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수술 8년 뒤 ‘이것’ 때문에 시야 흔들려…1000만원 수술비 ‘헛돈’ 위기

윤성철 2025. 12. 8.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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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내장 수술의 그늘] ①
백내장 수술을 하며 넣었던 인공수정체가 제자리를 벗어나 고통을 받는 환자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2017년 60세였던 박모 씨는 "노안을 잡고 백내장도 해결한다"는 말에 1000만 원 가까운 거금을 들여 다(多)초점 렌즈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실손보험이 상당 부분을 보전해 줘 안도했다.

하지만 8년이 지난 지금, 박 씨의 시야는 렌즈가 제자리를 벗어난 인공수정체 탈구로 인해 다시 심하게 흔들린다. 사물이 흐릿하게 보여 운전도, 독서도, 심지어 걷는 것조차 어렵다. 비싼 돈을 들여 했던 수술이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백내장 수술의 3% 정도는 탈구…여기에 고령화까지

한국의 백내장 수술은 2016년부터 약 47만 건에서 2020년 78만 건으로 폭증했다. 이듬해는 조금 줄었으나 여전히 73만 건이나 됐다.

대유행 시기, 그 6년간(2016~2021년) 이뤄진 수술만 382만 건 가까이 된다. '노안 교정'을 앞세운, 다초점 렌즈의 상업적 마케팅이 이를 부추겼다. 그리고 환자 부담을 덜어준 실손보험도 있었다.

백내장 수술은 지금도 한국인이 가장 많이 하는 수술. OECD 국가들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그중 30% 정도가 비급여 다초점 렌즈수술로 추정한다.

백내장 수술 대유행 시기 (2016년~2021년). 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HIRA) 통계 재구성.

문제는 합병증. 그중 인공수정체 탈구(Lens luxation)는 가장 대표적인 '지연성'(遲延性) 합병증으로 꼽힌다. 수술 후 1.5~3.0% 정도는 탈구가 발생한다. 수술 후 언제든 생길 수 있지만 보통은 6년에서 12년 지나 잘 생긴다. 당시 유행처럼 수술을 받던 환자들이 이 시점에 도달했다.

실제로 인공수정체 탈구로 인한 교정 또는 재수술 건수가 최근 들어 매년 7~8%씩 늘고 있다. 2023년에 이미 5000건을 넘어섰다. 2011년 2000여 건에 비하면 2배가 훨씬 넘는다.

'탈구' 재앙이 시작된 셈이다. 게다가 환자들의 나이가 들수록 렌즈를 지지하는 주변 인대가 약해져 탈구 위험은 필연적으로 높아진다. 앞으로 수년간 탈구 환자 증가세는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환자 '3중고'의 서막…'노안 포기'냐 '비용 반복'이냐

환자들이 겪는 첫 번째 고통은 비용 부담이다. 다행히 인공수정체 탈구 교정술은 건강보험 급여 적용 대상이 된다. '치료 목적'이라고 보는 것.

하지만 환자가 체감하는 비용 부담은 만만치 않다. 이런저런 검사비에다 재료비, 그리고 수술비 자부담까지 100만 원 정도가 들어간다.

게다가 이전에 쓰던 일체형(1피스형) 렌즈는 다시 사용하기 쉽지 않다. 이미 렌즈에 손상이 나 있을 가능성이 큰 데다, 인공수정체를 단단히 고정하는 '공막 고정술'을 하려면 다른 형태(3피스형 등)의 렌즈를 써야 한다.

게다가 건강보험은 단초점 렌즈에만 적용된다. 돋보기를 다시 쓰지 않으려면 다초점 렌즈를 써야 하는데, 그러면 또 한쪽에만 250만 원 정도가 더 든다. 이것은 보험이 안 되기 때문. 결국, 양쪽 눈을 재수술하는 데 첫 수술과 맞먹는 돈이 드는 셈이다.

그나마 예전엔 실손보험 덕이라도 봤는데, 최근엔 그것도 쉽지 않다. 실손보험도 백내장 수술은 아예 보상하지 않거나 심사를 무척 까다롭게 한다.

수술 난민의 길…고난도 망막 수술의 벽

환자는 여기서 또 다른 딜레마에 빠진다. 수백만 원을 아끼려면 렌즈를 단초점으로 교체하고 힘들게 벗었던 돋보기를 다시 써야 한다는 것. 기껏 벗어났던 돋보기의 불편함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고통이 뒤따른다.

만일, 시력의 질을 포기하지 않으려면 합병증 해결을 위해 첫 수술 때와 맞먹는 고액을 또다시 자비로 지출해야 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굴레에 갇히는 것이다.

세 번째 고통은 의료 접근성의 벽이다. 돈만 있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탈구된 렌즈를 다시 고정하는 '공막 고정술'(야마네 방식, 카나브라바 방식 등)은 유리체를 다뤄야 하는 고난도 술기. 이는 숙련된 망막 전문의 영역이다. 일반 안과 의사가 할 수 있는 단순한 위치 재조정술과는 차원이 다르다.

하지만 망막 전문의는 절대적으로 수가 적고, 그 중에서도 고난도 술기에 숙련된 의사를 찾기는 더 어렵다. 환자들은 결국 대형 병원이나 전문 클리닉을 찾아 전국을 헤매야 하는 '수술 난민' 신세가 된다. 이처럼 고령화로 인한 합병증은 빠르게 늘고 있는데, 여기에 또 다른 구조적 문제까지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윤성철 기자 (syoo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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