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은 돈이 된다"...중국 248조·일본 33조원, 한국은?
[편집자주] '오타쿠'만의 특이한 문화로 치부됐던 서브컬처가 전 산업계를 움직이는 핵심 소비 키워드로 떠올랐다. 이들은 자신의 확고한 취향을 나타내려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서브컬처의 반란이 K컬처와 산업,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을 알아본다.

8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서브컬처 게임 시장 규모는 연간 5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게임 고유 매출 뿐만 아니라 IP 확장 상품까지 더하면 경제적 효과는 더 커진다. 앞서 넥슨의 서브컬처 게임 '블루 아카이브'와 GS25가 협업해 출시한 빵은 포장지에 '블루 아카이브' 캐릭터 디자인을 넣었을 뿐인데 출시 47일 만에 200만개 넘게 팔렸다. 지난해 3월 삼성전자와 넥슨게임즈가 협업해 만든 갤럭시 33만9000원짜리 S24 울트라 액세서리 블루 아카이브 에디션은 2000개 재고가 1분도 안되서 매진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피겨, 애니메이션 굿즈 수집 등 국내 키덜트 시장의 규모는 2021년 1조6000억원대를 돌파했고 향후 최대 11조원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은 이를 '네버랜드 신드롬'이라 보고 편의점, 패션, 호텔 등 타 업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례로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업계 단독으로 슬램덩크 와인을 선보인 바 있다.

서브컬처 종주국인 일본은 이미 서브컬처 시장을 일본 경제를 움직이는 산업의 한 축으로 받아들인다. 일본 서브컬처 전문 분석기관 '오시카츠소우켄'에 따르면 지난해 서브컬처 게임 시장은 3조5000억엔(약 33조원) 규모에 달한다. 야노경제연구소는 일본 서브컬처 시장이 2020년부터 5년간 약 50%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IP 확장 분야도 지속 성장한다. 시부야109 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덕질' 대표 아이템인 키링에만 일본인 1인당 평균 3282엔(약 3만원)을 썼다. 덕분에 지난해 일본 완구시장 규모는 1조992억엔(약 10조45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이중 키링 시장은 451억엔(약 429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5.3% 성장했다. 자신의 최애 캐릭터를 응원하기 위한 글씨체를 디자인해서 인쇄하거나 스마트폰에 저장해 놓은 사진을 인쇄하기 위한 편의점 유료 복사기, 3D 프린터도 큰 인기를 끈다.
서브컬처 시장이 커지다보니, 해당 산업 특화 대출도 생겼다. 일본 이온은행은 서브컬처용 론서비스로 최대 700만엔(약 6700만원)까지 융자를 제공한다. 융자액과 은행심사에 따라 연 3.8~13.5%의 고정금리로 1~ 8년간 융자해준다. 서브컬처 행사 취소 보상 보험도 등장했다. 이벤트나 라이브 공연의 중지·연기, 교통편의 지연 및 결항, 본인 건강 문제 등으로 서브컬처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게 될 경우 이를 보상해주는 보험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보험 계약 수는 100만건을 돌파했고 매월 계약자의 40%는 재계약자다.

중국에서도 최근 서브컬처 장르가 급부상중이다. 아이미디어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서브컬처 시장은 약 1689억달러(약 248조5500억원) 규모다. AI(인공지능) 생성 콘텐츠의 확산, 메타버스 및 버추얼 아이돌 시장의 활성화 등에 힘입어 급성장하는 모습이다. 중국 정부도 이에 발맞춰 IP 확장 관련 산업 생태계 구축, 재정 지원, 세금 감면, 해외 진출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지원한다.
대표적으로 중국의 버추얼 아이돌 뤄톈이는 현재까지 연간 매출 8억5000만달러(약 1조2500억원)를 기록하며 광고 모델, 라이브 공연, 굿즈 판매 등 다양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또 콘텐츠 퍼블리싱 기업 텐센트는 올해 서브컬처 장르 게임으로 약 48억달러(약 7조원), 애니메이션으로 약 24억달러(약 3조5000억원)를 벌어들였다. 굿즈 및 테마파크로는 약 14억달러(약 2조원)를, 웹소설 및 웹툰으로는 약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를 벌었다.
삼정KPMG경제연구원은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산업의 미래를 향한 콘텐츠 다양화 전략' 보고서에서 비주류 콘텐츠의 인기가 급증하는 최근 트렌드를 '롱테일(Long Tail) 법칙'으로 설명했다. 기존 주목 받지 못한 다양한 소수의 상품군이 더욱 큰 가치를 창출하는 현상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요즘 각자가 가진 취향에 따라 소비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인터넷 등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취향이 같은 사람들끼리 더 쉽게 모이고 정보를 교류하다 보니 과거에는 매니아 영역이던 서브컬처 장르가 대중화되고 그러다 보니 산업도 거기에 반응해 계속 발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정현 기자 goroni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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