 사과, 진도 돌김·미역, 해남 고구마빵, 화순 버섯·더덕, 전국 브랜드 쌀 평가에서 경기미를 제친 호남평야 쌀 등이 양동시장, 남광주시장에 모이고, 여기에 예술적 손끝 맛을 가진 요리 솜씨가 더해지니 ‘예향의 도시’ 광주는 더욱 맛있어진다. 광주광역시와 한식진흥원, 광주관광공사 등은 국민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모두 즐길 여행패키지 ‘김치가 예술인 게미진 광주 미식여행’을 업그레이드한다.

로망스투어와 홍익여행사를 통해, ‘1박2일’형 여행상품을 12월 중에 시작한다. 대한민국 대표 ‘김치타운’과 수많은 김치명인을 보유하고 있는 광주광역시는 최근 농림축산식품부-한식진흥원으로부터 ‘K-미식벨트, 김치로드’로 선정됐다.

광주 ‘게미진 여행’의 탐방여행코스 양림동. 제이홉 벽화와 런던전화박스

호랑가시나무언덕 양림 ‘선교사의 밥상’

광주 양림동 호랑가시나무 언덕에 김치 항아리를 품에 안은 ‘복순’이 나타난다. 연극형 도보 투어의 주인공이다.

이곳은 외국인 선교사들이 터를 잡고 한국인들에 봉사하던 곳, 대구의 청라언덕과 비슷한 의미를 지닌다. 양림와 청라 두 지역이 생긴 시기는 1899년으로 같다. 양림동엔 남장로교의 선교사 배유지와 오웬 두 사람이, 청라언덕엔 1899년 아담스와 존슨 선교사가 터 잡았다.

복순과 선교사, 독립운동가의 대화 속에 음식과 관련한 흥미로운 사실이 많다. 광주에 학교와 병원을 세웠던 선교사들이 주민과 잘 섞여 살자는 뜻에서 비빔밥을 즐긴 이야기, 김치 냄새를 낯설어하다가 김치 없이는 못 사는 사람으로 된 과정, 심지어 직접 만들어 먹을 정도로 선교사들이 사랑했던 도토리묵 일화 등은 유명하다.

김호옥 명인의 광주 굴김치

점심으로 행복한 양림밥상에서 ‘선교사의 밥상’을 체험한다. 다국적 양림동 주민들이 함께 즐기기 위해 비빔밥 레시피가 확장된다. 임현숙 셰프는 “비빔밥엔 도토리묵과 한국에서 볼 수 없던 피칸 견과를 넣고, 비빔용 고추장에는 호랑가시나무 잎의 일부 성분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공연장-갤러리-카페-문화예술토론회장을 겸하는 ‘10년후 그라운드’에서 차 한잔을 마신 뒤, 다시 양림동 도보여행을 떠난다. 사랑과 나눔의 상징 호랑가시나무 국내 최고령목(410살), 지역 여성 청소년들의 교실 역할도 했던 윌슨하우스, 이이남스튜디오, 최승효 고택, 소록도 이전에 한센병 환자를 돌보던 오웬 기념각 등을 둘러본다.

걷다 보면, 붉은 벽돌 건물 벽면을 장식한 ‘최후의만찬-양림’ 초대형 부조 작품도 만난다. 이이남·김태군 작가가 양림동을 빛낸 인물 12인(오웬, 유진벨, 윌슨, 포사이드, ‘가을의 기도’ 시인 김현승, 음악가 정율성, ‘광주의 어머니’로 불리던 사회운동가 조아라 등)을 표현했다.

광주 육전

‘인기’ 제이홉 벽화 보고 양동치맥 흡입

양림의 또 다른 아이콘은 펭귄마을과 벽화골목이다. 한국전쟁 직후 폐품을 팔고 쓰레기를 치우며 생계를 유지하던 어르신들의 짐을 지고 오가는 모습이 뒤뚱거리는 펭귄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마을이다. 환경문제를 되새기는 정크아트와 벽화가 어우러진 골목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영국형 붉은 전화박스 앞에 그려진 방탄소년단(BTS) 제이홉(정호석) 벽화다. 호석은 광주 금남로의 한 엔터테인먼트 학원에서 가수의 꿈을 키웠다. 호리호리한 몸에도 파워풀한 퍼포먼스를 보이는 제이홉의 체력은 광주 건강미식이 뒷받침했을 것이다.

광주에선 드라마 ‘백일의 낭군’ 주인공 원득이(EXO 디오 분)가 그토록 사랑했던 음식, 육전을 빼놓을 수 없다. 서구 상무대 쪽 대광식당은 손님 테이블 옆에서 곧바로 육전을 구워주고, 곁들임 음식으로 파채와 김치를 내어온다. 여행객의 젓가락이 분주해진다.

