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골목경제, 인천 전통시장] 2. 계양구 계산1동 '계산시장'

박해윤 기자 2025. 12. 8.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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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 먼저 찾는 시장 온라인 타고 뻗어간다

단독·다가구 밀집 원도심 주상권
공동 배송 힘입어 디지털시장 선정
할인행사·플랫폼 입점 확대 최선
40대 이하 20%…시장 활력 견인
“지속가능한 기반 만들겠다” 목표
▲ 인천 계양구 계산시장 전경. /사진제공=계산시장 상인회

▲인천 계양구 첫 전통시장, 1983년 개장…한때 '계양 물류·유통의 중심'

인천 계양구 계산1동 원도심에 자리한 계산시장은 1983년 문을 연, 계양구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시장이다.

전성기에는 계양권 주민들의 일상 소비가 대부분 이곳으로 몰릴 만큼 상권 영향력이 컸고, 대형마트와 주변 시장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사실상 계양권 물류·유통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작전시장, 계양산시장, 삼산동 농산물시장 등이 생기기 전에도 주민들의 장보기 동선은 자연스럽게 계산시장으로 향했다. 당시 계양권 전통시장의 기능을 단독으로 맡았던 셈이다.

시장 주변은 대형 아파트 단지보다 단독·다가구 주택이 빽빽한 원도심이다. 주 소비층은 50·60·70대다. 대형마트 진출 이후 상권은 예전만 못하지만 여전히 주민들이 가장 먼저 찾는 생활밀착형 시장이다.
▲ 올해 9월 계산시장에서 방문객 대상 스탬프 투어가 열렸다. /사진제공=계산시장 상인회

▲특성화·문광형·디지털까지 '전 과정' 밟은 계산시장

계산시장은 정부 전통시장 지원 사업의 '전 과정'을 밟아온 곳이기도 하다. 2018년 특성화 첫걸음시장을 시작으로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문화관광형(문광형) 시장을 2회 연속 수행했다. 문광형 평가에서 S등급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다.

2022년에는 '공동배송센터 운영사업'을 추진해 전통시장의 물류 인프라를 강화하고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 이러한 기반을 바탕으로 2023년·2024년 중소벤처기업부 '디지털 전통시장'에 잇달아 선정되면서 시장의 온라인 진출이 본격화됐다.

디지털 플랫폼과 연계한 판매 시스템 구축, 상인 대상 디지털 교육, 온라인 홍보 콘텐츠 제작 등을 통해 오프라인 중심이었던 전통시장을 '온라인·오프라인이 결합한 복합 유통공간'으로 전환시키는 데 주력했다. 이를 통해 일부 품목의 온라인 매출이 확대되는 등 실질적인 성과를 내며 전통시장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코로나 시기 온라인 전환…플랫폼 입점으로 판로 다변화

코로나19 확산 시기, 계산시장은 온라인 시장 플랫폼 '놀장'과 손잡으며 새로운 방향성을 열었다. 우선 근거리 배송으로 온라인 판매에 뛰어들었다. 현재는 놀장의 사업 구조 변화로 전국 택배 중심으로 전환됐지만 당시 맺은 인연과 협업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시장 차원의 온라인 대응은 협동조합 설립으로도 확장됐다. 2019년 '계산전통시장협동조합'을 출범해 2022년부터는 갈비탕·설렁탕·국밥 등 '국물류' 상품을 전국 택배용으로 상품화했다.

다만 '가격 경쟁력' 확보는 여전한 숙제다. 온라인 매출 비중이 오프라인의 10~20% 수준까지 올라가야 상인들이 체감하는데, 그 지점까지 가려면 각 점포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장 측은 "온라인을 놓을 수는 없다"며 할인행사, 플랫폼 입점 확대 등 온라인 채널을 꾸준히 다잡고 있다.

