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서 파는 '상처치료제'…화장품처럼 써도 될까?

유시혁 기자 2025. 12. 9.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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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약국에서 판매하는 일부 상처치료제, 색소침착치료제 등이 효과 좋은 ‘피부관리템’이라는 입소문을 타고 있다. 화장품처럼 사용해도 괜찮을까?

[우먼센스] 각종 SNS, 유튜브 채널에서 국내 약국에서 판매하는 연고 등 치료제의 피부 관리 효과를 강조하는 영상과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성형외과 의사가 특정 연고를 주름 개선 목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설명한 영상이 1000만 회 조회수를 넘기도 했다. 피부 관리 효과가 있다고 입소문을 탄 대표적인 약국 판매 일반의약품은 ▲마데카솔 ▲비판텐 ▲멜라토닝크림 ▲애크린겔 등이다. 모두 장기간 사용할 경우 주의할 점이 있다.

화장품 쓰는 주요 의약품, 주의점은?

마데카솔  항생제 내성, 여드름 유발 가능성

마데카솔(동국제약)은 상처치료제다. 피부 진정에 도움을 준다는 병풀 성분 '센텔라정량추출물'이 들어있다. 센텔라정량추출물은 상처 회복, 흉터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얼굴에 바르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다양한 마데카솔 제품 중 마데카솔 케어 연고와 복합 마데카솔 연고에는 1g당 3.5mg의 네오마이신황산염(항생제)이, 복합 마데카솔 연고에는 1g당 10mg 히드로코르티손아세테이트(스테로이드)가 추가로 들어 있다.

김범준 중앙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는 "항생제, 스테로이드를 함유한 연고를 매일 얼굴 전체에 바르면 장기적으로 피부가 얇아짐, 모세혈관확장증이 생길 수 있고 항생제 내성이 생길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발진, 가려움 등의 부작용도 유발할 수도 있다.

편의점이나 다이소 등에서 판매하는 의약외품 마데카솔 연고나 약국에서 판매하는 마데카솔겔, 마데카솔 분말에는 항생제나 스테로이드 성분이 포함돼 있지 않다. 다만 기본적으로 연고 제형엔 기름이 많아 모공을 막으면서 여드름이나 비립종(좁쌀 같은 알갱이)을 유발할 수 있다. 마데카솔을 수분크림에 섞어 바르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권하지 않는다. 예측하기 어려운 화학반응이 일어나 부작용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멜라토닝크림  멜라닌 생성 억제, 피부 검어질 가능성  

멜라토닝크림(동아제약)은 색소침착치료제다. 1g당 20mg(2%) 함유된 하이드로퀴논이 대표 유효성분이다. 하이드로퀴논은 멜라닌 색소 생성을 억제하고 과도한 색소 침착 피부를 점차 표백시키는 효과가 있다. 제약사는 기미, 주근깨, 노인성 검은 반점, 기타 불필요하게 과도한 멜라닌 색소 침착이 생긴 부위에 크림을 바르라고 권한다. 하지만 특별한 문제없이 미백 효과를 보고자 화장품처럼 사용하는 건 문제가 된다.

하이드로퀴논은 강력한 멜라닌 억제제로 단기 치료 목적에는 효과적이다. 하지만 일상에서 장기로 사용하면 부작용 우려가 있다.

김범준 교수는 "하이드로퀴논은 멜라닌 세포를 파괴하는 강력한 성분으로, 단순 미백 기능성 화장품(나이아신아마이드 등)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정상 피부에 넓게 바르면 붉음증, 따가움, 벗겨짐이 발생할 수 있어 반드시 면봉으로 환부에만 콕 찍어 발라야 하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외선에 민감하기 때문에 반드시 밤에 발라야 하고 아침에 세안으로 꼼꼼히 씻어내지 않고 햇빛을 보면 오히려 색소 침착이 더 진해질 수 있다"며 "몇 달 이상 장기간 연속 사용했을 때 피부가 검푸르게 변하는 조직갈변증(Ochronosis)이 생긴 사례도 있다"고 조언했다.

