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달러 차값에 뿔난 트럼프 “1만佛짜리 日 규격 경차 만들라”… 美 자동차 업계 ‘난색’
신차 가격 급등에 소형차 보급 승부수
“안전·수익성 난관 봉착 예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에서 널리 애용하는 경차(軽自動車·micro car)를 미국에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6일(현지시각) 블룸버그와 악시오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션 더피 교통부 장관에게 일본 규격 경차가 미국 내 도로 주행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라고 공식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 행사에서 일본 규격 경차를 언급하며 “정말 작고 귀엽다”고 했다. 이어 6일 규제 완화 지시 직후 본인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아주 작은 자동차(TINY CARS)를 미국에서 만들도록 승인했다”고 적었다.
미국 자동차 평가 매체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에서 완성차를 수입해 미국에 들여오기 보다, 미국 내에서 일본과 유사한 초소형차를 생산할 수 있게 안전·연비 규제를 손 볼 계획이다.
미국 내 주요 차량 통계를 종합하면 12월 현재 미국 신차 평균 거래 가격은 4만 8000달러(약 7050만 원)를 넘어섰다.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서민층 신차 구매 진입 장벽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정치 전문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조치를 추진하면서 ‘자유는 저렴한 차를 의미한다(freedom means affordable cars)’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고 했다. 보급형 저가 차량을 대거 공급해 인플레이션 불만을 잠재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전임 바이든 행정부가 자동차 연비 규제를 강화해 차 값이 올랐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기후 변화에 대한 책임을 내연기관 차와 제조사들에 물리면서, 관련 기술 개발과 연비 개선에 비용이 많이 들어갔다는 논리다.
일본 법정 규격에 따르면 경차는 전장 3.4m, 전폭 1.48m, 높이 2m 이하, 배기량 660cc 이하, 최고 출력 64마력으로 제한된다. 우리나라에서 경차로 치는 기아자동차 레이와 모닝, 현대자동차 캐스퍼보다 폭도 좁고 힘이 약하다. 국산 경차는 모두 일본 규격 경차보다 전장이 20cm 가까이 길고, 배기량은 330cc 이상 크다.
대신 저렴한 가격이 무기다. 미국 매체들은 일본 규격 경차가 미국에서 1만~1만 5000달러(약 1470만~2200만 원) 수준에 팔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차 평균 가격이 5만 달러(약 7350만 원)에 육박하는 상황에 20~33% 수준 가격대 차량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미 자동차 업계와 안전 전문가들은 미국 도로 환경, 현행 안전 규제(FMVSS), 자동차 제조사 수익성 구조상 미국에서 경차가 보급될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해 12월까지 한 해 동안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량 리스트를 보면 포드 F-150, 쉐보레 실버라도, 도요타 RAV 4 같은 대형 픽업트럭 혹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1위부터 10위까지 전부 차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차량 중에선 11위 혼다 시빅이 가장 많이 팔렸다. 일본 규격 경차는 시빅에 비해도 60% 크기 정도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대형 차량이 즐비한 미국 도로에서 기껏해야 600kg에 그치는 일본 규격 경차는 사고 발생 시 생존 확률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일본 규격 경차는 일반 미국 승용차 무게 절반에도 못 미친다”며 “에어백이나 측면 충돌 보호를 위한 공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어렵게 일본 규격 경차를 도입해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다는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 안전 기준을 통과할 지 여부마저 미지수다. 티파니 사덱 미시간대 법대 교수는 NYT에 “트럼프 지시 사항을 실현하는 것이 불가능하진 않지만, 이를 위해서는 연방 자동차 안전 기준(FMVSS)을 대대적으로 개정해야 한다”며 “이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주요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일본 규격 경차를 “미국에서 만들 수 있도록(built in America)”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했다.
자동차 제조사들 셈법은 복잡하다. 낮은 수익성(Low Margin)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 구조상 소형차는 대당 마진이 대형 차량에 비해 적다. 미국을 대표하는 양대 자동차 제조사 제너럴모터스(GM)과 포드는 자국에서 경차는 물론 피에스타, 크루즈 같은 소형차 라인마저 단종시켰다.
앞서 2000년대 후반 메르세데스 벤츠 그룹은 미국 시장에 초소형 경차 ‘스마트(Smart)’를 선보였다. 스마트는 전폭(1.66m)과 배기량(1리터) 모두 일본 규격 경차보다 여유로웠지만, 비싼 부품 가격과 낮은 안전성 인식, 대형차 위주 도로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다. 결국 초기 반짝 인기를 끄는 데 그치고, 2019년 미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우리는 이미 소비자에게 다양한 범위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며 사실상 일본 규격 경차 제조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심지어 일본에서 자회사 다이하쓰를 통해 경차를 만들고 있는 도요타 역시 “미래 제품 계획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블룸버그는 전문가를 인용해 “트럼프 ‘경차 도입’ 지시는 월마트가 추수감사절 식사 패키지 가격을 낮추기 위해 음식 양을 줄인 것과 같다”며 “트럼프 제안은 구조적인 생활비 위기를 해결하는 대신, 국민들에게 ‘더 열악한 상품으로 버티라’고 말하는 것과 진배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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