결제 인프라를 비교적 일찍 갖춘 점도 계산시장의 강점이다. 인천e음·제로페이 도입 초기부터 결제망을 구축한 덕에, 최근 정부의 상생페이백 지급에도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 계산시장 상인회는 '희망찬 봉사회'를 조직해 꾸준하게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 8월 계산신협과 함께하는 삼계탕 나눔 봉사 현장의 모습. /사진제공=계산시장 상인회
▲ 계산시장 상인회는 '희망찬 봉사회'를 조직해 꾸준하게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 8월에는 반찬 나눔 봉사가 진행됐다. /사진제공=계산시장 상인회

▲젊은 상인 늘며 활기…'뒷걸음치지 않는 시장' 지향

현재 계산시장에는 약 125개 점포가 입점해 있다. 이 가운데 40대까지의 비교적 젊은 상인 비율이 20% 정도에 이른다. 전통시장 가운데서는 "젊은 상인이 많은 편"으로 꼽힌다.

특히 생선가게는 과거 4곳에서 지금은 '생물'을 취급하는 곳이 2곳만 남았지만, 두 점포 모두 젊은 인력이 운영하며 수산 매출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한 곳은 모자가 가업을 승계해 운영하고, 다른 한 곳은 다른 지역에서 생선 장사를 하던 젊은 이들이 계산시장에 추가로 들어와 지금은 이곳을 '주력 무대'로 삼고 있다.

이처럼 젊은 상인들이 시장의 활력을 견인하고 있는 가운데 계산시장은 '지금보다 더 뒷걸음치지 않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계산시장 상인회는 "뒷걸음을 멈추면 언젠가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며 "전통시장이 지속가능하게 운영될 수 있는 기반을 꾸준히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박해윤 기자 yun@incheonilbo.com·사진제공=계산시장 상인회

[인터뷰] 최형우 계산시장 상인회장

"사업하겠단 의지 중요…버티는 힘, 시장 키운다"

IMF 이후 대우차서 2002년 시장 입성

내부 갈등 줄고…운영 방식·시설 정비
▲ 최형우 계산시장 상인회장

1999년. IMF 외환위기 이후 대우자동차 회계부서에서 근무하던 직장을 내려놓고 장사의 길로 들어선 최형우 계산시장 상인회장(사진·62).

첫 사업은 안산의 작은 피자가게였다. 이후 업종을 바꿔 생활용품 할인매장을 준비했다. 입지를 찾던 그는 직장인 시절 자주 찾던 계산시장을 떠올렸다. 회식 인구도 많고 유동인구도 꾸준해 늘 북적이던 곳이었다.

그렇게 2002년 계산시장에 입성한 그는 10여년 넘게 점포를 운영하며 시장의 흐름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봤다. 이런 경험 덕분에 2017년 상인회의 공백 속에서 상인들의 추대로 회장직을 맡았다. 인수인계조차 원활하지 않았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그는 "시장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취임 후 가장 먼저 상인연합회와의 연결을 택했다. 정보 없이 운영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각종 교육과 설명회를 빠짐없이 챙기며 운영 방식을 정비했고, 상인들 사이에서도 "우리가 같이 움직여야 한다"는 분위기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시장 내부 갈등도 크게 줄었다. 시설을 정비하고 환경을 바꾸면서 상인들 사이의 인식도 달라졌다. 그는 "조금씩 좋아지는 걸 보니 상인들도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그는 인천상인연합회 부회장직도 함께 맡고 있다.

지금의 계산시장은 신구 세력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시장으로 평가된다. 전체 125개 점포 중 20%가량이 40대 이하다.

전통시장 내 청년 육성을 위해 청년몰 등 각종 청년 지원 정책이 반짝했다가 금세 사라지는 시대다. 이 속에서 최 회장은 "어떠한 지원책보다 '여기서 사업을 키우겠다'는 의지가 먼저여야 지속가능성이 생긴다"고 강조한다.

계산시장의 미래에 대한 그의 바람은 단순하다. 그는 "언젠가부터 '우리 시장을 어떻게 더 잘되게 할까'보다 '뒷걸음치지 않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커졌다"며 "지금보다 나빠지지만 않아도, 언젠가는 조금씩 올라갈 여지는 있다고 본다. 결국 버티는 힘이 시장을 살린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해윤 기자 yun@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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