정지인 연세스타피부과 원장 역시 "하이드로퀴논 성분을 장기간 남용하면 오히려 피부가 얼룩덜룩 해지면서 불필요하게 더 진해진 부위가 생기는 부작용을 겪었다는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비판텐  과한 유분이 비립종 유발 가능성 

비판텐(바이엘코리아)은 급성·만성 피부염 치료제다. 습진, 상처, 기저귀 발진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유효성분인 덱스판테놀이 5% 함유됐다. 덱스판테놀은 피부에 흡수되면 판토텐산으로 전환되는데 판토텐산은 피부 세포 증식과 재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테로이드, 보존제, 항생제 등이 첨가돼있지 않아 비교적 안전한 제품이다. 이 때문에 고가의 아이크림 대신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비판텐도 화장품처럼 오래 쓰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성분보다는 제형(질감)이 문제다. 라놀린(양털 추출 기름) 성분 때문에 제형 자체가 매우 꾸덕하고 유분 함량이 높다. 상처 보호용으로는 좋지만 눈가처럼 얇고 숨쉬기 어려운 피부에는 오히려 부담을 준다. 특히 눈가에는 피지선이 거의 없어 자체적으로 기름을 처리하기 어렵다. 기름이 많은 연고를 바르면 피부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쌓이면서 비립종이나 한관종(땀샘에 생기는 양성종양)을 이 생기거나 악화할 수 있다.

김범준 교수는 "접촉성 피부염이 있는 환자는 라놀린 성분이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눈꺼풀은 알레르기 반응이 잘 생기는 부위라서 부기, 가려움, 붉어짐이 나타나기 쉽다.

애크린겔  피부 장벽 손상 위험, 오히려 여드름 악화될 수도

애크린겔(동아제약)은 좁쌀여드름 치료제다. 살리실산 2% 성분으로 여드름균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살라실산은 '바하(BHA)'라고도 알려져 있으며, 각질을 녹이고 피지를 조절한다.

김범준 교수는 "애크린겔을 피지 조절이나 블랙해드 제거를 위해 로션처럼 얼굴 전체에 펴 바르는 경우가 있다"며 "의약품 등급의 살리실산은 화장품보다 농도가 높거나 산성도(pH)가 낮아 자극이 크다"고 했다. 이어 "얼굴 전체에 도포하면 피부 장벽을 손상시켜 건조성 피부염을 유발하고, 피부를 예민하게 만들어 오히려 좁쌀 여드름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며 "국소 부위에만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약품보다 화장품 사용 권장

지속적인 관리가 목적이라면 의약품보단 화장품 사용을 권한다. 필요한 성분이 소량 함유된 화장품을 선택해 꾸준히 바르는 것이 더 안전하다.

김범준 교수는 "약국에서 파는 치료제는 가성비 좋은 화장품이 아니라, 특정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약이다"라며 "화장품은 불특정 다수가 장기간 사용해도 부작용이 거의 없게 설계되지만, 의약품은 효과가 강력한 만큼 부작용 위험을 안고 있다"고 했다.

특히 의약품은 얼굴 전체, 매일, 장기간 사용을 전제로 설계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건강한 피부에 굳이 약을 쓰는 것은 배가 고프지 않은데 소화제를 먹는 것과 같다"며 "특히 스테로이드, 항생제, 미백 성분이 든 제품은 반드시 의사나 약사의 복약 지도를 따르고, 증상이 호전되면 즉시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지인 원장은 "의약품에는 화장품처럼 장기 사용해서는 안 되는 성분이 있고 지속적인 케어를 위해서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약국 제품을 화장품처럼 사용하다가 부작용이 생겼다면 즉시 사용을 중단하고, 증상이 심하거나 2~3일 이내 완화되지 않으면 피부과를 방문해 진료받아야 한다. 치료를 위해 약국 제품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엔, 의약품을 바른 뒤 30분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서 화장품을 발라야 한다. 시간차를 지키면 순서는 바뀌어도 된다. 의약품과 화장품을 동시에 바르면 성분이 변질될 수 있고, 피부 침투력이 떨어져 피부가 상할 수 있다.

CREDIT INFO

에디터 이수민(헬스콘텐츠그룹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각사 홈페이지 및 유튜브 화면 캡처

도움말 김범준 중앙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 정지인 연세스타피부과 원장

유시혁 기자 evernur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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