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도로인데 왜 ‘이곳’만 얼까···관측 데이터가 보여준 ‘블랙아이스’ 위험 구간은

12월은 서리·결빙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가장 자주 발생하는 달이다. 특히 아스팔트와 구분이 어려운 ‘블랙아이스’(도로살얼음)는 겨울철마다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터널과 교량 구간에서 도로살얼음 위험이 특히 크다고 주의를 요구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대기환경연구센터의 이채연 교수는 8일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한 ‘도로살얼음 발생원인과 위험요인’ 강좌에서 “도로살얼음은 기상학적 요인뿐 아니라 도로 특성, 지형 등 취약한 조건들이 만나면서 발생한다”며 “최근 관측 자료에서도 터널 출구 인근, 교량 인근 지점에서 도로 결빙이 자주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도로살얼음은 도로 위 눈이나 비가 얇은 빙판으로 얼어붙는 현상으로, 수분 공급과 도로 냉각이 동시에 이뤄질 때 발생한다. 올해 초 서해안고속도로에서는 비·눈이 오지 않는 날에도 도로살얼음이 관측됐는데, 안개로 인해 습도가 증가한 상태에서 기온이 떨어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기상청 도로기상관측망 자료를 분석한 결과 도로살얼음은 ▲기온이 떨어지고 습도가 증가할 때 ▲약한 비가 내리는 가운데 기온이 급격히 떨어질 때 ▲영하 기온에서 액체 상태로 내리는 ‘어는 비’가 내릴 때 ▲쌓인 눈이 녹았다가 다시 얼 때 등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도로살얼음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제설 작업이 잦은 고속도로에서는 마지막 유형의 발생 빈도가 가장 낮았고, 나머지 세 가지는 고르게 나타났다.
지형적 요인과 도로 유형도 도로살얼음의 중요한 위험 요인이다. 산지 등 높은 지형 옆 도로는 해가 잘 들지 않아 도로가 더 급속히 얼어붙는다. 찬 공기가 정체되기 쉬운 계곡 지형에 있는 도로, 공중에 떠 있는 교량 형태의 도로도 상습적인 결빙 구간으로 꼽힌다.
실제로 중부내륙고속도로의 한 터널 구간을 고정식 관측 자료로 분석한 결과, 터널 출구 인근에서 도로살얼음이 가장 자주 나타났다. 이 교수는 “주변 산지의 그늘과 찬 공기 정체 등 여러 요인이 결합해 결빙 취약 지점이 된다”고 말했다.
서해안고속도로 교량 주변 분석에서도 교량 200m 이내 지점의 도로살얼음 발생 빈도가 1km 이상 떨어진 지점보다 약 4배 높았고, 녹는 데까지도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 교수는 “교량은 도로가 공중에 떠 있어서 바람이 교량 밑을 빠르게 순환하면서 노면이 더 냉각되고, 지면과 비교해 열이 더 빠르게 식는다”고 했다.
이 교수는 “결빙 12~24시간 전 기상변화가 위험 신호로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기상자료와 지형특성 등을 결합한 인공지능(AI) 기반 종합 예측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로살얼음 취약 구간을 지날 때는 평소보다 속도를 절반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서리·결빙 사고는 646건 발생했고, 이 가운데 12명이 숨졌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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