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메인이 힘이자 돈…"AI 시대엔 인터넷 주소자원이 핵심 인프라"
일반최상위도메인 14년만에 확대
인터넷 주소 체계에서 국가나 지역 제한 없이 사용되는 '일반 최상위 도메인'(gTLD)이 14년 만에 확대된다. 내년 4월부터 기업·기관 등을 대상으로 신규 접수를 받는다.
전 세계 도메인 시장이 여전히 황금알을 낳는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어 이번 확대가 더욱 주목된다. 실제로 2014년 등장한 신규 gTLD '.xyz'는 현재 800만건 이상이 등록됐으며, 최근에는 이 도메인이 28만7000달러(약 4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8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올해 국제인터넷주소기구(ICANN)가 신규 gTLD 2라운드 추진 일정을 내년 4월부터로 확정하면서 국내 기업·기관도 새로운 도메인 비즈니스에 참여할 기회가 확대될 전망이다. 신청 수수료는 2012년 추가 당시의 18만5000달러에서 22만7000달러(약 3억3000만 원)로 올랐다.
일반최상위도메인이란 운영 목적에 따라 글로벌하게 생성 및 사용되는 인터넷 도메인의 최상위 영역을 의미한다. ICANN은 2012년 .xyz, '.shop' 등의 일반 최상위도메인을 생성하기도 했다. 내년에는 14년 만에 신규 일반최상위도메인을 생성할 예정이다. 초기 인터넷 도메인은 '.com', '.org', '.net' 등 소수의 gTLD와 국가 코드 도메인(ccTLD)으로 제한됐다. 그러다 인터넷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기업·기관의 브랜드 보호, 지역·커뮤니티 기반 도메인 수요가 확대됐고, 이에 따라 새로운 gTLD 도입 필요성이 커졌다.

이정민 KISA 인터넷주소정책팀장은 "신규 gTLD는 등록 수수료가 해당 도메인을 운영하는 레지스트리에게 돌아가는 구조로, 일정 규모 이상 등록되면 독립적인 비즈니스로도 유지가 가능하다"며 "보통 20만건 이상 등록되면 운영이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브랜드 이름을 최상위도메인으로 직접 운영해 사칭·피싱 위험을 줄이고, 서비스 주소 체계를 통합해 디지털 정체성과 마케팅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지자체·공공기관에서는 지역 기반 gTLD를 통해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관광·문화 콘텐츠를 하나의 도메인 체계로 묶어 지역 생태계를 구축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구글(.google), 애플(.apple) 등 글로벌 기업들이 브랜드 최상위 도메인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선 삼성(.samsung), 현대(.hyundai), 기아(.kia) 등이 자체 브랜드 도메인을 확보해 운영 중이다. '.berlin'(베를린), '.tokyo'(도쿄) 등 도시 브랜드를 도메인으로 만들어 운영하는 사례도 있다.
KISA는 인공지능(AI) 확산이 인터넷 인프라의 역할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고 짚었다. 인터넷은 AI 서비스가 요구하는 방대한 데이터 이동과 처리 과정을 뒷받침해야 한다. 인터넷은 단순한 연결망을 넘어 디지털 환경 전반을 지탱하는 핵심 인프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정섭 KISA 한국인터넷정보센터장은 "AI를 가능하게 했던 것이 인터넷이다. AI 시대라고 해서 인터넷의 역할이 약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주소체계와 DNS처럼 인터넷의 근간을 이루는 구조가 계속 신뢰성 있게 작동해야 디지털 문명이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 이용자는 이미 60억명에 육박하고 있다"며 "더 많은 단말과 서비스가 동시에 연결되는 환경에서는 주소자원 관리, 도메인네임시스템(DNS)의 안정성 확보, 라우팅 인증(RPKI) 등 기반 기술에 대한 투자가 과거보다 훨씬 중요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국내에서 이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이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라는 점을 강조했다. KRNIC은 '.kr' 국가도메인 및 IP 자원을 관리하고, 분산 DNS 체계를 구축해 24시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역할을 한다. 박 센터장은 "인터넷 기반 구조의 신뢰성을 지키는 일은 개별 기업이 아닌 공공 차원의 인프라 업무"라며 "KRNIC과 같은 주소자원 관리기관의 안정적 운영이 AI 시대의 필수 요소"라고 말했다.
이러한 기능은 국제적 협력 없이 유지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인터넷 거버넌스 논의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도메인과 IP 주소는 특정 국가가 독점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글로벌 공공자원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ICANN·ITU 등 다양한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기술 표준, 보안, 프라이버시, 접근성 문제를 함께 논의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주소자원 관리기관이 DNS 운영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 협력해 역량 강화와 표준 정립에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 센터장은 "인터넷을 단순히 사용하는 수준이 아니라 글로벌 정책과 표준 논의에도 한국이 더 깊이 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선 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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