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말도 안 되는 수사” 법정 소란…재판부는 팔짱만
김인택 판사 적극 제지 없이 ‘관망’

김영선 전 국회의원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명태균 씨가 검찰을 겨냥해 "말도 안 되는 수사였다"고 주장하며 법정 소란을 일으켰다. 명 씨는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 수사 무마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자 자신이 연루된 사건 수사도 왜곡됐을 것이라는 취지로 핏대를 세웠다. 소란을 제지해야 할 재판부가 관망하는 바람에 엄중해야 할 법정은 '아수라장'이 됐다.
명 씨는 8일 창원지방법원 형사4부(김인택 부장판사, 강웅·원보람 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공판에서 검찰 측 신문 시작 전부터 목소리를 높였다. 명 씨는 "사건 총 책임자였던 정유미 전 창원지방검찰청장이 피의자 신분이 됐다"며 "사건 담당 검사도 수사받아야 하는데 공판 과정에서 왜곡해 물어볼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최근 언론은 김건희 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등에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정 전 지검장도 피의자로 적시했다고 보도했다. 김건희 씨는 지난해 5월 당시 박성재 법무부 장관 등을 상대로 자기 수사 무마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추가로 받고 있다. 당시 창원지검은 명 씨 연루 의혹 수사를 뭉갠다는 비판을 받았다.
명 씨가 문제를 제기한 대상은 이날 신문을 준비한 홍등불 창원지검 검사다. 홍 검사는 정 전 지검장 지휘를 받아 명 씨 연루 의혹을 수사해 재판에 넘긴 다음 공판에도 참여하고 있다. 명 씨 주장은 정 전 지검장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사건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으니 수사 지휘를 받았던 검사가 공판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검찰이 무리하게 사건을 기소했고, 자신은 죄가 없다는 취지다.
검찰은 "수사 검사가 직관하는 이유는 사건을 가장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고 이미 신문을 준비한 상태인데 수사와 기소 모두 부당하다며 거부하는 것은 직관하는 취지와 맞지가 않다"고 맞받았다.
김 부장판사는 흥분한 명 씨가 검찰과 핏대를 세우며 소란을 일으키는 동안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지 않았다. 이따금 "넘어가시라"거나 "그만하시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주신문 과정에서 명 씨가 "근데 그걸 왜 물어보느냐"며 여러 차례 반발할 때도 오히려 "증인이 말한 그대로 듣고 넘어가시라"거나 "한 번 더 확인 안 해도 된다"며 검찰 질문을 제지했다.
명 씨가 계속 소란을 일으키자 변호인이 그를 진정시키는 웃지 못할 장면도 펼쳐졌다. 엄중해야 할 법정이 산만해지자 피고인인 김 전 국회의원이 주신문에 끼어들기도 했다. 2시간가량 시종일관 시끄럽고 어수선했다.
경남지역 변호사 ㄱ 씨는 "김 부장판사가 평소에도 개입하지 않고 주로 잘 듣는 태도이기는 하지만, 최근 면세점 명품 수수 의혹으로 논란을 산 까닭에 몸을 사리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 부장판사는 HDC신라면세점 판촉팀장에게 여권을 촬영한 사진을 전달해 명품 의류 등을 할인된 가격에 대리 구매했다는 의혹으로 올해 국정감사 도마에 올랐다.
이날 검찰은 명 씨를 상대로 윤 전 대통령 부부나 유력 정치인과 관계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명 씨 정치적 영향력을 강조하려는 취지에서다. 명 씨는 "윤 전 대통령과는 사적으로 많이 만났다"거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관련해 "그가 필요하면 전화 오고, 당이 엉망이었을 때 자문해온 사이"라고 진술했다.
명 씨가 2022년 4월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게 윤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무슨 문제가 생기면 바로 사모님(김건희 씨)에게 얘기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낸 메시지도 공개됐다. 명 씨는 '당선인은 정치적 기반, 정무 감각이 없어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이 얘기하면 그대로 믿는다', '당선인을 컨트롤(제어)할 유일한 사람은 김건희 사모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이 전 대표에게 보냈다.
2023년 10월에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씨에게 '선거부정' 의혹 보도 사진과 함께 '꼭 뿌리 뽑아야 한다', '0.73% 결과 잊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로 보낸 메시지도 공개됐다. 명 씨는 "이 분(윤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론에) 꽂혀 있어서 그랬다"며 "나는 부정선거론자가 아니다"고 말했다.
/최환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