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에 ‘K-City’ 생긴다는데…장밋빛 기대 전 따져봐야 할 것들 [파일럿 Johan의 아라비안나이트]
“드디어 두바이에 코리아타운이 생긴다니 대단하네요!”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한인 커뮤니티가 들썩이고 있다. 지난 11월 이재명 대통령의 중동 순방 당시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 양국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K-City(코리아타운)’ 조성 계획 때문이다. UAE에 한국 문화와 음식, 비즈니스를 한곳에 모은다는 이 프로젝트는 한류 열풍이 거센 중동에서 한국 기업들의 진출 거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왕정국가 특성상 정책은 언제든 바뀔 수 있고, 화려한 발표와 실제 사업 기회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간극이 있다. 실제로 발표 후 시간이 흐른 뒤 유명무실해지거나 당초 계획과 180도 완전히 바뀐 프로젝트들도 적지 않다.

현지 언론 칼리지타임스는 “한국 문화, 음식, 비즈니스의 원스톱 허브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미 두바이에서는 11월 초 중동 최대 규모 K-콘텐츠 엑스포가 열렸고, K-POP과 K-드라마 행사는 항상 큰 인기를 끌고 있다. K-뷰티 제품은 현지에서 고평가를 받으며 점차 시장을 점령중이고, 프리미엄 한식당들의 오픈도 최근 몇 년 사이 줄을 이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들이 빠져 있다. K-City가 두바이 어디에 얼마나 큰 규모로 조성되는지, 언제 착공해서 언제 완공되는지, 들어오는 한국기업들에 어떤 인센티브가 제공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아직 없다. 아직 세부 계획 수립 단계라는 것이다.

만약 프리존 형태라면 법인 설립, 세제 혜택, 100% 외국인 소유 같은 비즈니스 인센티브가 핵심이 된다. 하지만 발표 내용에서 “한국 문화와 음식, 비즈니스의 허브”라는 표현으로 봐서는 경제특구보다는 문화·상업 복합지구에 가까워 보인다.
K-City와 비교할 만한 흥미로운 사례가 하나 있다. 바로 두바이 내 차이나타운이다. 차이나타운은 현재 두바이몰 안을 비롯해 몇 군데 조성돼 있는 상태다. 두바이몰 내에 공식적으로 조성된 차이나타운은 여러 중국 브랜드가 모여 있고 깔끔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가격이 다소 비싸고, 정작 중국 본토의 로컬 느낌은 잘 나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비공식적으로는 인터내셔널시티를 비롯한 몇몇 지역에 중국인 밀집 구역이 형성돼 있다. 하지만 이곳들은 메뉴판이 중국어로만 돼 있고 폐쇄적인 분위기라 현지인이나 다른 외국인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 ‘차이나타운이 성공했느냐’고 물으면 현지 교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중국인 커뮤니티 내에서는 나름 기능하지만, 두바이 사회 전체로 확산되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K-City가 차이나타운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개방성과 현지화가 핵심이다. 한국인끼리만 모여 한국어로만 소통하는 폐쇄적 공간이 아니라, 아랍인과 인도인, 서구인들도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개방적 공간이 돼야 한다. 동시에 현지 시장과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해 일반 대중의 접근성을 유지해야 한다.

한류 인기와 실제 비즈니스 기회를 혼동해서도 안 된다. UAE 현지인들이 K-드라마를 보고 K-pop을 듣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의 일상적인 소비 패턴은 여전히 중동과 인도, 서구 문화에 기반한다. 한류 콘텐츠 소비가 곧바로 한국 제품 구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현지 한류팬들의 나이가 어려 소비구매력도 약하다는 평가가 많다.
“한류가 인기 있다고 해서 막연히 왔다가 시장 조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종종 본다”는 게 현지 한국 기업인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각종 예상치 못한 비용이 발목을 잡는다. 사무실 보증금, 인테리어 비용, 직원 비자 발급 수수료, 각종 행정 수수료까지 합치면 초기 투자금이 계획의 두 배를 훌쩍 넘기기 일쑤다.
무엇보다 낯선 환경과 문화 속에서 ‘멘탈’이 털린다. 영어로 모든 행정 절차를 처리해야 하고, 라마단 기간에는 업무 시간이 달라지며, 5시간 차이나는 시차로 인해 한국 본사와 근무시간이 맞지 않는다. 여기에 할랄 인증을 비롯한 각종 규제를 충족하느라 시간과 비용이 계속 새어나간다.

법적 문제도 만만치 않다. 계약서는 영어로 작성되지만 분쟁 발생 시 아랍어 번역본이 우선하는 경우가 있고, 현지 법원의 판결 기준이 한국과 다르다. 파트너와의 계약이나 임대차 계약에서 작은 조항 하나가 나중에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법인세 도입 이후 글로벌 스탠다드가 자리잡았어요. 예전처럼 ‘중동은 좀 느슨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오면 큰일납니다. 세무조사 한 번 잘못 걸리면 사업 접어야 할 수도 있어요.”
현지에서 무역업을 하는 한 한국 기업 대표의 말이다. 실제로 올해 몇몇 한국 기업이 세무 신고 누락으로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대 벌금이 부과된 경우를 목격했다. 시작부터 이런 부분을 제대로 챙기지 않으면 나중에 훨씬 큰 비용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발표와 실행 사이에는 긴 여정이 있다. 부지 선정, 인프라 구축, 법적 프레임워크 마련, 입주 기업 유치 등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 두바이의 다른 성공적인 특구들도 완전히 자리잡기까지 최소 5~7년이 걸렸다.
K-City가 성공적으로 자리잡는다면 분명 한국 기업들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 기회를 잡으려면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언론 보도에 흥분해서 무작정 뛰어들기보다는, 냉정하게 시장을 분석하고 실력을 쌓으며 때를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 참고자료 및 도움말 = Khaleej Times·TimeOut 등 현지언론, UAE 외교부 발표 자료, 현지 한국 기업 3개사 인터뷰, 코트라 두바이 무역관, 두바이 관광청 자료 종합
[원요환 UAE항공사 파일럿 (前매일경제 기자)]
john.won3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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