양림동에서 차로 20분가량 가면 양동시장에 이른다. 해주에서 광주로 와 채소를 파는 가게, 멸치액젓 등을 파는 우애깊은 형제, 홍어무침 상점, 김치와 반찬가게 등이 다채롭게 모여있다. 오랜 세월 광주 사람들의 식단을 책임진 거점답게 막 담근 반찬 향, 갓김치의 짠내가 정겹다. 어머니와 상인 간 요란한 흥정 소리는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세계를 누비며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김장문화와 우리의 김치를 알린 광주 ‘김치버스’

양동시장의 핵심 아이콘은 뭐니 뭐니 해도 통닭집이다. ‘겉바속촉’ 한국형 치킨의 원조 격이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양동통닭에선 맥주에 치킨은 꼭 먹어야 한다. 두어시간 후 만찬이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물론 만찬 장소에서도 다시 폭풍 흡입을 하게 되는 것은 남도미식의 마법이다.

그래서 남도 미식여행의 중요한 팁은 음식점 방문 사이사이로 소화를 위해 열심히 광주 이곳저곳을 돌아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산책하기 좋은 곳은 바로 광주호다. 무등산 자락 아래 광주 식재료를 키워내는 농업용수가 바로 이곳에서 나온다.

습지는 고창을 닮았고, 오래된 인공호수는 의림지를 닮았다. 대롱 피리만 연상되던 그 작은 버드나무가 아니라, 길이 10m 정도씩 되는 가지들이 동그랗게 8~10갈래 뻗어 습지를 가득 메웠다. 나무데크길 위에서 호수와 습지의 생태를 감상하기가 좋다. 이곳의 사진 맛집은 단연 메타세쿼이아 숲길이다.

산책을 마친 뒤엔 김호옥 김치명인이 무등산 아래 증심사길에서 운영하는 전북식당에서 굴김치와 고들빼기김치, 백김치, 홍어무침에다 얼큰하고 진하게 끓여낸 오리탕을 맛본다.

박기순 명인의 꽃게김치

특별한 김치 ‘반지’와 꽃게김치의 매력

광주 김치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명인과 함께 김치 인문학을 듣고, 김치를 직접 만든 다음 챙겨가는 쿠킹클래스이다. 김치의 모든 지식과 인문학을 전하는 광주 김치타운에서 진행된다.

나주오씨네의 내림김치로 2018년 광주·전남권 첫 김치분야 대한민국 식품 명인이 된 오숙자 선생이 벌이는 쿠킹클래스는 ‘반지’라는 김치 자체가 특별하기에, 귀한 만남이다. ‘반지’는 양지머리 육수와 미나리·버섯·낙지·새우·밤·대추·마늘·생강·실고추·대파·쪽파 등 20여가지 재료를 잘 섞어, 절인 배추 사이사이에 넣어 만든 다음, 육수를 자작자작하게 부어 완성한다. 물김치와 백김치의 특성을 반반씩 지녀 ‘반(半)지’라 불렀다고 한다.

박기순 명인은 ‘꽃게 보쌈김치’로 2010년 김치명인콘테스트의 대통령상 수상을 거둔 지역 김치명인이다. 이곳에선 명인과 함께 꽃게 등 해산물을 활용한 김치를 만들면서 김치에 얽힌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다. 꽃게살을 추출한 뒤 김치에 필요한 13가지 재료와 함께 겨울에는 갓이나 미나리까지 넣어 속을 만들면 22가지 효능이 있는, 건강하고 맛있는 김치를 먹을 수 있다.

박 명인은 “김치에 다양한 해물을 넣는다는 고문헌에서 착안해 진도산 꽃게로 김치를 개발했다”면서 “최고의 김치는 몇 g만 먹어도 2억 마리의 유산균이 우리 몸속에 들어온다는 연구도 있으니, 광주 김치 드시고 세계인들이 더 건강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도 사투리 ‘게미지다’는 말은 익을수록 맛이 깊어지는 풍미를 뜻한다. 광주 7미(味) 체험과 건강여행지 탐방, 그리고 김치를 챙긴 뒤 마감하는 ‘게미진 여행’은, 여행 자체는 끝나도 그 여운은 광주 김치처럼 오래 남는다.

농림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의 K-미식벨트는 한국에서의 내·외국인 여행 활동 1위인 미식을 고리로 글로벌 관광상품을 고도화하고, 관광 내수를 활성화하는 한편, K-푸드 수출을 지원하기 위한 민관 화합형 프로젝트이다. 농림부는 오는 2032년까지 총 30개의 벨트를 조성할 계획이다. 올해는 김치 관련 식품명인만 30여 명인 광주광역시의 김치로드, 충남 금산 인삼벨트, 경북 안동 전통주벨트 등이 운영 중이다.

광주=함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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