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하고 안 잠근 연료밸브때문에…해군 향로봉함에 불 난 까닭

김성훈 기자(kokkiri@mk.co.kr) 2025. 12. 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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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2600t 향로봉함 화재 조사 결과
연료계통 작업·안전 수칙 안지켜 발생
해군함정 만성적 인력부족도 사건배경
지난 7월 31일 해군 향로봉함 화재사고 당시 함내 폐쇄회로(CC) 복원 영상 캡쳐. [해군]
지난 7월 31일 발생한 해군 상륙함(LST) ‘향로봉함(2600t급)’ 화재 사고는 기관실 연료펌프 조작 과정에서 미처 밸브를 잠그지 않아 일어난 ‘인재(人災)’였던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이번 화재로 함정의 많은 부분이 손상된 향로봉함은 함정 사용 연한인 30년을 약 4년 앞두고 조기에 도태될 전망이다.

이날 해군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향로봉함 화재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해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작업·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던 일부 장병들의 잘못과 해군의 만성적인 함정 근무자 부족 현상이 맞물려 벌어졌다.

해군은 이번 화재의 발화지점이 함정 보조기관실 내 발전기 배기배관의 고온부(250℃ 이상)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보조기관실 근무자들이 연료유 취출 및 이송작업 도중 작업 절차와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았던 것이 직접적인 화재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해군은 “사고 발생 이틀 전인 7월 29일 15시 32분경 기관부 병사 2명은 보조기관실에서 연료유 이송펌프와 연결된 샘플링 밸브를 열어 휴대용 연료통에 연료유를 받은 후 밸브를 잠그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샘플링 밸브는 탱크나 배관 내부의 유체(액체·가스)를 외부로 소량 뽑아내는 데 쓰이는 부분이다. 근무자들은 사고에 앞서 함정 내 크레인 등에 연료를 넣기 위해 샘플링 밸브에서 경유를 뽑아낸 뒤 밸브를 잠그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기관부 하사는 사고가 일어난 7월 31일 15시 43분경 ‘연료유 이송 시 정유기 작동’ 지침을 준수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연료유 계통 내에 과도한 압력이 걸렸고, 사고 이틀 전 열려 있던 샘플링 밸브에 연결된 호스가 파열되며 연료유가 에어로졸(공기 중에 떠 있는 고체 또는 액체 상태의 입자) 형태로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에어로졸이 250℃가 넘는 발전기의 뜨거운 부분에 닿아 폭발하며 불길이 빠르게 번졌다.

해군은 해군의 만성적인 인력 부족도 이번 사건의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해군 관계자는 “향로봉함의 경우 부사관과 병 편성이 원사 1명, 중사 3명, 하사 5명, 병 5명이 돼야 하는데 (실제로는) 원사 1명, 상사 4명, 하사 1명, 병 5명에 그쳤다고 말했다. 중간관리자 격인 중사가 10개월 이상 충원되지 않은 가운데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하사 1명이 과중한 업무를 처리하다가 결과적으로 사고가 났다는 이야기다.

26살 향로봉함 4년 일찍 도태 불가피
‘2008 대한민국 해군 국제 관함식’이 열리고 있는 부산 앞바다에서 7일 대한민국 향로봉함에서 장갑차가 상륙돌격작전을 하기 위해 해상에서 진수하고 있다. [매경DB]
이번 사고로 선령(배의 나이)가 26년인 향로봉함은 함정 사용 연한인 30년보다 4년 정도 일찍 전력에서 이탈할 개연성이 커졌다. 이번 화재로 함교나 조종실, 승조원 생활구역 등 많은 부분이 손상돼 수리에 따른 실익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해군 관계자는 “손상 장비의 재생(복구)에 드는 비용이 재생 후 활용가치보다 높아 도태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해군은 최초 화재 발견자와 기관장, 함장 등이 초기 진화와 대피 과정에서 빠르게 대응해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향로봉함장은 화재가 일어난 사실을 인지한 후 즉시 배 엔진을 끄고 비상 투묘(정박)을 지시했다. 이어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실습생과 승조원들을 빠르게 대피시키고 도선사와 끝까지 배에 남아 불 끄기에 매달렸다.

이번 화재로 연료유 이송 작업을 했던 하사 1명이 우측 팔 등에 3도 화상을 입어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해군을 밝혔다. 그 외 35명(병 3명, 학군후보생 32명)이 연기를 마셔 치료받았으나 현재 건강에 이상이 없는 상태라고 해군은 덧붙였다.

2004년 남아시아 쓰나미 지원에도 투입
해군은 이날 비슷한 사고를 막기 위해 △작업 안전 수칙 준수 및 관련 교육 강화 △화재 시 함정의 상황조치 능력 강화 △사고예방을 위한 사전 조치 등 함정 손상통제 시스템 전반에 대한 진단과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이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사 결과에 따른 후속조치 과제를 선정하고 관련 분야 전반을 점검하겠다”며 재차 사과했다.

한편, 향로봉함은 1999년 8월 30일에 취역한 중형 전차상륙함으로 상륙 작전 시 병력, 장비, 물자 등을 해안으로 수송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군사작전 이외에도 지난 2004년 남아시아 지진해일(쓰나미) 피해 지원 등 인도적 지원 임무에도 투입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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